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한의사의 안압검사 등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다’결정… 지난 4월에는 국회공청회 열고 의료기기 사용영역 확장 모색
한의사들이 시력검사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안경사와 안과의사만 시력검사를 시행해온 영역에 한의사들이 자동굴절검사기기 등을 이용한 검사 이외에 양안시 검사나 비젼테라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안경의 조제를 위해 시력검사를 시행하는 안경사와 치료목적의 안과의사 사이에 한의사들이 합세한 것이다.
안경사들이 안경사단독법에 매몰돼 의사들과 업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한의사들은 생존권 확보를 위한 업무영역 확장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헌재, ‘한의사의 안과 의료기기 사용은 합헌’
한의사의 자동검사기기 등을 이용한 굴절검사는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 결정이 났다.
벌써 2년 전인 2013년 12월 26일부터 한의사의 시력검사가 법적으로 보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서 한의사들이 안압측정기, 자동굴절검사기 등을 이용해 내원 환자의 안압이나 안굴절도 검사를 실시한 후 한방 약물치료, 침치료 등을 시행하는 행위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리자 2인의 한의사가 헌재에 헌법소원을 낸 결과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2012헌마551, 2012헌마561(병합))에서 ‘안압측정기는 결과의 해독이 필요 없고, 자동으로 측정된 결과만으로 안압의 정상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는 한의학의 진단 방법 중 하나인 절진(切診)의 현대화된 방법’이라며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개최된 민관합동규제개혁회의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춘진)도 지난 4월 전체회의를 열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와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면허 외 진료행위로 위법”이라고 강조했으나 한의사들은 이미 안과 관련 의료기기 사용이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으로 거칠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현재 한의원에서는 X-레이, 초음파진단기, 혈액검사, 뇌파검사기 등을 제외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기 등의 기기 설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태다.
안경사의 업무영역 확대 지속 추진해야
시력을 검사하는 한의사를 바라보는 안경사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안경을 조제 판매하기 위해 실시되는 시력검사를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하던 제3의 집단에게 주어졌기 때문이지만, 안경사협회가 안경사단독법에 매몰되어 시행규칙에서 9가지 장비가 삭제되는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허를 찔린 느낌에 허탈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타각적 굴절검사를 희망하는 안경사들에게 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이 곱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서울지부 부회장단의 한 임원은 “안경사의 업무 영역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력검사를 이젠 한의사까지 수행할 수 있다니 솔직히 내 밥을 뺏긴 기분”이라며 “다만 헌재에서 결정한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는…’이란 문구는 안경사들이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좋은 판례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한의사의 시력검사 허용을 계기로 안경사의 검사료도 다시 논의돼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의사까지 안경사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마당에 시력검사료와 조제가공료 등 안경사들의 실질적인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다른 경기지부의 한 임원은 “한의사들이 양안시와 비젼테라피까지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우리 안경사들이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전문성 강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한안경사협회는 실현 불가능한 안경사단독법을 포기하고,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의 사용에 올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안경사들이 단독법 제정에 함몰된 사이에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지금은 헛된 망상을 버리고 안경사 업무영역 확대와 발전을 위한 테스크 포스팀 구성 등 안경사들의 실질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