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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고… 위장하고… 바리케이드 치고…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1-04-04 17: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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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안경사 시험장 주변 분위기는 살벌… 전체 시험 대상자 중 11.4%만 응시
1차 안경사시험 현장 스케치

입법개정대책위원회의 기치 아래 전국에서 모인 1만여 안경인은 한 마음 한 뜻으로 89년 9월 28일 서울 88체육관에서 범 안경인 궐기대회에 이르렀다. 이날의 궐기대회는 만천하에 안경인의 자존과 단결력을 과시하는 중대한 전기가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안경사법 개정 열기는 요로에 진정과 청원의 결과로 안경인의 정당한 주장을 대내외적으로 크게 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고, 인생팔고(人生八苦) 가운데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듯이 모든 조직에는 일탈자(逸脫者)가 생기게 마련인가 보다.


1차 응시자 대부분은 학생과 종사자 부인

제1회 안경사국가시험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고교에서 경찰의 철저한 경비 하에 예정시간보다 1시간 지연된 오전 9시 30분부터 45개 고사장에서 필기와 실기시험이 모두 실시됐다.

이날 시험은 지난 10월 10일 전체 응시대상자 1만 3천여 명(보사부 집계)의 16.9%에 불과하는 저조한 응시원서 접수율을 보인데 이어 이날도 응시원서 접수자의 최소한 31.4% 이상이 시험을 포기해 응시자 전원이 합격한다 해도 내년 1월 1일부터 안경사법이 시행될 경우 안경사 태부족으로 업계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보사부 발표에 따르면 응시원서 접수자 총 2,206명의 69.6%인 1,536명(필기 1,051명, 실기 485명)이 응시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업계와 당일 응시자들은 총 500~600명(필기 450명 내외, 실기 120명 내외) 정도가 시험에 응시, 전체 응시 대상자의 3.8~4.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시험 예정시간 1시간 전인 7시 30분경 대기 중이던 4개 중대 전경과 4개 중대 사복경찰을 본격 투입시켜 응시를 저지시키기 위해 정문 주변에 모인 300여 명 내외의 안경인들을 정문 가시거리 밖인 200~300m 지점으로 밀어냈고, 각 골목마다 3~5겹의 바리게이트를 치고 수험표 지참자 외에는 일체 접근을 불허했다. 경찰이 비디오 촬영기사를 비롯해 과격한 행동을 보인 8명을 연행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자 이에 맞서는 안경인들의 함성과 야유가 터져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이날 시험 응시자들은 대부분 전문대학 학생들과 안경원 종사자 부인들이었으며, 시험문제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모두 너무 쉽게 출제되어 일부 응시자들은 희색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보사부는 전체 응시 대상자의 11.4%(보사부 집계)에 불과한 낮은 응시율을 고려, 단계적 의견 수렴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응시자는 모자•안경으로 위장하기도

● 시험장인 충암고 정문은 애당초부터 굳게 닫힌 채 응시자들은 소문을 통해 입장, 보사부 의료제도과와 보건원 고시과 직원, 그리고 경찰 지휘자들은 시험 정시간보다 2시간정도 빠른 6시 30분부터 정문을 지키고 있었으며, 응시를 거부하는 안경인들도 6시 40분경부터 정문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7시 20분경 70~80여명의 안경인들이 모이자 경찰은 대기중이던 4개 중대 전경과 1개 중대 사복경찰을 즉시 투입, 정문 앞에서부터 샅샅이 밀어내기 시작하여 주변도로까지 밀어붙이자 눈치작전을 펼치던 안경인들은 이때를 이용, 잽싸게 입장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 정문 도로쪽에서 반대쪽으로 밀리는 과정에서 금세 안경인들은 250~300명으로 불어나 경찰과 백중세를 이루며 폭언과 과격한 행동으로 나오자 경찰은 이들을 선별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비난하는 안경인들은 함성과 함께 연행하는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어 육탄전 직전까지 가면서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7~8명 정도 계속 연행을 하자 슬슬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경찰의 저지 30분 만에 정문으로부터 각 골목마다 200~300m 떨어진 구석으로 밀려났다. 밀려난 300여 안경인들은 저마다 여기 저기 모여 한심하다는 쓴 웃음만….

● 이날 충암고 안경사시험 시행본부는 한동안 초상집을 방불케 하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 보사부 의정국장을 비롯한 보건원과 의료제도과의 전 직원이 출두, 시험장 밖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 극히 저조한 시험 응시자 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 시험을 끝마치고 나오는 안경인들 시험 문제가 ‘누워서 떡먹기였다’ ‘이것도 시험문제라고 냈느냐’ ‘애들 장난도 아니고 비행기 삯이 아깝다’며 즐거운 비명인지 요행인지(?) 말하기도….

● 안경을 쓰고 파카 모자를 죄이며 위장을 하는가 하면 주최측 표시인 감사원이라는 리본까지 달고 엉큼을 떨기도 하는 몰염치족이 눈에 띄기도…

● 안경사시험을 주관한 보건원 고시과는 이날 시험장을 총 45개 고사장으로 나누어 수험생 자리를 배치해 놓았으나 결원 좌석이 너무 많은 탓인지 처음에는 각 신문사 보도진과 사진 기자들에게 시험장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보도진들이 떠들자 별수 없이 공개했는데, 보건원 고시과 직원들이 따라다니며 각 시험장을 노크해봐 결원 좌석이 거의 없는 곳만 골라 촬영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 시험응시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울산•진주•마산에서 올라온 30여 명의 간부급 안경인이 아침 6시 40분경 도착, 각각 절반씩 나눠 정문과 후문을 지키기로 했는데 정문과 후문을 나누는 과정에서 정문 배치를 꺼려, 이유인즉 혹시 최류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 때문….

역사의 생명으로 이어가는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기록이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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