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피가로를 읽는 여인-

중년의 부인이 근용안경(돋보기)을 낀 채 소파에 반듯이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초상화 작품이다.
신문은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 피가로」이며, 작품에서 여인은 1면 정치면 기사를 읽고 있다.
그 당시 이런 안경을 끼고 단정하게 빗어 올린 검은색 머리와 흰색의 드레스를 차려 입은 모습과 실내공간에는 전신용 거울까지 있는 것을 봐서는 그녀가 파리의 지성인이자 귀부인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한다.
미국 피츠버그 근교의 재력가 집안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메리 커셋은 당시 상류층 자녀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이던 유럽여행(지금의 우리나라 학생들의 해외연수나 배낭여행)을 4년간이나 하던 중, 파리국제박람회에서 접한 그림들에 깊은 감동을 느꼈고 이에 화가가 되리라 맘먹는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막내딸이 화가가 되는 것을 심하게 반대해 위기가 됐지만, 어머니는 딸의 결심을 오히려 지지해 주었을 정도로 신뢰했다.
이 작품의 모델은 바로 그 화가의 어머니 캐서린이다.
어머니의 지원 덕분에 15세에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4년간 미술교육을 받지만 이미 유럽 대가들의 그림을 경험한 그녀 수준엔 진부한 아카데미 교육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졸업을 앞두고 그녀는 당시 예술의 중심무대인 파리로 간다.
파리에서 본격적인 화가활동을 하게 된 메리 커셋은 인상주의 화가들 중 에드가 드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미국 출신의 여류화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메리는 인상주의 기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파리의 중상층 여인들의 일상생활을 다루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갔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메리는 65세였던 1911년 당뇨와 류머티즘, 그리고 백내장 진단을 받게 되었고, 3년 후 거의 장님 판정까지 받으면서 붓을 놓게 된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여성참정권 운동에 참여하며 작품전시를 계속했고, 전쟁 난민들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었던 그녀는 1926년 83세의 나이에 당뇨 합병증으로 눈을 감는다.
-검은 옷을 입고 오페라 관람석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VIP관람석에 앉아 오페라 안경을 통해 뭔가를 보고 있다.
그런데 멀리 다른 관람석에선 누군가의 앞을 가로막으면서까지 몸을 쑥 빼고 노골적으로 그녀를 훔쳐보는 남자가 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잿밥에만 관심을 갖고 오페라 극장을 찾았던 19세기 파리 부르주아 남성들의 흔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