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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본부 ‘뜨고’… 제조•유통업체 ‘지고’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1-07-18 17: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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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랜차이즈의 PB 상품 비중은 해마다 증가… 주문량 줄면서 제조•유통업체 위기감 확산
체인본부 對 제조•유통업체 동향 긴급진단

박스형 안경원의 체인화가 가속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안경 제조•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안경원의 체인화가 증가할수록 기존 유통업체들의 판매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체인본부와 유통업체가 동전의 양면처럼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경렌즈 도매업체들의 경우, 기존 거래 안경원이 체인화 되면서 렌즈의 공급이 끊기거나 줄어들면서 앞으로 2~3년 후에는 렌즈 도매업체들의 설 땅이 없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경업계에서 체인화의 급속한 확장으로 PB (private brand) 상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유통 시스템의 지각변동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도 안산시의 모 프랜차이즈 안경원만 해도 전체 구비 상품의 약 30% 이상이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급한 PB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아이템도 안경테를 비롯해 안경렌즈, 콘택트렌즈, 부대용품까지 다양하게 구색을 갖춰놓고 있다.

이 안경원의 P원장은 “불과 3~4년 전만 해도 PB상품의 진열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매년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그 비중이 내년 상반기에는 절반 가까이에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프랜차이즈에만 공급되는 PB상품이란 희소성 때문에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는 장점으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마진 면에서도 PB 상품이 여느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원래 PB상품이란 보통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 대형 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이다. 최종 판매자가 직접 상품의 기획•개발•생산 및 판매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자적으로 수행해 그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목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인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전국 대형마트 상품 구성조사’를 보면, 마트의 전체 제품 중 평균 21.4%가 PB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 4월 롯데마트는 “오는 2013년까지 PB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즉, PB는 기존의 생산-도매-소매라는 유통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안티-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희소성•가격경쟁력으로 PB상품 급부상

안경업계에서도 PB의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D社는 올해 초반 자체 Rx렌즈의 PB상품을 선보여 안경렌즈 도매업체들의 분노를 샀다. ‘싱글비전만 PB로 한다’는 그간의 협정을 깨고 Rx렌즈까지 PB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또 다른 프랜차이즈 H社는 최근 특화된 코팅렌즈를 런칭했는데, 곧 Rx렌즈까지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해져 도매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인 T社도 지난 2월에 2개 이상의 PB 아이웨어 브랜드를 출시했고,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C社는 현재 국내 최대의 여성 의류 쇼핑몰에 PB 컬러렌즈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안경 케이스와 클리너를 제조하는 S社도 앞서 소개한 D社와 T社에 각각 PB 케이스를 제조•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의 우려 속에 올해 3월 프랜차이즈 업계에 첫 발을 내딛은 L社는 전체 가맹점의 SPA(Speciality retailer(전문점)+Private label(자체 브랜드)+ Apparel(의류)) 스토어를 표방하며 전 제품의 PB 상품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유통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프랜차이즈 D社의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제거한 PB상품은 안경원에 가격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전달케 해주는 장점이 있다”며 “이에 대한 가맹점의 만족도 역시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자사는 다양한 PB상품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안경업계의 PB 비율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재 PB의 증가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안경렌즈 도매업체들이다.

지난 1월 한국안경렌즈도매협회(회장 김영환)는 긴급상임이사회를 통해 안경렌즈 제조업체들에게 국산 PB렌즈의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PB안경렌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도매업체들의 비명을 간과한다면 전체 안경렌즈 도매업체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위기감이 결의안으로 나타난 것이다.

안경렌즈 뿐만 아니라 아이웨어 도매업체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상탁)의 한 회원업체 대표는 “제조업체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요구로 PB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도매업체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그 대응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납품업체 가격 인하 요구로 제품력 저하 우려

PB상품은 장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체인업체로서는 가맹점의 이익 창출이라는 명분 이외에 본부와 가맹점의 결속력 강화, 본부의 수익 창출에 PB상품의 개발이 절실하기도 하다.

또한 최종 소비자와의 직접 거래하게 됨으로써 본부의 유통 채널이 담당하고 있는 광고, 제품 구색 및 조사활동, 협상, 물류관리 등의 기능이 수월해 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PB상품은 여러 가지 폐단도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선 체인본부의 PB상품이 늘어나면 본부의 잠재적 리스크가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잘못 공급된 PB상품의 경우 체인본부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가맹점과의 마찰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체인본부의 부실화를 부추키면서 소비자의 불만도 커질 수 있는 것이 PB상품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형마트 PB상품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유재중 의원은 대형마트의 PB상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회수명령을 받은 제품의 회수율은 1.9%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대형마트의 요구에 맞춰 납품업체가 가격을 내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PB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PB상품이 늘어날수록 국내 안경업계 전체에 제품 개발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체인본부의 맞춤형 PB상품이 성행하면서 기존에 목숨을 걸고 개발 출시되던 갖가지 안경류가 몇 군데 체인본부로 집중되면서 개발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PB상품이 성행할수록 기존의 박스 안경원은 제품의 다양한 구비가 어려워지고, 축소된 유통업체들로 인해 사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직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시화될 소지가 많은 대목이다.

대구의 한 안경 제조업체 대표는 “전국 안경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들이 PB만을 선호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일반 국산 브랜드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며 “질 좋은 안경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다면 생산 터전을 잃은 대다수 업체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영세 제조업체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의 PB 상품을 OEM 생산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PB상품의 매출 비중이 증가할수록 프랜차이즈 업체는 유통 경로에 대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이는 곧 프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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