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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안경업계 실물경기는 ‘한겨울’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2-08-16 12: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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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4%가 ‘평균 20% 매출 감소’ 토로… 눈앞의 이익보다 성숙한 대응과 의지로 승부해야
이제껏 혹독한 불경기에도 판매가 줄지 않는다는 백화점이 최근 이상한(?) 불경기에 휩싸여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안경업계도 말그대로 잘나가는 한여름에 깊은 불경기에 빠져 ‘한겨울’같은 북풍에 시달리고 있다.

본지가 최근 서울과 부산 등 전국 6대 도시의 안경원과 안경업체 16곳의 올 2/4분기 영업 동향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94%인 15곳이 전년에 비해 평균 20% 가량 매출이 감소하고, 향후 경기 전망을 묻는 설문에서도 ‘매우 비관적’이라고 응답했다.

한참 매출이 올라야 할 성수기에 비수기 때보다 못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모노머 원료 폴리에스테르 수입량도 하락

안경업계의 경기 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안경렌즈를 서울에서 유통하는 N社의 K 대표는 “지난해 6~7월의 판매와 비교했을 때 올해는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했다”며 “올해는 이상하게 고급품의 수요는 줄어들고 저렴한 아이템만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 때마다 그나마 매출을 떠받치던 고가 제품 판매가 이번 불경기에는 이상하게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L 원장도 “올해 들어 고가의 수입브랜드를 찾던 소비층이 급격히 줄었다”며 “예전에는 5~60만원대 안경을 선뜻 구입하던 고객이 지금은 20만원에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불경기 속에 또 불경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고, 돈 있는 사람들이 웅크릴 만큼 경기가 안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경업계가 어려움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안경인들이 알고 있다시피 업계가 여느 분야보다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암 덩어리들이 업계 곳곳에서 활개치는 이유도 있지만, 미국이나 유로 국가의 경제 위기 등 외부 요인과 우리나라 소비자인 개인의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로 국내 경기 전체가 양쪽에서 협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1년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전년도보다 7.8% 증가한 912조 9천억 원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저소득층인 소득 1분기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79.3%라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은 개인 빚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고, 금융위원회는 저소득자들이 100만원을 벌어 179만 3천원을 금융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부채 규모가 소득에 비해 턱없이 많다보니 안경 구입 등 소비에 나설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경색은 제조사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무기명을 요구한 안경렌즈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20% 이상 감소해 구조조정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재고물량도 작년 4분기 이후 현상 유지만 하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금년도 1/4분기 관세청 자료를 보면 플라스틱 렌즈를 제조하는 모노머의 원료로 주로 쓰이는 폴리에스테르의 수입금액이 25만 6천 달러에 그쳐 지난해 전체 수입금액 132만 달러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단순하게 계산해 1년을 4분기로 나눌 경우 지난해의 경우 1분기당 평균 33만 달러 정도는 수입했는데, 올해는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추가 투자를 주저하면서 26만 달러 정도만 수입한 것으로 그만큼 제조업체들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불황 중 물가상승’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2008년 이후 경제성장은 3%에 불과한데 물가는 4%의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불황 중의 불황’이라는 디플레이션에 빠졌고, 이제는 더 나아가 ‘불황 중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국내 경기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서민가계의 목을 조이면서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고, 그 결과 인력조정-소득감소-소비위축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 그동안 3.25%로 동결된 기준금리가 중산층이나 자영업자, 또 중소업체에 이자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지난 8월 12일 13개월만에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내린 연 3.0%로 결정해 다소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이는 내수 경기의 급랭 조짐에 따른 부득이한 인하 조치였고, 올해 5월 광의통화량(M2, 평균잔액 기준)은 전월 대비 0.3% 늘어난 1,782조 8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래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량을 늘려 내수경기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좋지만 동전의 뒷면처럼 물가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자동차와 가전제품, 가구 같은 내구재 구매는 급감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또 과다한 가계부채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안경업계는 국내외 경제위기 여파로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찬바람이 깊고 넓게 뼛속을 파고들고 있다.

단골고객 관리, 비용절감,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 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러면서 ‘영차! 영차!’하는 적극적인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화폐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합성한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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