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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안경시장… 안경원‘산넘어 산’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6-11-15 19:47:46
  • 수정 2016-11-15 19: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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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사 최후의 보루‘누진다초점렌즈’전국 곳곳서 가격파격 바람
  • 수년 내 온라인 검안과 판매 가시화도 안경원에 큰 먹구름


국내 안경시장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안경사의 마지막 자존심’ ‘안경원의 최후 아이템’으로 불리던 누진다초점렌즈가 할인경쟁에 휘둘리며 가격이 끝없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진렌즈 가격이 속절없이 가격경쟁에 휘둘리는 이유는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의 U안경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U안경원이 오픈한 서울 관악구는 물론 부평에 이어 대구, 부산까지 U안경원이 오픈한 인근의 5개 지역은 누진렌즈 가격경쟁이 유독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한편에서는 누진렌즈 가격을 강력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경쟁 체제에서 가격하락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 업계 일각에서는 일선 안경원이 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누진렌즈 가격 하락 이후를 대비해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안경시장의 변화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U안경원이 온라인 블로그에 제시한 누진렌즈와 콘택트의 가격표(①~②)와 P안경원의 콘택트 가격표(③). 미국에서 백내장 치료 등에 이용되고 있는 망막 진단용 애플리케이션의 시연 모습(④).

국내 이어 해외도 안경 가격할인 한창

국내 안경시장에서 누진렌즈의 반값할인에 적극 나선 마포구의 P안경원과 관악구의 U안경원은 전국 안경사에게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들 안경원은 인터넷 온라인의 블로그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안경 가격을 파격가로 공개해 고객을 유혹함으로써 주변 안경원은 물론 전국의 안경 가격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가장 문제되는 누진다초점렌즈의 경우 U안경원 2호점이 온라인에 제시한 가격은 개업기념 이벤트로 연중 60% 세일행사를 벌이고 있다. 수입 누진렌즈를 최하 6만 9천원부터 판매하고 있는 것.


마포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안경사의 마지막 자존심인 누진다초점렌즈는 30가지 이상의 검안과 전문가의 기술이 필요한 전문 의료기기인데 이를 가격경쟁에 내모는 것은 배신행위”라며 “미국 동부의 대부분의 주는 단순한 중굴절렌즈를 검안해도 최소 100달러(한화로 약 11만 7천원)를 청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많은 검사과정과 세밀한 피팅을 거치는 누진다초점렌즈를 반값도 안 되는 60%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안경원을 모두 폐업시키겠다는 말이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사실상 이들 안경원은 누진다초점렌즈 이외에 콘택트렌즈까지 가격파괴에 나서며 주변 안경원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U안경원 대구 5호점 같은 경우는 오픈 이벤트 행사로 국산 N사의 콘택트렌즈를 43.6%, A사는 67.5%, M사 34% 등 평균 46%의 할인에 들어가 인근의 안경사들에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구나 주변 안경사들은 소비자들이 ‘정말 싼 곳을 발견했다’며 주위에 이 소식을 열심히 퍼나르는 상황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 결과 주변 안경원도 어쩔 수 없이 가격경쟁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U안경원은 홈페이지에 ‘체인점 가입조건’이란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 내용은 ▶타 안경체인 안경원은 가맹 거절 ▶66㎡(약 20평) 이하 개설 ▶시스템 공유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 판매 등이다. U안경원의 원장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안경원 앞으로 50개 더 오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그의 계획처럼 가맹점이 착착 진행 중인 상태다.


국내 한 외국계 안경렌즈 유통업체의 대표는 “주변에서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U안경원 원장이 가격파괴 이후 수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자랑한다”며 “국내 안경시장은 특별한 서비스와 기술 없이 오직 가격할인만 내세우는 안경원이 늘어나면 급격히 붕괴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현재 서울의 두 곳에 이어 경기도 부천 3호점을 오픈한 U안경원은 부산의 4점, 또 11월초에 대구에서 5호점을 오픈하며 안경 프랜차이즈를 전국으로 본격 확대하고 있다.


2015년 초반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P안경원이 ‘누진다초점렌즈 50% 할인, 양심적인 가격, 풍부한 실무경험’을 내세우며 누구도 손대지 않았던 누진렌즈의 할인에 나선 이후 U안경원이 누진렌즈를 뿔테나 콘택트처럼 ‘1+1 이벤트’의 아이템으로 전락시키는 파격 이벤트로 시장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U안경원이 입점한 전국의 5개 주변 지역은 심각한 가격경쟁에 휩싸여 있다. 서로 죽고살기식의 판매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U안경원은 서울 부천에 3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부산과 대구는 가맹 체인점으로 알려졌다.



안경 가격파괴 이후 시장 변화 분석 절실

그러나 외국도 안경의 가격파괴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안경렌즈 생산•유통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탑 5에 드는 안경 프랜차이즈 바오다오 안경(寶島眼鏡)이 가맹점 200곳과 해약하고, 중국 최대의 온라인 숍 알라딘의 2015년 안경 매출이 전년대비 110% 이상 성장했다”며 “이런 업체들의 유통 변화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마켓을 선호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국내 안경시장도 수년 내에 온라인으로 도수안경을 판매해 성공한 미국의 warby parker社 같은 판매시스템이 출현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안경원은 저마다 생존 해법을 찾아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U안경원은 오프라인의 가격파괴라는 ‘작은 변화’에 불과하고, 그보다 더 큰 ‘온/오프라인 마켓의 격변’이 업계에 불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국내 누진렌즈시장이 온/오프라인 마켓이 혼재하면 안경원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앞으로는 누진렌즈를 온라인으로 검안하고 안경을 배송 받는 시대를 맞이할지 모른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2014년 초 미국검안협회(American Optometric Association, AOA)는 보스턴의 Beth Israel Deaconess사와 온라인 검안과 관련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온라인 검안은 AOA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눈을 촬영한 영상을 안경사(=검안사)에게 전송하면 누진다초점렌즈의 조제가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 누진렌즈가 온라인을 통해 검안과 배송이 가능한 시대가 코앞에 다가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7대 미래사업을 선정해 미래화에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의료계의 원격진료이다.


아직 법제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이번 20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의 상정을 준비 중인 만큼 이 문제는 수년 내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의료계의 원격진료가 현실화되면 사실상 시력의 온라인 검안과 안경류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국내 안경시장은 누진렌즈의 가격파괴라는 함정이 곳곳에 생기는 와중에 온라인에서의 검안과 판매라는 거대한 변화 물결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일선 안경사들이 하루 빨리 현명한 해법 찾기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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