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실비아 폰 하르덴의 초상

오토 딕스(1891~1969)는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해 3년간 자신이 전장에서 겪은 참상과 전쟁으로 야기된 도시의 비극을 잔인하리만치 생생하게 묘사한 20세기 초 독일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 대표화가다.
1926년의 어느 날, 화가는 독일 베를린 시내를 걷던 한 여성에게 불쑥 다가가 “나는 당신을 반드시 그려야 해요! 당신의 모든 게 이 시대를 대변합니다”라고 그녀에게 초상화 모델을 제의했다.
작품의 모델인 실비아는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시집도 출판한 독신의 작가 겸 여성 기자였다.
작품에서 그녀는 분홍색으로 꾸며진 카페 한구석에 보브 헤어스타일의 짧은 머리와 몸매를 완전히 가리는 체크무늬의 빨간 에이라인 원피스를 입고, 테이블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명색이 기자인데도 테이블 위에는 메모지 한 장 없이 누런 이를 드러낸 채 남자 손같이 큼직한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있다.
평소 바쁘게 글을 쓰느라 근시안이 되어버린 오른 눈에는 시커먼 테의 단안경을 착용한 채 짙은 화장에 찡그린 표정, 흘러내린 한쪽 스타킹 차림 등에서 여성 기자의 고단한 삶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화가는 실비아를 통해 1차 대전 이전 독일사회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길들여 있던 일반적인 독일 남성들의 전후 새롭게 등장한 신여성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성냥팔이

지나가는 개도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싸고 갈 정도의 비참한 그의 모습이 보이는가.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구걸을 하고 있는 상이군인인 성냥팔이의 자화상이다.
오토딕스는 ‘세상에는 설명이 불필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나는 철학자가 아니다. 나에겐 말보다 행위가 더 중요하다. 나는 현실에 실재하는 것들과 진실을 위해 말할 것들을 그림으
로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장에서 불구가 된 참전용사들과 거리의 매춘부, 전쟁이 낳은 과부와 고아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전쟁의 비참함과 함께 인간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