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제품 대다수 ‘designed by italy ’ 등 표기로 원산지 혼란 가중… 디자인 강국의 네이밍보다 아닌 제품 품질로 승부해야
‘designed by’ 기재가 소비자에게 원산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경테 디자인의 국가명 표기를 둘러싸고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안경테에 디자인 강국으로 알려진 일부 국가명을 무단으로 표기, 실제로 해당 국가에서 디자인한 것인지, 아니면 생산업체의 자의에 의해 표기된 때문인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아이웨어에는 ‘made in korea 또는 china’ 등의 정상적인 생산 원산지 표기 외에 ‘designed by italy, ...japan, ...germany’ 등 생산국가와 함께 따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designed by italy는 이태리 디자인?
이런 경우는 아이웨어 선진국의 네임벨류를 이용해 해당 안경테가 이태리나 일본 등에서 디자인됐음을 간접 홍보하는 표기로써 이제껏 큰 논란 없이 표기해 온 게 국내 안경 시장의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표기가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산품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만난 C씨(여, 22세)는 “안경테에 디자인드 바이 이태리가 표시돼 있으면 이 안경이 이태리산으로 오해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며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표기는 하루 빨리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무역법, 관세법 등에 원산지 표기를 규정한 이유는 소비자가 제품의 원산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디자인드 바이’ 를 표기하는 것은 원산지에 대한 커다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과의 한 관계자는 “원산지 표기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디자인드 바이’를 쓰는 것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디자인드 바이 이태리와 메이드 인 코리아를 동시에 표기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 이는 소비자의 원산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실 관계의 명확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즉답을 유보하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안경이 포함된 신발, 의류, 가구 등 652개 생활품목은 원산지표시 대상 주요품목에 올라 있다. 현행법은 ‘최소포장 단위로 당해 물품에 표시해야 하며 한글, 한문 또는 영문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산지:국명, 국명 산(産), Made in 국명, Product of 국명, Made by 물품제조자의 회사명, 주소, 국명 등 기타 최종 구매자가 원산지를 오인할 우려가 없는 방식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문제가 되는 ‘디자인드 바이’는 표시방법에서 누락되어 디자인 국가를 병행 표기하는 사례에 대한 규정이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인식 변화 시급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의류 수입업체인 A사 등 12개 업체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A사 등이 중국에서 수입한 아웃도어 의류 상단에 붙은 라벨에 브랜드 표시 이외에 원산지와 다른 국가명인 ‘ITALY’가 병기되어 있는 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원산지를 오인하는 표시를 한 것으로 인정돼 과징금을 부과 받은 건이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수입 의류에 원산지와 다른 국가명이 들어가 있는 것은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에서 보듯이 ‘디자인드 바이’를 이용하는 안경의 원산지 표기는 상당히 유사함을 갖고 있다.
‘원산지와 다른 국가명’을 표기하는 것은 대외무역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에 처해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일반 상거래에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국산 안경테에 디자인과 품질을 안경테 선진국으로 표기하여 제품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사대주의 사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말 국산 아이웨어 Bucket list의 런칭 이후 현재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정인아이웨어의 최재춘 대표는 “지금은 안경사나 소비자들이 이태리나 일본 디자인이라 해서 더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품질과 디자인에 자신 있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잘못된 꼼수는 쓰지 않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태리의 벨루노, 일본의 후쿠이, 중국 온주와 함께 대구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4대 안경산지란 것을 떠올려보면 우리의 안경 제조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안경의 제조기술과 정상적인 인프라 구축, 또 먼 미래를 위해 언제까지 ‘디자인드 바이 이태리’ ‘디자인드 바이 프랑스’에 매달리고 있어야 되는지 스스로에게 대답해야 할 시간이다.
Tip. 현행법의 원산지 표기규정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56조(수출입 물품의 원산지 표시방법) ① 원산지표시대상물품을 수입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라 해당 물품에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
1. 한글•한문 또는 영문으로 표시할 것 2. 최종 구매자가 쉽게 판독할 수 있는 활자체로 표시할 것 3. 식별하기 쉬운 위치에 표시할 것 4. 표시된 원산지가 쉽게 지워지거나 떨어지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표시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