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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하우스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것 ②
  • 윤경식 대표
  • 등록 2015-09-30 16: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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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브랜드의 의미는 작은 공간에서 만드는 상품으로 보통 ‘소량생산을 하는 질 좋은 상품’을 일컫는 용어다.

하우스브랜드의 개념은 원래 안경전문 제조업체의 상표를 의미하며,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자사가 독립적으로 직접 브랜드를 개발하여 런칭한 브랜드상품을 지칭한다.

이 용어가 현재 한국시장에서는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메이저 상품에 대비되는 군소 브랜드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하우스브랜드는 낮은 브랜드 지명도 때문에 잘 만든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가격평가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브랜드의 개성보다는 업체의 규모를 구분한 것처럼 굳어버린 이 용어를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말로 바꾸었으면 한다.

언어는 대상에 대한 규정을 내포하고 관계를 규정짓게 된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용어는 브랜드와 고객과의 만남에 선입견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하우스브랜드는 자기만의 생산 공간도 없으며 소량생산을 지향하고 있지 않다.

본래적인 의미와 이미 한참 멀어진 용어를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말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 스스로 디자인에서 마케팅까지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런칭해서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현재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들은 내일의 명품으로 보상받고자하는 기대를 가지고 오늘도 정진하고 있다.

우리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임은 물론이다. 강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우리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일 것이다.

첫째, 자신의 한계와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다.

이러한 평가가 적절해야만 하는 이유는 어차피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가지는 재정적 자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재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전략적인 판단이 우선 되어야 성공적인 시장진입이 이루어 질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존 경쟁자와 맞설 것인가 아니면 타협할 것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사업을 영위하는한 경쟁은 숙명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시장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자신의 역량에 냉정한 판단에 입각한 포지셔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은 사업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간혹 그것이 지나치면 수공업자의 자기만족적인 자존심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시장에 진입해서 일정 정도의 포지션을 가질 수 있는 필살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당사자는 조금 기분 나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를 런칭하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시장 트렌드와 무관하게 자아도취에 빠진 디자인과 아전인수식의 소비자 분석에 의지한 경우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실수는 언제나 기본을 망각하는 데서 오는 법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이 세 가지 점을 철저히 무시하고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 결과로 제품 개발과 출시의 시기가 늦어졌으며, 개인 재정에 상당한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것은 나는 바담풍(風)했지만 여러분은 바람풍(風)하시라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9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에는 랩을 필두로 하는 댄스 뮤직이 대세를 이루며 기존의 발라드 가수와 트로트 가수들을 뒷방 늙은이들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때 대부분의 기성 가수들은 문화 콘텐츠는 다양해야만 하는데 온통 댄스 뮤직뿐인 작금의 현실은 매우 위험하며, 따라서 댄스 뮤직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댄스 뮤직은 건재하며 기성가수들은 기성가수들대로 동시대의 감성을 공유하는 7080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국내 음악시장의 판을 키워놓았다.

그리고 한국음악은 케이팝이라는 이름하에 전 세계를 향해서 한국음악 시장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단순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금의 한국 음악의 흐름은 시장이 확장된 만큼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있다.

70~80년대를 한국에서 보낸 대부분의 젊은이에게 음악은 곧 팝송이었다. 한국에서 음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음악은 우리 젊은이들의 눈높이에는 턱 없이 낮았던 것이다.

이러한 실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방송국에서는 경쟁적으로 팝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결과 한국 음악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적은 시간만이 허용되었을 뿐이다.

그러던 방송국에 일대 혁명을 초래한 것이 90년대 등장한 한국의 댄스 뮤직이었다. 과거에는 방송국이 영원한 ‘갑’이고 가수는 영원한 ‘을’이었다.

서태지를 필두로 해서 이제 그분을 몇 번 모실 수 있느냐가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속한 간부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2015년 현재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의 역할은 90년대 래퍼들이 했던 역할, 바로 그것이라고 본다.

당시 래퍼들과 댄스 뮤직을 했던 사람들은 면밀하게 시장을 분석한 전략적 사고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고 하는 신바람과 도전정신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필자는 래퍼와 댄스 뮤직으로 단순화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오늘날의 케이팝은 장르가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어 있다.

그렇게 시장이 넓어진 결과 외국의 유명한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가지고 케이팝의 산실인 기획사로 찾아오는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시장이 풍부해지면 경쟁의 격화로 인해서 업계의 당사자들은 힘들어진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업체들은 우수한 개발품들을 마구 쏟아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우수한 품질의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게 될 것임은 당연하다.

이 가운데 당연히 도태되는 업체들이 발생하겠지만 그것은 인간이 순응해야할 자연법칙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색깔이 시장에서 통하게 할 것인가 하는 동일한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다만 반복해서 도면을 그리고 새로운 소재를 찾고 영감의 촉수를 예리하게 벼릴 뿐이다.

지금도 녹녹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실 디자이너 브랜드의 구성원들이여 오늘 우리가 일군 한 뼘의 땅 뙤기가 미래의 안경판 케이팝이 될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저버리지 말자.
- ㈜케이팝글라스,선글라스 대표 윤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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