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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꿈 가격경쟁으로 ‘흔들흔들’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1-10-13 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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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에선 업권 확대 위한 개정안 통과에 총력… 다른 한쪽에서는 초저가 구매하고 고객 사은 증정품으로 전락시켜
콘택트렌즈 초저가 판매 실태

한쪽에서는 집을 짓고, 한쪽에서는 집을 허물어버리는 믿기지 않을 일이 안경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콘택트렌즈(C/L)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는 협회 집행부의 노력과는 정반대로 다른 한쪽에서는 C/L의 도매가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면서 모처럼 안경사에게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차버리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전국의 일부 안경원에서는 저가로 구입한 C/L을 고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무료 증정하면서 안경사 업권 확보를 위해 애쓰는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C/L생산•유통사 가격경쟁 올인

현재 국내산 병 렌즈의 안경원 납품가격은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천원대에 거래되던 C/L이 8월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이제는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일부 안경원과 업체에 확인한 결과, 병 렌즈의 안경원 평균 납품가는 약 530원에 거래되고 있고, 이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C/L의 초저가 현상은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출에 주력하던 업체들의 제품들이 일본 후생성의 심사 강화로 대부분 내수시장으로 되돌아와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업체마다 매출액이 예전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업체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과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반품이 최근 도매가 하락의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을 주로 하고 있는 경기도의 모 업체 관계자는 “일본 후생성의 까다로운 심사와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침체된 불경기 여파로 일본 수출물량이 30%이상 줄었다”며 “이 중에서 도수가 없는 컬러, 서클렌즈 등 미용렌즈의 반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수용 C/L에 비해 미용렌즈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반품으로 돌아온 대부분의 물량이 국내 안경원 시장에 유통되면서 C/L 도매가 하락을 주도하고, 또한 내년 1분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력보정용 안경과 C/L의 인터넷 판매금지법안이 지난 7월 정식으로 공포되어 온라인 판매업자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생산업체들이 가격을 앞세워 밀어내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콘택트렌즈의 위탁판매 시스템도 문제

이 같은 도매가 하락에 대해 한 외국계 C/L 유통업체의 관계자는 “외국계 업체가 주로 공급하는 디스포저블(disposable) 렌즈는 안정적인 도매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업체들의 병 렌즈가 도매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외국업체는 디스포저블 렌즈에 주력하면서 도매가격 안정을 이뤘지만, 국내업체들은 팩 렌즈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뒤늦게 대응하면서 병 렌즈가 투매현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C/L 관계자들은 도매가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위탁판매라는 전근대적인 유통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의 한 업체 관계자는 “어느 분야보다 심했던 C/L의 위탁판매가 최근에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업체들 스스로 샘플 개념으로 제공되는 위탁판매를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이젠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업체 관계자도 “모 외국계 업체의 판매 대리점이 지난해 말 신제품을 런칭하면서 기존 제품을 대량으로 땡처리한 것은 업계의 비밀 아닌 비밀”이라며 “대리점의 마케팅 수단을 본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를 막지 않는 본사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안경원, 초저가 C/L 고객 유인품으로 이용

지금 현재 전국의 적잖은 안경원에서는 C/L을 소비자 대상의 주요 증정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단돈 5백 원에 구입한 C/L이라는 이유로 부담 없이 소비자에게 사은품으로 활용, 고객을 확보•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도매가가 저렴해지면 안경원은 이익’을 얻기는커녕 그 반대로 주름살만 깊게 파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안경원의 저가 판매의 폐해는 안경테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년전 겨울 추위 때도 부러지지 않는 뿔테라는 이유로 큰 인기를 모았던 폴리 소재의 안경테가 과당 경쟁의 여파로 일선 안경원에 2천 원 안팎으로 공급되었을 때, 일선 안경원은 오히려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으로 이용, 안경렌즈를 포함해 1만원에 판매되는 상황이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저가로 구입한 제품이 오히려 안경원 간에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소비자에게 안경가격만 흐려놓은 것이다.

어쨋든 안경원의 든든한 효자 품목으로 만들기 위해 끈질기게 활동을 펼친 협회 집행부의 노력으로 비로소 C/L의 인터넷 판매 금지와 안경사만의 고유판매라는 탐스런 열매를 맺는 시점에 일부 C/L 생산 유통업체와 안경원이 초저가 판매가 업계 전체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서울의 한 C/L 중견업체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누가 죽든 업체가 정리되지 않는 한 초저가 판매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만큼 비대해진 곳이 국내 C/L 업계”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안경원과 업체가 살아남는 방법은 프리폼 누진 C/L, 난시용이나 노안용 C/L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급 제품의 개발과 판매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C/L의 인터넷 판매로 안경원이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치던 때가 어제 일 같은데, 이제는 안경원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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