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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사 울리는 검영기, “꼭 필요한 장비인데…”
  • 나홍선 기자
  • 등록 2012-05-03 13: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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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행 의기법에서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불인정… 학계 교수들 “검영기는 진료장비 아닌 측정장비로 안경사 사용이 타당”
 
안경사의 검영기 사용 밀착 취재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이 오는 5월 23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안경사는 콘택트렌즈 판매 시 반드시 사용방법과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설명의무는 안경사의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정작 이를 실행하는 안경사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대응이 없다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안경사가 안 보건 전문가로서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보다 더 정확한 시력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정확한 콘택트렌즈 판매를 위해서는 올바른 시력검사와 처방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혹시라도 판매 과정에서 의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자칫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안경사의 검영기 사용 의견 곳곳서 제기

먼저 안경사가 보다 더 세밀한 안경 조제 및 콘택트렌즈 판매를 위해서는 정확한 시력검사가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안경사가 많은 노력을 해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행 법규상 안경사는 자각적 굴절검사만 가능할 뿐 타각적 굴절검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각적 굴절검사는 검사자가 피검사자에게 편안한지 등의 여부를 묻고 그 답변에 의존해 시력검사 및 교정을 하는 것을 말하고, 타각적 굴절검사는 검사자 스스로 시력저하를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시력검사 및 처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행 법규에서 안경 조제를 위한 시력검사를 담당하는 안경사에게 검사방법의 제한을 두고 있어 다양한 변수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경계 일각에서 안경사로 하여금 타각적 굴절검사 중 일정 부분을 업무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레티노스코프(이하 ‘검영기’)만큼은 안경사가 시력검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검영기는 정확한 시력검사 위한 필수 장비

검영기는 현행 의료기기법에 따르면 타각적 굴절검사기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검영기는 정작 안질환 치료에 사용되기 보다는 시력검사에 주로 사용되는 기기다. 따라서 대다수 안경사들이 보다 정확한 시력검사를 할 수 있는 검영기를 안경사의 시력검사 시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안경사를 대상으로 지난 2010년 3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항목 중 검영기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설문에서 조사 안경사 중 ‘매우 잘한다’는 응답이 19.5%, ‘보통 수준이다’는 응답이 74.1%를 차지하여 93.6%의 안경사가 검영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답했다.

또한 안경사가 검영기를 사용해야 되느냐는 설문에서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67%를 차지하여 대다수의 안경사들이 타각적 굴절검사 중 검영기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운대학교 김재도 박사 외 4명이 지난 2010년 대한시과학회지에 발표한 ‘국내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필요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안경처방을 위해 타각적 굴절검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안경사가 96.8%에 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안경사들은 타각적 굴절검사기기 가운데 굴절검사에 직접 필요한 검영기의 사용을 가장 희망하고 있었다.

이 연구진은 결론을 통해 안경사들이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시력교정 뿐 아니라 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안과로 안내함으로써 국민의 눈건강 보호 및 안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의 한 안경사는 “현행 자각적 굴절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검영기는 안과의사 중 일부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안경 조제를 위해 시력검사를 수행하는 안경사에게 검영기는 더 필요한 기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안경사도 “검영기는 굴절검사가 주목적인 기기로 백내장, 부정난시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안과의사의 안질환 치료와 관련이 없는 기기인데도 검영기가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로 분류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검영기는 시력 검사기기로 봐야 한다”

안경사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안경사의 검영기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김흥수 교수는 “타각적 굴절검사를 보고 자각적 굴절검사치가 나와야 정확한 시력검사가 가능하다”며 “정확한 시력검사와 처방을 하기 위해서는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안경을 조제•가공하는 안경사나 안질환을 치료하는 안과의사 모두 정확한 시력검사를 통한 국민의 안보건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검영기는 진료장비라기 보다는 측정장비로 봐야 하는 만큼 안경사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검사기기가 의료행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그 원리와 구도 자체가 지극히 복잡하거나 해석하기 어렵다면 몰라도 검영기는 매우 단순하며 인체와 질병에는 매우 유용한 검사기기이므로 안경사도 사용하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검안학 박사 1호인 김재도 박사 역시 “자동 굴절검사기기의 경우 일부 타각적 굴절검사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백내장이나 각막 자체의 혼탁, 조절이상 등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정확한 안경을 맞출 수 없다”면서 “특히 라식수술 등으로 각막 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보다 안경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검영기 등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안경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검영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어찌 보면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기기 사용 자체를 업권 침해로 인식하는 안과의사들로 인한 것”이라며 “안경사가 검영기 등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결코 안과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 안보건 위해 의기법 일부 개정 필요

이처럼 최근 안경업계에서는 안경사 본연의 임무를 위해서라도 시력검사에 도움이 되는 타각적 굴절검사기기의 사용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검영기의 경우 안과의사의 안질환 치료용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실정을 감안할 때 안경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결론적으로 굴절이상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정확한 시력검사와 안질환의 조기발견을 통한 국민의 눈 건강 보호라는 대의를 전제로 안경사의 정확한 시력검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혹자는 지금처럼 업권만을 생각하느냐, 아니면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일조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도 말할 정도다. 보건복지부와 안과의사, 안경사 모두가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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