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안경산업의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간 안경계에 신나고 유쾌한 일들이 없다보니 밝게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이 커지기보다 경쟁만 일삼으니 앞날이 불투명하고 기대감이 작아지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소속원들이 단단하게 뭉치는 결기(結己)도 필요하고, 업계를 강력하게 이끌 지도자도 출현해야 하는데 지난 20년은 아쉬움이 많은 세월이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28년에 걸쳐 집필한 「역사의 연구」에서 국가든 소규모 집단이든 ‘창조적 소수자’가 없으면 그 어떤 곳도 침체된다고 말했다.
또 토인비는 이 저서에서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 되풀이된다고 했다.
다만 외부환경으로부터 도전이 있을 때 응전하지 못하면 쇠퇴하고, 고난이 닥쳤을 때 힘을 합쳐 도전하면 성공한다고 설파했다.
국가이든 소규모 회사이든 창조적 소수자가 혁신과 창조로 도전하면 미래가 보장되고, 그렇지 않은 집단은 혼란과 쇠퇴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구려를 보아도 토인비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를 건국한 시조에 대한 시비는 차치(且置)하고라도 창건자 주몽은 건국이념과 연호를 ‘다물(多勿)’, 즉 ‘땅을 되물려 찾는다’로 정했다.
주몽이 ‘옛 땅을 다시 찾겠다’는 것을 국가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주몽은 고구려인들과 한마음으로 옛 땅을 찾는 영토 회복의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 결과 초기에는 한반도 북부와 남만주 일대에 불과했던 고구려가 나중에는 한강 유역을 포함해 한반도 중•북부와 요동을 거쳐 만주와 내몽골 일대의 거란족 일부까지 세력권에 편입시키며 명실상부 지역 패권국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혁혁한 성과는 주몽 이후 연이어 등장한 미천왕,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등 명군들의 변함없는 의지의 덕분이지만, 분명한 것은 창조적 소수자의 역할이 큰 때문이다.
국내 안경산업도 한때는 세계 3대 안경산지로 꼽힐 만큼 신바람 나는 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고품질 안경 가운데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변방에 물러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거센 공세에 도전과 응전, 창조와 혁신에 나서지 못하면서 안경의 변방 국가로 밀려난 것이다.
추락 중에서 가장 무서운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이다.
한때 핀란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에서 14년여 맹위를 떨치던 ‘노키아’ 휴대폰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뒤처지더니 지금은 거의 흔적이 없을 만큼 끝없이 추락했다.
어느 산업이든 추락이 길어지면 업계 전체가 생기를 잃는다.
국내 안경광학과 졸업생들이 안경원이나 관련 산업을 외면하고 타 업종을 찾는 것은 그만큼 업계에 생기가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산업은 이미 절반은 죽은 산업이다.
이제 안경계 인사들은 더 이상 주춤거리지 말고 미래를 위해 도전과 응전에 나서자.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