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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브랜드와 생산자… 그 상생의 길
  • 윤경식 대표
  • 등록 2015-10-16 18: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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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경시장의 규모는 대략 연간 약 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은 수출 부문이 상당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한국인이 소유하고 국내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생산하는 안경 또한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생산자는 수출시장에 거의 대부분의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생산된 안경은 그만그만한 수량이 유통될 뿐이다.

아세테이트 등 일부 소재의 경우에 한국에서 생산한다고 하는 말도, 아니 하겠다는 의지도 공염불일 뿐이다.

한국의 안경생산 현장은 전 부문에 걸쳐 이미 조화가 깨져 있는 상태다. 동대문 패션의 경쟁력은 전 부문에 걸쳐 조화로운 생산 연계체계가 굳건히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안경시장에도 가끔씩 몇 십만 장이 팔리는 대박 제품이 등장하지만 이는 희박한 확률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시장에서 특정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몇 십만 장 팔리는 현상은 영화에서 천 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현상이듯이 결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생산자는 한 번 계약하면 몇 만장 또는 몇 십 만장이 수출되는 외국의 오더를 진행하는 과정의 묘미를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큰 규모의 오더는 공장의 가동률을 채울 수 있다.

그러한 생산자에게 어쩌다가 브랜드 디자이너가 찾아와서 복잡한 샘플제작을 의뢰하는데, 샘플이 완성된다고 반드시 오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설사 오더가 성사되어도 고작 모델 당 이~삼백 장에 불과하다.

그 결과 생산자는 내수시장의 주문은 까다로우면서 수량이 적다보니 수출에 전념하고, 디자이너 브랜드는 국내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국으로 몰려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 결과로 국내시장에 대한 생산자들의 감각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해 주는 쪽에는 한국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차근차근 축적되어 가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한국 시장에 유통할 목적으로 생산하는 안경 공장을 관장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써 규모도 잘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과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도 웬만큼 가지고 있다.

이런 실력을 갖춤으로써 웬만한 수량으로는 발주자라고 감히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다. 그래서 몇 만장 주문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뿐더러 결코 친절하지도 않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안경의 제조과정을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 현장은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생산 공장에 접근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있는 생산라인을 관리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접촉하다보니 생산 감각을 익힌다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이너라도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현실화된 생산품으로 완성된 실제 모습을 확인하는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앞으로 디자인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디자인과 생산 마케팅은 시장이라는 첨예한 경쟁의 장에서 만난다.

따라서 디자인-생산-마케팅이라는 세 가지 조합은 충분한 논의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 긴밀하게 조합되는 상황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의 안경시장은 디자인과 생산 그리고 마케팅이 점점 더 멀어져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앞으로 중국에서의 생산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상황은 냄비 속의 개구리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냄비의 물을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라서 처음에는 뜨거운 것을 못 느끼는 까닭에 탈출할 생각을 못하다가 결국 물이 뜨거워지면 미동도 못하고 죽는다는 이치이다.

지금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중 자신이 기획한 제품을 처음 의도대로 만들고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그에 대한 답은 회의적이다.

심지어 제작비를 주면서도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우선 이러한 제조 현실에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서로의 고충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형식은 아무래도 좋다. 일단 디자이너 브랜드 협의체라 형식으로 일단 만나서 고충들을 나누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제안을 하면 우선 각 브랜드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이나 영업비밀 등이 누출될 것을 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과 엘지가 국내의 과점 브랜드이면서 서로 간에 기본적인 부품에 대한 스펙을 공유하지 않아서 부담하고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자의 디자인이나 영업 비밀을 드러내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초적인 일부터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은 각자에게 좋은 실익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결과 서로를 존중하고 질서를 지키며 논의를 통해 장점만 키워나가면 종국에는 주문자의 구매력을 키워서 생산자와 대등한 조건에서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생산현장은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로 유럽의 오더가 급감해 대구 공장들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공동생산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협의체만이라도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현재 홍대 쪽 상가들은 금요일마다 한 장의 티켓으로 모든 클럽을 들어갈 수 있는 ‘클럽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클럽데이가 가능하게 된 계기는 97년 즈음에 홍대 앞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이루어진 클럽 대표들의 간담회인 ‘개방된클럽연대’라는 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클럽대표들이 10년 넘게 정기적으로 자유로운 논의하는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돌출되고, 그러한 논의와 협력과 신뢰가 오늘날의 홍대 앞 클럽문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협의체는 여러 사업도 구상하고 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의 법인을 설립한다면 각종 박람회에 공동 부스로 참가해 참가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또한 각종 정부지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에 미래창조과학부를 의욕적으로 만들었으나 그 설립 취지에 맞는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출을 국가경제 운영의 기본 틀로 삼고 있다.

우리 모두는 디자인 개발에 밤낮을 보내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디자인도 개발해야겠지만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 줄 수출 통로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서로 만나서 협력하고 논의하는 속에서 정이 쌓이고 신뢰가 쌓일 것이다.

서로가 신뢰하는 정도에 맞게 틀을 짜면 되는 것이다.

옛날 개성상인들은 ‘족구신정(足口信情) 연후에 상(商)’이라는 세일즈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겼다.

일단 찾아가서 대화를 나눈 뒤에 신뢰를 쌓고, 신뢰가 쌓이면 정으로 맺어진 후에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 ㈜케이팝글라스,선글라스 대표 윤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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