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마트 욕심에 안경가격 ‘초죽음’
  • 합동취재반
  • 등록 2012-11-01 16:07:00

기사수정
  • 10월 25일부터 입점 안경원 통해 안경 반값 행사 전격 단행… 행사 제품 강제 할당, 1부씩 보관하는 계약서도 일방 회수
 
이마트 안경테 반값 행사 밀착 취재

골목 상권을 죽이는데 앞장 서는 곳으로 지칭되어 온 이마트가 결국 ‘반값 안경’을 들고 나와 일선 안경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통큰’ 또는 ‘반값’등 각종 가격 할인행사를 실시하여 영세상인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은 이마트가 끝내 안경테의 반값 판매를 내세우며 전국 안경원을 벼랑끝으로 몰아내고 있다.

최근 국내의 대표적 유통업체 중 하나인 신세계 이마트는 창립 19주년 기념으로 ‘10년전 가격’ 또는 ‘반값 행사’라는 이름의 가격 할인행사에 국내 안경 역사상 최초로 안경테를 반값 행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마트에 따르면 10월 25일부터 11월 2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안경테 반값 행사는 이마트 안경원 입점에 최대 실세로 알려진 ㈜S비전 K회장과 사전 기획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18종의 최신 인기모델 안경테 3만여 장을 기존 판매가 대비 50% 저렴한 4만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發 안경테 가격파괴에 안경원 날벼락

이마트는 특히 안경테 반값 행사로 일선 안경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전국의 120여 이마트 입점 안경원의 요청으로 행사를 공동 기획했으며, 안경테 제품 개발도 입점 안경원들의 자문을 통해 WAGNER(메탈), ULTEM(울템), TR-90(이중사출)의 3가지 소재 18개 모델을 선정한 후 대량생산 및 공동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안경테 반값 행사는 기존 유통과정의 거품을 빼보자는 첫 시도를 이해 당사자인 안경원들과 함께 공감하고 진행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이마트에 입점한 몇몇 안경원 원장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이번 반값 행사는 이마트 자체 조사에 의해 매장 규모에 따라 안경테가 500장 안팎으로 강제 할당되었음이 계약서에서도 확인되었다(특별행사 특약사항-<제3조 상품의 판매 및 판매대금 지급>의 1항 「‘갑’은 ‘을’에게 제2조에서 정한 상품을 행사 종료 후 즉시 ‘을’에게 판매하고 ‘을’은 이를 전량 인수한다」).

또한 행사계약도 이마트측의 주장과 다르게 매장 점포장이 입점 안경원 원장과 직접 맺은 후 계약서를 즉시 회수함으로써 도장만 받아가는 형식적인 계약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마트 입점 안경원 원장들에 따르면 하나같이 이마트가 미리 정한 기획과 형식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 공통된 주장이다.

행사 물품에 대한 결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입점 안경원 원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S비전이 계약서의 ‘갑’으로 되어 있는 이 ‘특별판매행사 대행 계약서’ 제4조(이행보증금 및 대행수수료)에는 「제품 입고 이전인 10월 12일까지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50%를 결제한다」만 명시되어 있을 뿐, 재고에 대한 반품 규정은 계약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또 매장 내 안경원이 행사 안경테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에 결제하는 방법도 안경테는 이마트 고객센터, 안경렌즈는 해당 안경원에 입금하는 이중 구조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전국의 안경사들이 이마트의 안경테 반값 행사에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이번 행사를 주도한 곳이 안경계의 원로가 운영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측은 이번 안경테 반값 행사가 입점 안경원들이 요청해 공동으로 기획된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안경업계는 이번 안경테 반값 행사에 S비전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S비전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특별행사의 계약 당사자로 S비전이 ‘갑’, 입점 안경원이 ‘을’로 명시된 점으로 미뤄볼 때 정황상 S비전이 이번 행사를 직•간접적으로 주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1년마다 매장을 재계약해야 되는 이마트의 주도력에 S비전이 이번 행사를 주도하는 이마트측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럼에도 S비전이 향후 이마트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안경계를 희생시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반값 행사 계약서에 S비전이 ‘갑’으로 명시

따라서 S비전은 향후 안경사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비전의 실질적인 경영주로 알려진 K회장은 대한안경사협회의 협회장을 두 번씩이나 역임한 안경계의 원로라는 점에서 안경사들이 더 크게 분노하고 있다.

특히 현재 안경사협회 게시판에서는 ‘징계의결요구서’에 따라 K회장의 행정처분 및 회원제명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공적인 자리나 사석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경사의 업권 보호와 강화를 외치던 인물이 안경계 전체에 큰 피해를 끼치는 행사에 앞장선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번 이마트 안경테 반값 행사에 밝은 한 안경사는 “비록 이마트의 방침에 S비전이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해도 이번 행사의 계약 주체가 S비전이 틀림없는 만큼 비난을 회피할 수 없고, 특히 안경사 협회장까지 지낸 대표성 있는 원로가 이를 묵인하고 승인한 것은 배신행위와 다름없다”며 “안경가격 파괴를 막아야 될 위치에 있는 원로가 행사에 앞장선 모습에 비애를 느낀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현재 이마트의 안경테 반값 행사는 전국적으로 광고되고 있다. 이마트는 ‘안경테 반값 도전, 시중가 대비 약 50,000원 이상 절약’이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전국에 무차별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여타 대형 할인마트 유사 행사에 촉각

결국 가뜩이나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안경원의 안경가격을 한순간에 반값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는 이마트의 이번 행사는 전국 안경원을 일순간에 허리케인 같은 파괴력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여기에 전국의 안경사들은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안경을 할인 행사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단순히 안경테를 전국의 이마트 매장에서 동시에 할인 판매한다고 해도 논란이 될 수 있으며, 향후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타 대형 할인마트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고, 그 결과 안경원은 쑥대밭이 될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이번 행사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안경은 복잡한 유통단계와 매장별로 상이한 판매가격으로 가격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번 행사가 유통구조 축소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안경테를 공급하는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마트의 이 같은 주장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많은 안경원들이 인위적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있는데다 불필요하고 복잡한 유통단계로 인해 가격이 부풀려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 여지마저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이번 행사에서 시중 안경원에 공급되는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안경테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대구지역 안경테 생산업체 S사, K사 등에서 생산되어 ULTEM(울템) 9,900원, WAGNER(메탈) 1만2,650원, TR-90(이중사출) 1만4,850원의 가격에 이마트 안경원에 공급된 행사 안경테는 생산 구입가나 소재 및 종류에 관계없이 4만9,900원에 일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행사 가격은 시중 안경원에서도 구입하기 힘든 가격이다. 비록 이마트가 그 규모와 유통 파워를 내세워 대량생산 및 공동구매를 해서 단가를 낮췄다고 하지만, 정작 안경 조제 및 판매의 핵심인 안경원보다 싼 가격에 공급받는 것은 안경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이번 반값 행사로 난감한 처지에 빠진 것은 이마트 입점 안경원도 마찬가지다.

이미 행사 제품과 유사한 안경테를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해온 입점 안경원으로서는 이 행사가 반가울리 없다.

만에 하나라도 기존 구매 고객들이 이번 행사의 가격을 시비하며 이의 제기나 환불을 요구할 소지가 다분하고, 그 결과 욕먹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는 것이 입점 안경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더구나 지방의 한 이마트에 입점한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이마트 안경테 반값 행사는 의도가 있는 행사라고 단정했다.

이미 어느 때부터인가 이마트가 안경원 인테리어를 일정한 콘셉트로 일체화 시키는 등 이제까지 없었던 의도적인 행태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또 예전에는 한 번도 적용하지 않던 안경을 반값행사에 포함시킨 것은 안경의 유통망 일원화, 즉 안경원 전체를 한 손에 거머쥐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마트의 이번 안경 할인행사는 5년뒤, 10년뒤를 내다보고 한번 찔러보는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마트의 강제 할당이 불공정 거래가 분명하다며 안경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행정기관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 관계자 통화에서도 불공정 사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판매촉진 비용에 대한 부담 및 판매목표 할당 등은 구체적인 사례 및 유통점에 대한 패널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서 판단해야 한다”며 “판매촉진 비용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판매목표 할당에 따른 과도한 비용을 부담 또는 패널티를 부가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거래상 지위남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의 늑장대응에 회원들 불만 고조

한편 이번 이마트의 반값 안경과 관련해 ㈔대한안경사협회(이하 대안협)의 안일한 대응에 안경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반값 안경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안협 홈페이지의 사랑방에 이미 행사 한 달 전에 올라왔는데도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안협 역시 이마트가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정작 반값 행사가 사실로 드러나자 뒤늦게 중앙회 일부 임원과 시도지부 임원 70여 명이 지난 23일에 이마트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곧이어 S비전을 방문하는 등 사후약방문 식의 늑장대응을 했다는 것이 안경사들의 지적이다.

대안협 소속의 일부 지부에서도 “대안협이 사전에 이 내용을 인지하고도 무관심하게 대응한 것이 이런 사태를 발생하게 한 이유 중 하나”라며 “대안협이 사전에 이마트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관계 부처에도 진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면 이런 어이없는 행사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안경사들이 유통 및 판매 이익 대신 전문가로서의 적절한 대가를 받는 풍토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안경사는 “이제부터 대안협은 안경 가격에 포함됐던 시력검사, 조제가공 및 피팅 비용을 별도로 청구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공산품인 안경테가 시력보정용으로 사용될 경우는 의료기기로 분류하는 등 안경사의 업권 보호를 위한 보호막 구실을 할 수 있는 법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국내 안경원의 연평균 매출은 ‘2억 1,850만원’ 국내 안경원의 2022년도 연평균 매출이 2021년보다 5.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국세청(청장 김창기)은 예비창업자 등이 생활업종 통계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계로 보는 생활업종’ 콘텐츠의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세통계포털(TASIS)을 통해 제공하는 ‘통계로 보는 생활업종’콘텐츠에선 업...
  2. 봄철 ‘항히스타민제’ 과용 주의 당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지난달에 봄철 꽃가루 등으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의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항히스타민제’의 올바른 사용정보를 공개했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주요 매개체인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 콧물, 재채기 등을 완화하는데 사용되며, 일반의약품...
  3. 미완의 국내 안경사법… 말레이시아에 답 있다 말레이시아의 안경사 관련법이 한국 안경사들이 획득•수행해야 할 모범 정답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 안경사들이 말레이시아 안경사법을 최종 목표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확실하게 업무 범위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 현재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은 눈과 관련한 전문가를 ①눈의 질환을 치료하는 안과의사 ②굴절...
  4. 망막박리 치료하는 인공 유리체 개발 망막박리 치료를 위한 인공 유리체가 개발되었다.  지난 1일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동아대학교병원 합동연구팀은 망막박리 치료에 알지네이트를 활용하는 연구결과를 과학 및 임상적 응용을 다루는 국제저널인 「Biomaterials」에 발표했다.  해당 솔루션은 해초에서 추출한 천연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하는데, 유리체는 수정...
  5. 안경사를 진정한 전문가로 만드는 안경 피팅④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에서 ‘킨들’을 성공한 것에 힘입어 개발한 것이 스마트폰인 ‘파이어폰(Fire Phone)이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14년에 출시한 파이어폰은 4.7인치 고화질의 터치스크린에 13메가 픽셀 카메라 내장 등 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