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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안경원… 의료 전문화가 탈출구죠”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5-08-17 2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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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자이스비전코리아, 안경사 교육과 소통 확대로 매출 성장… 최익준 대표, “안경원은 SAVE로 전환하고 보건 전문가의 역할 키워야”
 
마케팅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가 강세를 보인다고 말한다. 립스틱처럼 저가 화장품이 잘 팔리는, 저가 서비스가 큰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1930년대 미국 공황기에 정립된 립스틱 효과는 1세기가 지난 지금은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바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때문이다.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고가품들은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베블런 현상은 불경기 때 오히려 고가의 자동차나 명품 브랜드들이 더 많이 팔린다는 이론이다.

경기가 어려운 국내 안경업계에도 베블런 효과에 딱 맞는 브랜드가 바로 고급 안경렌즈의 대명사인 칼자이스렌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창이던 지난 6월에 칼자이스의 매출은 오히려 목표보다 20% 이상 초과 달성해 베블런 효과를 체감하게 했다.

칼자이스비전코리아의 대표로서 또 안경사 면허자 소지로서 최익준 대표가 설정한 칼자이스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리고 안경업계가 지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들어 보았다.


최 대표, 안경사의 메디컬화 집중 강조
불황에 허덕이는 안경업계에서 최익준 대표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정사에도 소소한 걱정꺼리가 없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성이 일하기를 즐기고 좋아하는 최익준 대표에게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며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칼자이스코리아의 대표로 취임한 것은 4년 전인 2011년이다.

그동안 최 대표는 4년 내내 일선에서 전국 곳곳을 발로 뛰며 영업 터전을 일궈왔고, 회사 체질을 바꾸는 개선 작업에 전력을 다해 왔다.

그 결과 몸무게가 8Kg 가까이 빠질 정도로 헬쓱해진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안타까움을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쉼 없이 줄기차게 강행군을 펼쳐오던 그가 마침내 4년 만에 웃음기를 머금은 것이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 세계 최고의 안경렌즈라는 자만심을 버리겠다고 작심했다.

그보다는 취약했던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며 안경사와의 소통에 힘썼다.

“칼자이스는 현재 도매상을 두지 않고 전국 안경원의 약 20% 정도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데 NPS(net promoter score), 즉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매월 100명의 안경사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또 안경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있다”는 최 대표는 “매월 정기 개최되는 자이스 아카데미를 통해 안경사들의 전문성 강화에 힘쓴 결과 이제는 독일 본사에서도 ‘한국 안경사는 독일 안경사와 같은 수준의 전문가들’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누진다초점렌즈를 멀리하던 고객들에게 치밀한 자이스 광학기기를 통해 검안을 실시하고, 4만개의 점 가공 등으로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안경사는 안 보건 전문가’라는 확고한 신념 속에 안경사 교육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 매출이 쑥쑥 커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당장 매출을 올리려면 도매상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손쉬운 방법”이라며 “하지만 안경은 유통업종이 아닌 의료업종이고, 전문성이 본사보다 조금 떨어지는 도매상보다는 회사가 직접 안경원과 거래하는 시스템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발전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지문처럼 시력도 개인마다 달라서 안경렌즈는 메디컬의 본질에 충실한 검안이 필수적이고, 따라서 메디컬적인 측면을 지향하는 안경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재 칼자이스 매출의 80% 이상이 세밀한 검안을 기초로 발생하는 개인맞춤렌즈라는 것을 떠올리면 ‘안경원은 메디컬로 변화해야 살아 남는다’는 최 대표의 평소 지론이 옳은 판단임을 알 수 있다.


안경사는 전문성 강화 위해 휴식 필요
최 대표는 업계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케팅 기획의 전통적 도구인 ‘4P(제품(product), 유통(place), 가격(price), 촉진(promotion))’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SAVE(solution, access, value, education)로 관점을 이동해야 한다”며 “제품보다는 솔루션, 유통보다는 접근성, 가격보다는 가치창출, 촉진보다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자이스의 경영 철학이 안경업계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안경사는 근무시간이 유독 많은데 비해 마진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직업에 대한 집중도가 줄고 있다”며 “얼마 전에 잘 아는 원장님 한 분이 ‘딸이 결혼하던 날 딸의 손을 잡고 걸을 때 살며시 ‘아빠랑 이제야 처음 같이 걸어보네요’라는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는 고백을 들었다”며 “눈앞의 이익보다 안경사들의 삶을 넓히는 SAVE에 집중하면 보다 더 전문성이 강화된 윤택한 업계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최 대표는 “얼마 전에 전국에 계신 자이스 패밀리 안경원에 자필로 호소문을 보냈다”며 “고객 주문부는 식사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이번 호소문에서 ‘임직원들이 점심이라도 맘 편히 먹을 수 있도록 하루 한 시간, 점심시간의 주문은 피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최 대표는 ‘그 서신 이후 패밀리숍 거의 모든 안경원들이 업무의 여유를 이해하시고 흔쾌히 동의해 주신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결국 최익준 대표가 하루의 대부분을 업무에 파묻혀 생활하는 속에서 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초정밀 광학을 바탕으로 하는 칼자이스의 우월함’이라는 단순한 마케팅보다는 ‘메디컬 분야에 속하는 안경계는 장사꾼이 아닌 안 보건 전문가로서 안경사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칼자이스에는 영업부 없이 컨설팅부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인 안경사들이 고도화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지원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전문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안경광학과 출신으로서 또 안경사 면허 소지자로서 언제나 ‘안경사는 전문가’라는 테마를 강조하는 최익준 대표.

그는 인터뷰 내내 기업의 전문화, 안경사의 전문성을 유독 강조했다.



•최익준 대표 약력
(現)칼자이스비전코리아 대표이사
한국종합과학 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중
쿠퍼비전코리아 대표이사
시바비젼 마케팅 총괄
IACLE 협회 멤버
헬싱키 대학원 졸업, MBA
을지대학교 안경광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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