고객들이 선글라스를 안경원에서 구입하지 않는 가운데, 안경원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월달 매출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일선 안경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극복할 강력한 타개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안경원의 전통적 성수기인 4월 매출이 땅바닥이다. 3월보다 4월에 매출이 더 크게 떨어지면서 IMF나 코로나 때보다 더 안 좋다. 이젠 아예 안경 성수기조차 없어진 것 같다. 매출 부진을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좋아질 희망까지 없으니 죽을 맛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근래 안경원의 매출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안경원을 운영한 지 25년 중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더구나 최근 안경원에 제품을 납품하는 영업 담당자들은 “요즘은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안경원의 60% 이상이 적자로 보이고, 이중 50%는 임대료 내기도 힘들 것”이라며 “남대문에서 장사가 잘되어 예전에 30~50장정도 구입하던 안경원도 지금은 꼭 필요한 안경테 4~5장만 구입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안경원 매물 건수도 역대 최다 기록
안경원의 심각한 매출 부진은 공급업체의 실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무기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외국계 안경렌즈 업체의 관계자는 “올 들어 변색렌즈와 몇몇 기능성 안경렌즈로 매출을 근근이 유지할 뿐 단초점렌즈나 누진렌즈 등은 예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져 내부적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하고 있다”며 “가격인하를 내세운 대형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지만, 환율 급등으로 수익성도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산 렌즈의 유통업체 대표도 ‘이제껏 볼 수 없던 최악 상황’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사실 2024년 10월의 평균 환율은 달러당 1,368원이었으나 올해 3월엔 1,459원으로 5개월 만에 90원이나 급상승했다(표1 참조).
그 결과 작년에 안경렌즈 한 조당 소비자가격을 1만 3천 7백원으로 맞출 수 있던 것이 현재는 1만 4천 6백원이어서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대구3공단의 제조•유통업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의 아이빌에 입주한 어느 아이웨어 업체의 대표는 주문이 대폭 줄었다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중이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그나마 안경원 판매량이 온라인에 납품하는 것보다 월등히 앞섰는데, 이젠 안경원의 구매량이 줄어드니 온라인 쇼핑몰 주문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안경원의 매출 부진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안경원의 매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표적인 안경사 커뮤니티인 E사의 안경사 게시판인 ‘안경원 매매’ 카테고리엔 안경 성수기인 요즘 역대 최다 건수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안경원 매매 건수는 총 54건이었는데, 1년 뒤인 올해 3월은 무려 40% 가까이 급증한 88건이 올라와 있다.
이러한 수치는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는 안경사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으로 시중의 많은 안경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서울 Y구보건소 보건의료과의 담당자는 “올해 1분기에 안경원 개설등록 신고가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며 “안경원의 폐업 신고가 극소수인 점을 감안해도 올해는 확실히 예년에 비해 폐업 안경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대안협 등 관계단체의 실질적 대책 시급
현재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수치화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0을 기준으로 84.6%에 불과하다.
BSI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인 전망, 100 이하면 부정적인 전망을 의미하는데, 지수가 85%까지 대폭 떨어지면 그만큼 불황이 깊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지수도 안경원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안경원이 포함된 소매업 부문의 BSI는 기업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41.9로 최악 상황이다.
더구나 이 지수는 전월대비 6.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야말로 소매 자영업의 경기지수가 판매 감소, 자금사정 악화, 고객 수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편 서울 성동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대한안경사협회는 안경원의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가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행동이라도 해야 할 때”라고 쓴 소리를 남겼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