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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라식수술, 과대광고로 부작용 우려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0-12-17 17: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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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유인하는 듯한 자극적 광고 온라인 등에 범람… 근시퇴행 등 부작용 줄일 광고 심의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
 
라식수술과 무차별적 광고의 현주소

우리나라에서 라식•라섹수술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와 비슷한 모양이다.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시술 받으려는 환자들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막레이저기기가 발달하고, 시술 경험이 축적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런 제지 없이 숫자때기 시술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지의 몇 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한 환자는 어렵게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두 번의 수술에 끝에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처음 K씨(男, 42세)가 라식수술을 받은 것은 2004년 서울 명동의 한 안과에서였다. 그런데 수술 후 오히려 한 쪽 눈의 난시가 더욱 심해져서 첫 번째 안과에서 수술비를 받아 다른 안과에서 재수술을 받게 됐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다른 두 곳의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본 결과, 각막이 불규칙하게 깍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 시 데이터의 입력 오류로 각막이 너무 얇고 도넛 모양으로 불규칙하게 깍이면서 난시는 물론 눈건조, 눈부심, 두통, 충혈 등 부작용이 심해진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이 사실을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고 2007년 두 번째 병원으로부터 2천 5백만 원의 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수술 부작용으로부터는 평생 벗어날 수 없게 만든 라식수술에 몸서리를 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 “라식수술이 내 인생을 망가뜨렸다”고.

쌍꺼풀 수술 정도로 인식시키는 광고는 문제

최근, 온라인은 물론 일반 시내버스까지 라식•라섹수술 광고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불편한 안경으로부터 하룻밤 사이에 광명을 찾아준다는 유인 광고가 아무런 제지 없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노출되는 수십 개의 광고물의 내용 중에는 <라식•라섹이 있는데 왜~ 고민해> <라식•라섹, 검사도•수술도•하루면 OK> <하룻밤의 기적 1day라식, 추가 비용없이 100만원부터> <간편하고 안전한 1day라식하고 안경벗고 출근하자>등 고객을 유인하는 자극적인 문구가 각종 매체를 도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라식광고가 무차별적으로 범람하다 보니 고객들이 위험천만한 이 수술을 마치 미용을 위한 쌍꺼풀 수술처럼 쉽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식•라섹 등의 각막교정수술에는 부작용의 위험성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도 유행병처럼 시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북 캐롤라이나에서는 라식수술을 시술한 30군데의 TLC라식 센터에 대해 180명의 피해 환자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미 FDA는 라식수술 피해 환자들의 숫자를 파악하는 보고서 작성에 착수하고, 법적으로 수술 합병증을 보고하지 않은 17개 병원에 경고장을 발부하기도 했다(본보 4/30일자, 7호 참조).

실제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의 한 안과에서 검안사로 근무했던 한 안경사는 “안전한 수술의 첫 번째 조건은 꼼꼼한 검사인데, 일부 안과 병•의원은 그것을 단순한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이 수술의 주목적은 수술 이후 환자 만족도, 즉 안경없이 세상을 또렷이 보는 것인데 라식•라섹수술 후 두통, 눈건조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술 장비인 엑시머레이저 기기 구입비와 유지비 등 막대한 비용에 대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잖은 안과에서 온라인 등을 통해 대단위 광고에 집중하면서 편안하고 안전한 수술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티회원들… ‘라식수술은 인생을 건 도박’

라식•라섹수술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층에서 많이 시술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부작용이 생길 경우 오랜 기간 엄청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안과 병원에서 검안사로 근무했던 강남의 한 안경사는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관계자들은 시력교정수술 이후 약 5년 안에 전체 시술환자의 15% 정도에서 근시 퇴행이 일어난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일부 안과에서는 근시 퇴행을 막기 위해 수술할 때 각막을 더 많이 깎아내는 과교정 시술이 벌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K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각막을 깎는 것은 시력교정수술의 핵심인데, 각막 절편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라식•라섹수술이 가능한 각막의 평균 두께는 500~550㎛로서 시력 고저에 따라 각막을 깎아내는 두께가 달라져야 하는데, 과교정을 위해 더 많이 깎아 내면 그만큼 부작용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절편 시에는 몸에 혈압이 있는 것처럼 눈에 있는 안압이 각막의 일정 부위를 확장시킬 수 있고, 이런 확장은 각막을 더욱 볼록하게 만들어 시력이 수술 전보다 훨씬 더 나빠지는 고도근시로 진행하게 만든다.

결국, 그의 지적에 따르면 각종 부작용으로 근시 퇴행의 확률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것이 라식•라섹수술이고, 이런 면에서도 한창 젊었을 때 각막을 깎는 시력교정수술은 인생 전체를 건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안경사가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조금만 더 끌어올린다면, 많은 이들이 그 같은 도박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광고 심의안은 8개월째 게류 중

지난 4월 12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의료법인•의료기관•의료인이 인터넷, 옥외광고물, 영상광고물 및 교통수단 등의 광고매체를 이용해 광고를 할 때는 사전에 보건복지부장관의 심의를 받게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1808155)이 발의됐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개정안은 본회의 심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이 개정안이 발의될 때만 해도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온라인 광고에 대한 제재 등의 자정 노력을 전개함으로써 법안 공포까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엉뚱한 곳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현재 라식•라섹수술에 전념하는 일부 병의원은 방학과 신학기 등 연말을 겨냥하여 라식수술의 편리성과 안전성 등을 무차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객 접근성이 더 좋은 인터넷 쪽지 서비스를 통해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12월부터 3달간 특별한 비용으로 수술 받을 수 있도록 라식 할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안과의들의 우려와 해당 기관의 무관심 속에 라식수술의 소비자 광고는 날이 갈수록 폭증하고, 그 결과 국민 안건강의 심각성은 높아지고 있다.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라식•라섹수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수립과 함께 수술 예비 환자들은 포털 시이트 ‘다음’의 <안티라식까페>에서 던지는 경고를 참고해야 한다고 수술 부작용 환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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