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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6-12-30 16: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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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로 가는 긴 뱀처럼 서둘러 해가 넘어가는 때라 눈앞으로 지나가는 세월을 보며 오랫동안 상념에 젖어있다. 


나이 든 얼굴은 움츠러들어 귀밑머리엔 서리가 내려앉고, 추위는 기세등등하여 나뭇가지엔 눈이 얹혀 있다. 글 읽는 사람이니 스스로 힘써야 할뿐 청산 밖 세상사야 내가 뭘 알겠는가. 아름다운 약속을 남겨 술동이를 가득 채워 놓고서 꽃을 피우는 첫 번째 바람이 부는 그날을 기다리노라.


성호(星湖, 181~1763) 선생이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에 썼다. 세밑에는 잊고 지내던 세월의 흐름이 의식 속에 들어오고, 내 나이와 건강과 해놓은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즐거운 기억에 젖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대개는 주름살 깊어진 얼굴처럼 우울함을 자아낸다. 남이나 세상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다. 성호 같은 철인(哲人)도 청산 밖 세상사는 모르겠다고 했다. 꽃 피나 봄이나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가고 올 때 느끼는 소회(所懷)는 옛날이나 오늘이나 비슷하리라 본다. 과거를 붙는 것은 부질없다. 


인간의 양적인 길이지만 의미의 깊이이기도 하다. 시간이 의미가 될 때 시간은 언제나 현재가 되고 영원이 된다. 시간은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는 사람에게 시간을 자신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내어준다. 그것은 바로 행복이다.


행복한 사람의 하루하루는 좋은 날일 수밖에 없다. 낡은 것이 극치에 다다랐을 때 그 과거를 떠나보냄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것을 맞아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어제 떠올랐던 태양과 오늘 떠오른 태양이 다를 것 하나 없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바뀐 숫자와 더불어 늘 어떤 새로운 세상이 우리 앞에 열리기를 꿈꾼다. 낡은 달력을 버리고 새 달력을 거는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니더라도 아무렴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다는 착각이라도 좀 키워야 살아갈 맛이 나지 않겠는가. 


새해의 첫 과제는 ‘우정’을 키워나가는 일에 모든 정열을 쏟았으면 한다. 내 삶의 고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봐야한다는 명확한 시선. 그 시선을 날카롭게 의식해야 한다. 


우정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건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정을 몇 가지로 분류해 보면 첫째 쾌락을 조건으로 하는 우정, 둘째 이득을 배경으로 하는 우정, 세네카가 이득이 없는 곳에 우정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셋째로는 인간의 선의(善意)에 뿌리내린 우정, 내면의 성장을 가능케 해주는 참다운 우정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이처럼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다. 장점을 과시해 얻어내거나 돈으로 사는 것은 우정이 아니다.


참다운 우정은 대가없이 거저 주어진다. 소통 없는 소신은 고통을 낳는다.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나홀로족’이 늘고 있단다. 외동이 많은 지금의 20~30대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데 익숙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나홀로족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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