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재외국민이라면 아이를 안과에 데리고 갔을 때 가장 생소하게 다가오는 공간이 있다.
독일어로는 ‘Sehschule’로 ‘보다’라는 뜻의 ‘Sehen’과 ‘학교’라는 뜻의 ‘Schule’가 합쳐진 용어다.
‘보는 학교’ ‘보는 것을 배우는 학교’ 등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필자 역시 독일어로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이 용어를 한국어에는 상응하는 단어가 없기에 번역하기가 까다롭다.
타이틀에 ‘시기능 검안센터’라고 번역하긴 했지만 의미가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독일에서는 개인 안과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안과라면 ‘제슐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제슐레에서는 어떤 중요한 업무를 하는 곳인가.
제슐레에서는 ‘Orthoptist’라는 시기능 전문 검사자가 안과의의 ‘지도’아래 단안, 양안시의 시기능, 시지각 등을 평가, 검사한다.
독일에서 옵토옵티스트는 Orthoptik이라는 3년 과정의 국가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한 전문인으로, Orthoptik의 어원은 그리스어 ‘-orthos(바르게)’‘-opsis(보다)’의 단어에서 비롯됐다.
▲ 어린이에 대한 검안이 이뤄지고 있는 독일 뮌헨市(상단)와 라이프치히市의 제슐레 모습.
독일에서 옵토옵티스트는 굴절이상, 약시, 사시, 양안시, 단시 이상, 시기능 이상 등의 분야의 예방과 진단 및 치료를 담당한다.
예방 목적으로 환자의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는 유아가 1살 되기 이전에, 반면에 가족력이 없더라도 2살 이전 모든 어린이들을 제슐레에서 검사받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독일에서 안과 예약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매우 어렵다.
빠르면 3개월 이내 경우에 따라 1년 뒤에나 예약을 잡을 수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유아를 둔 부모들은 안과예약을 서둘러 진행을 한다.
타각적 굴절검사 제한하는 한국
굴절이상 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독일에서는 어린이의 경우 조절마비 굴절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최초로 안경을 맞추는 경우, 또는 약시 의심, 부등시 의심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절 마비 굴절검사를 시행하는 비중이 적다.
타각적 굴절검사를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경사들의 타각적 굴절검사를 제한하는 목적이 정말 국민의 시 건강을 우선했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편 안경사와는 구분이 있지만, 옵토옵티스트들의 영역 역시 한국에서 안경광학을 공부한 학생들이라면 이미 정규 학업과정에서 이론과 실기를 모두 이수하고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독일에서는 옵토옵티스트의 인력난이 심해서 병원마다 모셔가려고 하기 때문에 독일 취업을 생각하고 있는 안경광학과 학생이라면 옵토옵티스트 분야 역시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지금까지 본 내용을 읽은 독자 분들이라면 왜 한국 안과에는 상응하는 부서가 없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독일은 각 전문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반면, 한국은 안경사들의 전문 분야까지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옵토옵티스트들의 영역 역시 한국에서 활성화되길 바라며, 한국의 안경광학과 졸업생들의 진로가 더욱 다양해지길 기대한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