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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전시행정에 제조업체들 뿔났다’
  • 신지훈 기자
  • 등록 2013-11-15 13: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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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업체에 실질적인 지원 없이 눈앞의 숫자에만 급급… 제조업체의 제도 마련 건의와 요청에도 처리는 지지부진
 
국내 안경산업의 발전과 지원을 위해 설립한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센터장 손진영, 지원센터)에 대한 대구 지역 안경 제조업체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해외 전시회 참가업체의 부스비를 지원한 것을 두고 미참가 업체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구 안경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지원센터가 정작 국내의 안경산업 발전과 관련 없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지역에 안경테를 수출하는 A사 대표는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은 한국 안경산업 발전과 전혀 관계없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업체들이 원활하게 제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원센터의 기본 업무”라고 말했다.

다른 수출업체 의견 역시 A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원센터는 제조업체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기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B업체 대표는 “제조공장 입장에서는 수출할 때 필요한 공인된 품질검사장비나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인증 마크제, 시장 개척과 바이어 연결, 최신 측정 장비 구축과 그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 개발 등이 지원센터가 해야 할 주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출업체 “검사인증제도 마련 시급하다”

대구의 안경 수출업체 대표들은 바이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의 검사인증제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대구 소재 안경 수출업체들은 비싼 수수료를 대행업체에 지불한 후 홍콩에 소재한 검사기관을 거쳐 품질검사 인증을 받고 있다. 업체는 시간과 경비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콩의 검사기관은 크게 안경코팅 니켈테스트, 인강, 파열, 강도 테스트, 염수 테스트, 규격 측정으로 나뉘고, 그에 따른 세부 사항 검사를 통해 기준에 합당할 시 수출이 가능한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그 과정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한 번에 검사가 통과되지 못할 경우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이에 대해 지원센터의 고위 관계자는 “품질검사 인증은 나라마다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고 원하는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품질인증을 할 수 있는 시험 장비가 센터에도 있지만 수요가 적어 가동률이 낮은 편”이라며 “안경전문 품질검사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국회, 산업통산자원부, 보건복지부와의 연계는 물론 연구소 마련과 인재 스카우트 등 역량 강화 부분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매우 장기적인 플랜”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구의 업체들은 지원센터에 합당한 절차를 거쳐 요청 및 건의를 해도 센터측이 대응책 마련에 지지부진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검사장비 구축과 인증제도 마련, 소규모 영세제조 업체 지원 등을 여러 해에 걸쳐 요구했지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는 C업체 대표는 “고가인 검사 장비 구축이 쉽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센터는 쓸데없는 장비를 구입해 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센터는 박람회 지원 등 불필요한 예산 사용으로 업체들의 의혹을 사고 있다”며 “지원센터가 말하는 ‘지원’은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에 우선 가입을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상한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쓸모없는 장비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광학협동조합과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지원센터의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현재 센터에 있는 장비들의 가동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현장의 요구 반영해야 지원센터 신뢰 회복

그러나 지원센터가 보유한 장비들 중 CA안경테 생산 기반조성사업에 사용되는 장비를 제외하면 2012년과 비교할 때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가장 많이 가동률이 증가한 장비는 ‘프론트 CNC(GX-480)’로 지난해보다 36일을 더 가동해 가동률이 67.3%에서 82.5%로 15.2% 상승했다. 반면 시제품 제작 지원사업에 사용되는 ‘MDX-650 CNC 고속가공기’는 2012년 76.6%에서 38.8%로 작년에 비해 사용 빈도가 절반이나 줄었다(표 참조).
 
지원센터 관계자는 “직원 1명당 15개 정도의 업체를 할당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업체마다 지원 범위와 요구사항이 다양해 맞춤형 지원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센터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특별한 조건은 없고 모든 안경제조업체에 기회가 있다”며 “중소기업청과의 중개가 필요할 때 그 쪽에서 요구하는 지원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메이저급 업체를 많이 보유한 광학조합 회원들이 지원받는 경우가 많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지원센터는 매번 공식 홈페이지(www.koisc.org)의 게시판과 공문을 통해 사업 계획과 진행 상황을 홍보하지만 100% 전달이 어려워 이 같은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제조업체들은 “디옵스 부스의 참가 개수와 매출액 등 대구시에 보고해야 할 실적에 집착한 나머지 실질적인 지원 업무는 잊은 지 오래”라며 “직원들의 주된 업무는 장부의 숫자 맞추는 일이라는 조롱 섞인 말까지 업체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원센터가 제조업체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센터의 주된 사업이 대부분 5~7년의 중장기사업이라 잘못된 사업이라도 도중에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할당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 점도 불신을 쌓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지원센터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업체 방문이나 소통할 수 있는 창구 마련 등을 통해 업체의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고, 조그마한 사항부터 천천히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구의 제조업체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장비보다는 측정 첨단기기인 각도기, 3D 측정, 도금 두께 측정장비 등 구입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최근 그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업무지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검사인증기관 설립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소속의 지원센터가 기관의 지위 격상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해외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검사기관 연구소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장 어렵다면 지원센터가 나서서 수출업체의 제품을 일괄적으로 받아 해외 검사기관에 보내는 대행 서비스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섬유산업에서 교훈 얻어야

대구를 대표하는 주요산업 중 세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섬유산업은 안경산업과 많이 비교된다.
섬유에 대한 신소재 및 신제품 연구개발 활성화 등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서비스를 통해 섬유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기관과 단체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 대구 소재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을 비롯해 16곳의 연구소와 11개의 조합, 10곳의 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의류정보센터와 소재연구센터 등 R&D특화센터도 상당수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원센터 기획경영실의 한 관계자는 “섬유산업은 안경산업에 비해 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연구소와 각 기관들, 업체와의 협조가 빠르고 유기적”이라며 “지원센터도 조직 확대와 기능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향후 정부기관 관계자들과의 세미나 개최 등 대외적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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