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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테는 이제 그만! 업계가 유행 이끌자”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2-05-03 13: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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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소매 신뢰 회복•투명한 결재 관행도 개선 필요… 대구 메탈테 공장, 뿔테 장기 유행으로 붕괴 일보 직전
안경의 꽃으로 불리는 안경테. 이 꽃이 시든 이유는 가격경쟁이나 온라인 판매, 디자인과 소재 개발의 부재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업계 전체를 절름발이가 된것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뿔테의 대유행 때문이다.

물론 뿔테의 유행으로 일부 제조•유통업체가 짭짤하게 재미를 본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오랜 기간 뿔테 열풍이 몰아치면서 가격도 예전만 못하고, 제조업체들이 너도나도 뿔테 생산에 매달리다 보니 이제는 업계 전체를 피로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국내 안경제조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구지역의 안경 생산 기반은 거의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경 부속품 생산업체들은 거의 없어지거나 연명에 가까운 형편이고, 메탈테 원부자재 업체는 물론 나사나 힌지 등의 부속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부속업체와 전문 인력이 업계를 떠나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실제로 통계청의 2004년도 사업체 기초조사 당시 대구 안경의 ‘종업원 4인 이하 업체’는 359개였는데 반해 2010년도 조사에서는 302개로 16%가 감소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보다 더 줄었을 것은 뻔한 일이다.

뿔테의 대유행은 안경원 매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저가의 뿔테 소비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메탈테 판매가 거의 실종된 상태에 빠지면서 수익이 떨어지고, 안경원이 포화 상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심지어 안경사의 안경조제 기술도 뿔테 영향으로 낙후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정도다.
여기에 더해 안경테 발전을 가로막는 이유 중에 안경원과 제조•유통업체의 불신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대구의 한 안경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생산업체들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많지만, 시장이 크지 못하는 이유는 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결제관행도 큰 몫을 차지한다”며 “공장 대부분이 영세해 기술 개발 능력이 없다보니 안경원까지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경업계의 꽃을 살리기 위해서는 생산과 도소매 간의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투명하고 신속한 결제관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안경테 업체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 개발이 시급한데, 유행 모델을 카피하는 안전형 수익 ‘신모델’만 생산하는 관행도 지양해야 할 점으로 꼽고 있다.

업계 스스로 유행 주도하는 노력 절실

지난해 대구국제안경전을 찾은 한 일본 바이어는 “동경광학전은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적어도 10개 이상은 되는데 한국은 1~2가지 밖에 안 보인다”며 “독창적인 디자인이 없이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국내 업체들의 제조 현실을 꼬집었다.

결국 국내 안경테 산업 발전의 핵심 요소는 디자인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생산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선 각 공정 파트의 포트폴리오 등 생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컬러도 주먹구구식 관행에서 탈피해 색채 조화 등을 세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경테가 발전하려면 세분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이를 생산에 유용하게 적용하고, 이것이 디자인 개발력을 향상시켜 생산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안경테를 포함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지난 2006년 최종 폐지되면서 이미 대기업의 안경업계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FTA 등이 본격 실시되면서 ‘코러스 마켓(KOR+US market)’의 등장과 함께 한•중, 한•일, 한•아세안 FTA 협약이 결론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생산업체 스스로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우선 안경테 산업의 중흥을 위해서는 대한안경사협회와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 등 유관단체들이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여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시 말해 안경테 유행을 업계 스스로가 만들어야 산업이 발전한다는 말이다. 의류산업의 경우에도 업체들이 합심해 한 해는 치마 길이가 짧은 미니가 유행하고, 그 다음 해에는 길이가 긴 롱치마로 해마다 패턴이 바뀌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처럼 안경테 유행도 업계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더해 이런 토양 위에서 안경 원산지위반에 대한 자체 단속, 세계적 고유 브랜드 및 신기술의 개발 등 업계 경쟁력 발전강화 방안이 추가된다면 안경테 산업은 이상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해리의 안재성 대표는 “센터와 조합 등이 합심하여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영세한 안경 제조업체들의 고급 기술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야 업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결국 국내 안경테 산업의 현주소는 안개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 안개에서 빠져나오려면 긴급한 수혈이 필요한 상태이고, 변화에 대한 새로운 탈바꿈과 도전만이 유일한 해방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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