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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 맞은 철테
  • 김태용기자
  • 등록 2012-03-09 16: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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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간 뿔테 유행하며 대구지역 철테 생산 기반 흔들… 한국 안경산업 미래 불투명
 
뿔테가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철테 안경이 수년째 된서리를 맞고 있다. 경기 불황기에 가격이 저렴하면서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는 상품이 잘 판매된다는 립스틱 효과와 서로 맞물리면서 뿔테가 10여년 가까이 롱런을 하는 것과 다르게 대구 안경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온 철테 안경의 생산 기반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뿔테의 장기집권(?)으로 이태리 벨루노(Belluno), 일본 후쿠이(福井), 중국 웬조우(溫州)와 함께 세계 4대 안경산지로 명성을 날리던 우리나라 대구지역의 철테 생산 기반은 오랜기간 계속되는 침체 여파로 그야말로 철퇴를 맞고 있다.

유행 5년 이어지면 각 공정 붕괴될 듯

대구 3공단에서 십 수 년 이상 메탈테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업체 관계자들은 대구의 철테 생산 인프라는 거의 무너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

대구 3공단에서 15년간 철테를 생산하던 D제조업체의 경우도 5년 전인 2007년 당시 메탈테 대 뿔테의 생산비중이 8대 2였는데, 현재는 그 비율이 완전히 역전돼 2대 8로 바뀌면서 직원 대부분을 내보내는 등 생산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이 업체의 공장장은 “대구 지역의 현재 철테 생산 기반은 기술자, 부속업체, 심지어 원자재 업체는 물론이고 협력업체까지 거의 없어지는 상태”라며 “이런 추세가 3~4년만 지속되면 대구 지역의 철테 생산은 회복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서 그는 “메탈테는 도금, 용접, 연마 등 최소 25가지 이상의 공정이 필요한 기술 협력형 산업”이라며 “몇몇 공정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와 기술자들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철테를 생산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3공단에서 30년 넘게 안경 도금업체를 운영 중인 J 대표도 지난해부터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여러 공장에서 주문받은 하청이 밀려 있었는데 지금은 그 당시보다 70% 가까이 감소했다”며 “수출업체와 몇몇 마담용 안경을 생산하는 내수업체들의 주문으로 근근이 버텨보지만 이런 상태를 언제까지 버틸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관세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08년 메탈테의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의 수입량은 해마다 줄어들어 2011년도는 약 3억 6천 톤에 불과했고, 이외에 구리, 니켈, 주석 등의 수입량역시 매년 4~12%까지 감소해 메탈테 생산 급감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나마 이런 수입량도 메탈테의 원자재는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 안경 생산에 90%가 집중돼 있는 형편이다.

철테 관련 원자재 수입량도 급감

뿔테의 인기는 지난 1월초 개최된 하우스 브랜드 연합 수주회(EFIS)에서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당시 수주회에서 선보인 제품의 80% 이상이 아세테이트 소재의 뿔테 컬렉션이었다. 어쩌다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철테라고 해도 겉면은 뿔테의 마티에르를 살린 특수 처리된 제품이어서 뿔테가 진열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산 동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수년전부터 안경원 진열대를 가장 넓게 차지한 제품은 뿔테고, 더구나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뿔테 판매가 늘어났다”며 “저소득층은 TR 소재의 뿔테를, 고소득층은 아세테이트 뿔테라는 고정된 소비 패턴이 정착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행을 주도하는 연예인들 대부분이 뿔테를 착용하고, 이에 영향을 받은 90%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뿔테를 쓴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출시되는 뿔테는 저렴한 가격에도 소재나 제품에 하자는 물론 디자인과 컬러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며, 앞으로 5년 이상은 뿔테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철테 소재ㆍ디자인 개발로 변화 유도해야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의 뿔테 열풍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주 등지로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출업체는 대부분 철테를 수출하고 있다.

한 수출업체의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정도부터 유럽 바이어들이 뿔테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는 단순한 관심 차원에서였을 뿐 외국의 주된 트렌드는 변함없이 철테”라며 “우리나라 뿔테가 그나마 중국보다 우월한 아이템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국산 뿔테는 TR 등 저가 뿔테들이 대부분이고, 고급 뿔테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고급 아세테이트 재질의 뿔테라서 한국의 안경산업을 전체적으로 보면 계속 퇴보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 내수 생산업체의 관계자 역시 “뿔테가 워낙 강력하다보니 메탈테 생산은 아예 꿈도 못꾼다”며 “하지만 문제는 막상 철테가 다시 유행됐을 때 대구의 안경테 업체들이 이를 대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몰락하고 있는 철테 생산 여건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결국 10년 가까이 인기를 모으면서 국내 안경업계 전반의 총 매출액까지 크게 떨어트리는 뿔테의 강세로 벼랑 끝에 몰린 철테를 이대로 방치하느냐, 아니면 대구 안경테 생산업체들이 모델 및 소재 개발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철테를 되살리느냐는 오직 대구지역의 전체 생산업체에 딸린 문제이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정부 지원 등의 모색도 한국 안경업계의 내일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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