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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탓하며 꽁꽁 숨은 ‘초보 안경사’
  • 편집국
  • 등록 2011-12-15 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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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곳곳에서 초보 안경사 못구해 발만 동동… 젊은 안경사는 저임금•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안경원 외면
현역 안경원 원장 10명 가운데 8~9명은 “안경사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인맥을 통해 안경사를 구했던 10년 전보다 안경사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안경사 구인이 쉬울 것 같은데, 막상 안경사를 구하려면 안경사가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곳곳에서 나돌고 있다. 본지가 지난 11월 조사한 결과만 놓고 보아도 안경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본지는 전국 12개 대학 안경광학과를 상대로 올 2월 졸업생 중 안경사 면허 취득자의 취업 상황을 설문조사했다.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경광학과가 개설된 12개 대학을 임의로 추출한 설문조사에서 신규 면허 취득자 416명 중 62%인 256명이 안경원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해까지 매년 1,600명 안팎이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추정했을 때, 해마다 1천 명 가량이 안경원에 취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5년만 어림잡아도 안경원 취업자는 대략 5천명이 넘는 셈이다.

물론 변수는 많다. 60%가 넘는 안경사가 매년 취업을 했어도 몇 개월 후 타 업종 이직하거나 갖가지 이유로 안경사를 그만두고 장롱에 넣어둔 면허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안경원이 늘어나고 이직을 많이 해도 해마다 1천명 안팎이 안경원에 취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경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라는 말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면 안경사들이 충분하게 배출됨에도 구인이 갈수록 힘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단적으로 안경원 근무환경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경사의 처우가 양호하고 근무 환경이 좋으면 자연히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게 세상 이치여서 신세대 안경사가 안경원을 회피한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을 꺼리는 이유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신규 면허자 중 62%가 안경원 취업

일례로 지방의 4년제 사립대학 안경광학과를 올 2월에 졸업한 노모(23)씨는 안경사 국가면허 자격을 취득한 후 곧바로 지인의 소개로 안경원에 취업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첫 급료로 110만원을 받았다. 대학 4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국가 면허증을 취득한 후 받은 봉급치고는 실망감이 컸지만, 경력이 쌓이면 봉급이 오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생활면에서 노 씨는 적은 봉급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말을 감추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야 할 봉급날만 되면 오히려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한달 동안 지출하는 교통비 8~9만원에 핸드폰료나 용돈 등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하는데도 어쩌다 친구들과 마시는 커피 한 잔 값도 무서울 정도라는 것이다. 아무리 아껴도 저축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이재선 의원(자유선진당)이 분석한 올해 4년제 대졸 취업자의 월 평균 급여는 150만원(연봉 1800만원•세전소득) 이하가 40.3%임을 감안해도 초임 안경사의 100%가 이에 해당되는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 올해 최저 시급 4.320원, 일급 34,560원과 비교해도 1~2년차 안경사가 현재 받고 있는 급여는 정부가 정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안경사 평균 근무시간 10시간을 최저 시급으로 계산하면 1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 4년간의 교육 투자비는 고사하고 보건학사 학위자이면서 국가 면허증 취득자가 받는 급여가 일반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것이다. 더구나 지방 안경원의 경우에는 초급 안경사 급여로 80~9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차 안경사 초임 아르바이트 수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안경원 취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다보니 노후도 걱정이고, 산재보험도 안돼서 안경원 출퇴근 시나 근무 중 돌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건강보험도 거주지에서 본인이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2010년부터 일용직 근로자라도 1개월 이상 월 60시간 이상 근로자는 고용 인원에 관계없이 4대 보험의 의무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1명이라도 상시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4대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산재보험은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의무 가입토록 정하고 있다. 어느 대학 교수는 “비단 안경광학과 뿐 아니라 타 보건계열(간호, 물리치료)도 근무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도 “사실 안경광학과 졸업생의 처우가 너무 열악해 학생들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보 안경사에게는 낮은 급여뿐 아니라 열악한 근무 여건도 문제다. 안경원의 근무시간은 타 업종과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하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9시경 퇴근함으로써 안경사의 일일 근무 시간은 10시간이 넘고, 주말에도 쉴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가 공휴일이나 2대 명절에 휴가를 찾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근무 환경이 이렇다보니 친구나 이성에 관심이 많은 20대 중초반의 젊은 안경사들이 안경원 취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노 씨 역시 “현재의 안경원 근무 시스템은 한마디로 최악”이라며 “그나마 선배들이 봉급을 조금 더 준다고 이곳저곳 쫓아다니면 성공할 수 없으니까 최소 2년 이상 한 곳에서 배우고 난 다음에 움직이라는 말에 애써 견디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재 구축 위한 여건 서둘러야

서울의 한 안경사는 “무도수 콘택트렌즈 안경원 외 판매금지 등 안경원에 도움이 되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과거에 비해 안경원 급료가 차츰 나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금씩 근무여건 및 복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사협회 한 임원도 “최근 안광과 졸업생들이 근무시간을 많이 따지고, 여건이 맞지 않으면 쉽게 타 업종으로 이직하는 일이 많다”며 “지금처럼 안경원의 수익구조가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협회가 고용주와 근무자의 어느 한쪽 편을 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안경원이 늘어나면서 경쟁 때문에 수익 내기가 어렵고, 여기에 임대료나 제세공과금, 각종 비용의 인상되는 어려운 상황이 결국 종사 안경사에게 전해지는 때문”이라고 말했다.

D대학교 안경광학과 한 교수는 “안경원 원장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졸업 1~2년차 안경사의 급여 체계는 일정 부분 기본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안경광학과는 비인기학과로 전락한 상태이다. 10년 전에 4년제 대학 졸업 후 안경광학과에 재입학할 만큼 유명세를 치르던 것과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이처럼 안경광학과 회피 현상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안경원의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어느 산업이든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적 인프라 구축이다. 인적 자원이 망가지면 그 어떤 산업이든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한 교수가 말한 것처럼 젊은 안경사들이 안경원을 외면하는 것은 안경원이 조금씩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는 반증이라는 지적을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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