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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사 정년 40세…‘살길이 막막하다’
  • 특별취재반
  • 등록 2015-08-17 21: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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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안경사 정년’ 조사 결과 90% 이상이 40세 전후로 답변… 실무 경험 풍부한 40~50대 안경사 우대하는 문화 정착되어야
 
우리나라 안경사들의 정년은 과연 몇 세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서울의 한 국산 안경테 도매업체 대표의 말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전국의 안경원을 다녀보면 안경사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고, 40대 이상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며 “안경사의 정년은 타 업종에 비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숙련도를 지닌 중장년층 안경사들이 이른 시기에 안경원을 떠난다는 것은 안경업계의 건실함과 발전 측면에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본지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경기•인천•대구•부산 등 전국을 다섯 개 지역으로 나눠 총 137명의 안경사를 대상으로 ‘안경사의 정년’에 대한 설문을 서면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의 신뢰수준은 97%로 표본오차는 ±0.8%다.


안경사 94.1%가 40세를 정년으로 응답
우선 ‘귀 안경사가 생각하는 안경사의 정년은 몇 살인가’란 질문에 조사대상 안경사의 64.9%(89명)가 ‘35~40살’, 29.2%(40명)는 ‘41~45살’이라 응답해 절대 다수인 94.1%(129명)가 40살 전후를 안경사의 정년으로 꼽았다.

‘46~50살’과 ‘50살 이상’이란 답변은 각각 4.4%(6명)와 1.5%(2명)에 머물렀다(표 1 참조).

이 설문 항목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업주와 종사자 간의 정년에 대한 간극이 그리 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대상은 원장 34명, 종사 안경사는 103명으로써 양측 다수가 ‘35~40살’을 안경사의 정년이라 응답했다. 근로 종사자 대부분이 직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사회 인식과 달리 안경원의 종사 안경사들이 원장들과 마찬가지로 40살 전후를 정년으로 선택한 것은 안경원의 정년이 40살로 고정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의 한 안경사는 “종사 안경사의 대부분은 인건비가 부담되는 35살 전후에 사퇴(?)를 강요받는다”며 “몇 년간 경기가 안 좋다보니 정년 나이가 더 짧아지고, 고정 비용을 줄이려는 원장 입장에서는 년차가 오래된 안경사를 우선적으로 퇴사시키고, 그 대신에 적은 인건비가 드는 신입이나 5년차 이하의 안경사에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기권의 한 안경사는 “종사 안경사로 현재 안경원을 올해로 9년째 근무 중인데, 이제 내년이면 37살이 되어 원장님과 동료들 눈치가 보여 이곳을 그만둘 생각”이라며 “안경원에서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체처럼 년차가 오래될수록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이제 내 안경원을 오픈할 나이가 되었는데, 솔직히 자신감도 없고 모아둔 자금도 별로 없다. 더구나 소규모로 오픈한 후 근처에 대형 안경원이라도 들어서면 끝장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에서 정한 60세 정년과 20년 차이
현재 정부에서 정한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다.

지난 2013년 4월 국회를 통과한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정년연장법)은 근로자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간은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국가•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1월 1일부터 이를 적용받게 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근래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정년연장법은 고용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가 핵심인데, 이는 고령화에 따른 장년인구의 활용을 통한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하지만 안경업계의 경우 안경사의 정년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40살 전후로 이는 현행법과 20년 차이를 보이는 최악의 고용조건에 놓여 있다.

안경사들의 이 같은 빠른 정년은 다른 의료기사들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취업한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도 40살 전후로 퇴사 압박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2013년 현재 전국의 안경원 개수는 8천 321곳이고 근무하는 안경사의 수는 1만 7천 28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0년부터 13년까지 안경원과 안경사의 숫자가 매년 평균 각각 2.8%와 3.3%씩 꾸준히 증가한 것을 2015년 중반인 현재의 시점으로 추정 계산하면 안경원과 안경사의 수는 8천 700곳과 1만 8천 150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즉 해마다 안경사의 고용환경이 그다지 나쁘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스스로 안경사의 정년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다면 경험이 풍부한 안경사들의 실무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여 더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업계 전체의 진지한 논의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실무 현장에서 50세 이상 연령대의 안경사가 많이 근무하면 업계의 성숙도 면에서나 소비자의 신뢰감 형성 측면에서 더 좋을 수 있다”며 “20대 중후반부터 15년 이상 근속해 40대 초반이 되면 개인마다 최고 급여로 고정되는 만큼, 안경원도 50세 이상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경우 정년을 55세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과 숙련도가 풍부한 40~50대 안경사를 우대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안경사 정년도 현행법처럼 60세 가까이로 상승할 수 있고, 더불어 안경업계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하리란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몇 년 전부터 아르바이트 안경사가 유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안경원은 차라리 기존고객에게는 안정감을 주고, 고정고객에게는 신뢰감을 주는 40~50대 안경사를 근무시키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안경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안경원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경광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경험이 풍부한 40~50대 안경사들이 조기 정년 풍토에 휘말리는 등 업계의 진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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