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옥시가 콘택트렌즈 다목적 관리용액으로 번질 조짐이다.
최근 모 공중파 방송에서 ‘가습기 살균 성분을 눈에? 렌즈 세척액 주의’란 제호로 콘택트렌즈 관리용액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첨가되었다며 사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의 물질은 관리용액에 보존제로 첨가되는 염산폴리헥사메틸렌 비구아니드(PHMB)로써 이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는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PHMG)과 매우 유사한 성분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콘택트 관리용액을 생산 유통하는 업체들은 때 아닌 불똥에 전전긍긍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콘택트 관리용액 성분 논란에 휩싸인 모 업체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공고를 통해 ‘자사의 관리용액에 들어 있는 PHMB 성분은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PHMG와는 다른 성분으로써 특히 렌즈 관리용액으로 사용 시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성분’이라며 ‘약사법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자사 제품은 1994년에 공인된 시험기관을 통해 세포독성시험 등 엄격한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해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방송 보도 이후 각종 온라인 블로그 등에는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해 보고 깜짝 놀랐다’ ‘가습기 살균제도 처음엔 안전하다고 주장했지’ ‘콘택트렌즈 그만 쓰고 수술하든가 안경으로 바꿔야겠다’ 등 이를 우려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십 건씩 올라오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의 한 안경광학과 교수는 “실험실에서 직접적으로 PHMB의 관련 시험을 실시한 적은 없지만 해당 제품은 한국 식약처와 미국 FDA에서 품질의 안전성을 인정받은 허가 제품”이라며 “다만 다목적용액은 소비자의 편리성을 위해 세척, 소독, 보관을 동시에 처리하는 화학용액이어서 렌즈를 세척한 후에는 식염수로 다시 헹구고 착용하는 것이 눈에 자극을 덜어준다”고 조언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안광과 교수 역시 “렌즈를 세척하는 용도로 사용할 때의 PHMB 성분의 안전성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며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것에 의하면 동일한 화학성분이라도 호흡기와 각막의 세포 등 인체 장기에 따라 반응이 전부 달라서 콘택트렌즈 관리용액으로 사용되는 PHMB은 눈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관리용액의 PHMB가 사회 문제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PHMB는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티슈, 부직포, 샴푸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문제가 된 PHMG와 구아니딘(PGH) 뿐만 아니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다른 성분들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면서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던 성분들의 유해성을 전반적으로 모두 점검하겠다는 것이어서 관련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염산폴리헥사메틸렌 비구아니드(Polyhexamethylenebiguanide hydrochloride, PHMB)? PHMB는 1977년 수술 전 항균소독용으로 특허를 받은 성분으로 이후 ‘Baquacil’이라는 수영장 소독약품 브랜드로 널리 쓰였다. 현재 렌즈보존액 이외에 구강세정제, 소독붕대, 의료기기 살균소독제, 방역소독제, 주방기구, 청소용품 등 각종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다. 구아니드 계열의 살균소독제가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이유는 눈에 넣어도 될 만큼 자극성이 적고 낮은 농도에서도 효율적으로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PHMB는 식약처에 살균소독제로 허가를 받은 것 이외에 미국 FDA에 메디컬 디바이스 용도의 살균제로 승인이 되는 등 안전성 면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