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SC… 소비자 신뢰도 확보 위해 시범 실시, 제조 업체… 품질 개선 위한 의식과 노력이 관건
▲ KOISC에 구축된 검사 장비 ① 시험실 전체 사진 ② PH미터, 표면조도계, 브리지 변형 시험기, 전자저울 ③ 마이크로 비커스 경도시험기 ④ 힌지 테스터기, 편광축각 시험기 ⑤ 마이크로 비커스 경도시험기, 만능 투영기, 건조기, 항온항습 커버 ⑥ 연소시험기, 금속현미경 ⑦ X-RAY 도금두께 측정기 안경테 품질인증제 시범 도입의 막전막후
최근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이하 KOISC)에서 ‘안경제품품질인증사업(이하 품질인증제)’을 가동한 이후, 이 품질검사를 의뢰한 10개 브랜드 중 합격 판정을 받은 브랜드는 단 1곳에 불과한, 검사 대상의 90%가 불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안경테의 내인성, 고온 안정성, 힌지 테스터, 브리지 변형 등 총 7가지 항목의 기본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지역 10여 곳의 제조공장 중 ㈜해리(대표 안재성)社만이 테스트에 합격, 검사성적서 및 THE TOPS 마크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험 결과에 대해 KOISC의 시험 주무관계자는 “품질검사를 의뢰한 제품의 대부분이 설계도면과 실제 제품 간에 차이가 컸다”고 말하고, “이런 이유는 제조공장들이 장기간 동일한 주물 제작틀을 사용함으로써 완성품이 도면과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사 합격 판정을 받은 해리의 안재성 대표는 “공장마다 검사기준이 제각각이고, 관련 의식이 부족한 것이 불합격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우리 안경테 생산 라인은 과거에 자동차와 전자 부속품 관련 산업에서 익힌 품질인증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했기 때문에 합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험 결과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구 제조공장의 한 관계자는 “이런 검사 결과는 대부분 자금력이 부족한 생산공장에서 제작틀을 다른 공장들과 여러 차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대구 3공단에 입주한 적잖은 공장들이 품질에 대한 인식보다는 생산비를 감소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생산 되고 있는 안경테에 새삼스럽게 품질인증 도입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한 생산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한안경사협회(이하 대안협)가 품질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KOISC에서 품질인증제를 한다니 인증제도의 중복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KOISC… 업체 80% 인증제 찬성으로 발표
KOISC의 이번 품질인증제 시범 도입은 국내산 안경테의 품질 제고를 통한 수출 확대를 위해 입안되었다. 이를 위해 KOISC는 지난 2008년 안경테 시험·검사 장비 구축에 이어 지난 2월에는 사업시행 총사업비 4천만 원을 확정, 자체 인증 마크인 ‘THE TOPS’ 마크 발급 등을 본격 가동했다.
KOISC 기획경영실의 김호겸 실장은 “안경테에 대한 품질인증제는 제조 산지에 있는 KOISC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하고 필요한 사업”이라며 “본 검사는 강제성을 띤 규정이 아니라 업체 자율에 맡긴 시험 제도로써, KOISC의 특화 산업인 안경테를 레벨 업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정책의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KOISC의 한 관계자는 “KOISC는 설립 당시부터 품질인증제 도입을 준비해 왔고, 앞으로는 자체 인증이 아닌 정식 인증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제품인정기구에 관련 인증 절차를 신청하여 내년 후반기에는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히고, “지난 7월 19일~ 8월 6일까지 소비자 850명과 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품질인증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의 77%와 업체 80%가 인증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KOISC는 품질인증제의 성공 정착을 위해 안경전문지 대상의 광고 홍보를 시작하고, 10월부터는 서울·경기·경남 지역의 SBS FM, MBC 라디오 등에 라디오 홍보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불합격 제품 유통 막을 제도적 장치 전무
한편, 제16대 집행부 때부터 안경류 품질인증제의 추진을 준비해온 대안협은KOISC의 갑작스런 행보에 당혹감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안협은 작년 말경 의뢰한 ‘안경관련 제품 품질인증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결과물을 올해 1월에 발간하기도 했었다.
대안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KOISC가 인증기관으로서 자격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경의 1차 소비자인 안경사의 대표기관인 대안협이 실시하는 품질인증제가 옳은 방법”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현재 대안협은 인증제 관련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안경테, 안경렌즈, 콘택트렌즈 등을 대상으로 대덕연구단지의 관련 시험기관과 MOU를 체결, 인증제에 대한 준비가 완료되면 곧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안협과 KOISC는 인증기관의 일원화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양쪽 기관 모두 “상대편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또 하나의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결국, 양질의 안경테 생산을 촉진하여 소비자 신뢰도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실시되는 품질인증제 도입에 대해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공감하면서도 이 제도 실시로 업체 간의 상대적 차별화 대두와 다른 한편으로는 업체 피로도 증가를 염려하여 품질인증제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많다.
또한, 국내 안경산업의 현재 여건으로 볼 때 통일된 기준이나 용어 등이 확립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안경 인증제가 실시되고, 특히 검사기관이 두 개로 양분될 경우, 업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합격 제품의 유통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국내 실정에서 품질시험에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의 자체 파기가 어렵고, 그렇다면 이들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신감만 키울 것이 뻔함으로써 또 하나의 문제거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냐는 업계의 불만의 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