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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덫’에 빠진 안경 수리비
  • 정재훈 기자
  • 등록 2013-07-16 1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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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원 구입처 다변화로 A/S료 청구 의견 고조… 렌즈갈이는 ‘두 배 이상 받자’는 의견도 상당수
안경원의 무한경쟁으로 무료 확산
백화점, 피팅 장소로 안경원 지목
회원들은 피팅도 정가제 도입 요구

요즘 안경원의 모습을 한 마디로 뭉뚱그려 표현하면 ‘고즈넉한 절간’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너나없이 겪고 있는 불경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면서도 희망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여기에 가판대에서 구입한 안경까지 피팅해 달라는 고객 아닌 고객이 늘면서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정녕 안경원의 A/S룰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제는 안경원이 수리비와 피팅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될 때라고 일선 안경사들은 말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적어도 2년 전까지는 안경원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안경과 인연을 맺고부터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와서 언제나 안경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온 천상 안경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판매가 너무 안되는 요즈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팅을 해달라는 손님이 찾아오는 바람에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에 안경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한두 해도 아니고 백화점이나 온라인에서 구입한 안경을 뒤처리해주는 일이 부쩍 늘어나면서 자신의 처지가 때때로 한심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대부분의 안경원은 선글라스 시즌이라는 여름철에 변변한 선글라스 한 장 제대로 팔지 못하고, 이름 있는 안경테는 이리저리 실컷 써본 후 휑하니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고른 안경을 실착해 보기 위해 안경원을 모델숍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안경사들은 이제까지 습관적으로 행하던 무료 관행을 끊어야 된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안경원은 수리도 공짜로 해주는 곳, 피팅도 군소리없이 해주는 곳이라는 타성을 안경사 스스로가 만들었듯이, 이제는 업권 회복이나 안경사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서라도 정당하게 A/S료를 청구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름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사전에 적힌 ‘A/S(after service)’는 <상품을 판 후에 제조업자가 그 상품에 대하여 무상 또는 유상으로 수리나 점검 등을 해 주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 뻔한 내용의 단어를 굳이 찾아본 이유는 A/S가 ‘상품을 판 후’, 또 ‘점검도 유상으로’라는 글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물건은 A/S 시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점검과 동일한 피팅도 유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안경원 A/S에 관한한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되는가. 기자가 인터뷰한 안경사들은 가망고객을 혹시라도 잃을지 모른다는 염려에서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경을 점검하고 바르게 잡아주는 피팅에 비용을 청구할 간 큰 안경원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판매 1년 지난 안경 수리시 청구 의견 다수
실제로 안경 수리와 피팅의 유료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인천지역의 대학가에서 G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P원장은 “학생들에게 피팅료는 말도 꺼낼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이나 백화점에서 안경을 구입한 학생들도 언젠가는 단골이 될 가능성이 커서 그냥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비록 다른 장소에서 안경을 구입한 사람이라도 친절하게 무료로 응대하면 언젠가는 고객이 되어 찾아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울 신당동의 Y안경원 관계자는 상권에 따라 유•무료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동네 주거지에 있는 안경원은 무상으로 해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반면에 경기지역의 S안경사는 다른 곳에서 구입한 제품은 피팅이라도 절대 무료로 해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곳이 곳곳에 널려 있을 정도로 시대가 변했는데 무료 서비스는 안된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소비자와 안경사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그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선글라스는 불량품이 많아 피팅 시 흠집이 생겨 시비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최근에 피팅을 해주며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자 설명을 했음에도 이를 변상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안경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험을 토로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S 안경사는 말끝에 안경 수리비는 물론 피팅료도 안경사협회에서 규정을 만들어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협회 명의로 안경 수리비나 피팅료의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통일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안경사의 정당한 전문 노동력을 무료 서비스로 치부당하는 현실이 억울하다고까지 했다.

심지어 수원역 근방에서 20년째 안경원을 운영하는 L원장은 피팅의 유료화는 물론 렌즈갈이 같은 경우는 두 배 이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렌즈갈이 고객이 부쩍 늘어나 안경원 소득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그는 5월만 해도 전체 고객 중 35%가 렌즈갈이 고객이었다고 했다.
서울 도곡동의 H안경사도 “렌즈갈이만 할 경우에는 렌즈 가격을 평소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칼바람처럼 매서운 불경기 때문이 아니라 렌즈갈이 비용을 상향시켜야 안경원이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안경원이 백화점이나 인터넷, 심지어 가판대에서 구입한 제품의 안경렌즈만 교체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대다수 안경사는 시대가 변한만큼 이제부터는 안경원에서 철저하게 A/S 기준을 만들어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판대까지 도수 안경테를 마구잡이로 판매하는 상황에서 무료 수리, 무료 피팅은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전제품도 구입 후 1년이 지나면 당연히 수리비를 내야 되고, 며칠 전에 구입한 형광등이 갑자기 불이 안들어와도 반품 교환이 안되는 세상에서 그동안 안경사들이 너무 과잉 친절, 과잉 서비스를 해왔다는 것이다.

안경사 전문성에 걸맞는 피팅료 청구는 당연
얼마 전 한 안경사가 인터넷에 ‘안경 피팅은 국가 공인 안경사의 전문적인 업무이므로 무료를 요구하면 안된다’는 글을 올린 후 곤욕을 치렀다. 사연이 공개되자마자 ‘굉장히 어이없다’, ‘장사 못하는 X들’, ‘안경하는 사람들 배가 불렀다’ 등의 악성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소비자에게 안경의 수리나 피팅이 무료 서비스 개념으로 폭넓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백화점 선글라스 매대 직원들은 자신들의 고객에게 안경원에서 피팅을 무료로 받으라고 안내까지 하고 있다. 전문 안경사의 노동력과 상관없이 안경의 수리나 피팅이 무료봉사 개념으로 폭넓고 뿌리 깊게 굳어져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형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의료기관 내의 안내데스크, 접수창구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가 쉽게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음식점마다 옥외 가격표시제를 실시케 했다. 지난 24일부터는 옥외 가격표시제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있기도 하다. 체계화 되어 있지 않은 안경의 수리비와 피팅료에 대한 업계의 자율 적용이나 정찰제의 도입이 가능한 이유다.

지금 적자에 허덕이는 일선 안경사들은 안경사협회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기도 하다. ‘가난 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을 알면서도 최소한 안경원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은 협회가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크고 작은 회무로 정신없이 바쁜 협회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안경원의 어려움을 마냥 모른척할 만큼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협회다.

그래서 매출 부진에 밤잠을 못이루는 많은 회원들은 동네 철물점의 출장비나 구두 수선집의 가격표에는 너그러우면서 유독 안경 수리비나 피팅료에 인색한 고객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영세 안경원을 돕는 협회, 안경사의 전문성과 특수성의 홍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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