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경사들은 수십 년 전에 제정된 법 테두리 속에 업무범위가 갇혀 있다.
그러나 특히 독일의 안경원에서는 검안의 정확도와 고객중심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정밀장비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펜타캠(Pentacam; 각막지형도 검사기)’이다.
펜타캠은 각막 표면뿐 아니라 각막의 투명도, 각막 두께, 각막 굴절률, 그리고 수정체 상태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로 안경사가 보다 객관적인 처방과 고객 상담을 가능하게 해준다.
펜타캠을 사용하면 각막에 생긴 흉터나 불투명한 부위를 선명하게 시각화할 수 있고, 수정체의 투명도 변화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안구 전면부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측정 이미지를 바탕으로 설명을 할 수 있어 고객이 자신의 눈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고객의 기대나 우려사항, 그리고 생활환경 등을 함께 고려한 맞춤형 상담이 이뤄진다.
이는 안경 처방의 정확도를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넘어서 고객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장비는 단지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예컨대 하드 콘택트렌즈를 처방할 때 각막 전면부의 정밀 측정은 필수이며, 각막과 수정체의 수차를 통해 굴절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광학 중심을 찾을 수 있다.
수정체의 불투명도가 광학 영역을 침범하는 정도에 따라 콘택트렌즈뿐만 아니라 안경렌즈의 도수와 설계 방향도 달라진다.
이처럼 펜타캠은 과학적이고 정밀한 안경 처방을 위한 핵심도구다.
더 나아가 펜타캠은 단순 처방을 넘어 장기적인 눈 건강관리에도 기여한다.
예를 들어 백내장 초기 단계의 환자는 안경원에서 경과를 추적하며 모니터링할 수 있고, 적절한 시점에 안과로 연계함으로써 조기진단과 수술 시기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백내장 진단을 받는 환자들 중 새 안경을 맞추러 안경원에 방문했다가 안과로 보내져 방문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치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펜타캠을 기본 장비로 사용
최근 몇 년간 유럽 안과학계 및 안경광학계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근시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펜타캠의 안축장 측정 기능은 근시의 진행 정도와 방향을 예측하는데 유용하며, 그에 따른 시력관리 전략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다.
각막 단층 촬영, 전면부 형태 분석, 그리고 굴절 이상 예측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안경사가 보다 체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을 통일된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하면 고객별로 장기적인 눈 건강 이력을 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시력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안경사법은 이러한 기술의 도입을 ‘의료행위 침범’이라는 논리로 막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펜타캠은 더 이상 첨단기술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안경사의 기본 장비로 활용되어 왔다.
매년 해외 학회나 광학전에서 쏟아지는 최신 시력 분석기술과 기기들은 정작 국내 안경사에게는 법의 장벽으로 인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도수 측정’이라는 한정된 프레임 속에서 시대에 뒤처진 방식으로 국민의 시 건강에 대해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국민들의 시 건강에 대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안경사가 단지 판매업무에 머무는 시대는 끝났다.
안경사 관련 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안경사들이 국민 눈 건강의 1차 수문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기술이 뒷받침되는 전문 서비스야말로 현대 안경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