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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伐草)길과 성묘(省墓)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1-09-19 15: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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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한국, 이른바 동양 삼국 가운데 경조효친(敬祖孝親)의 사상과 실천이 잘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인륜의 효친을 우선시한 중국은 가뭄과 홍수로 인해서인지 토비분화(土匪分化)가 어떤 왕조를 막론하고 몇 차례씩 끼어들곤 해서인지 효친의 의례가 존속되지 못했다. ]

일본은 가계(家系)의 유지•존속이 우리나라처럼 혈육이 아니라 법안이여서 사위도 내가 하던 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점이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한가위다. 귀성인파가 3천만 명이 되리라는 보도다. 민족의 대이동이다.

귀성은 혼전신성(昏定晨省)에서 나아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추석은 살아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조상의 분묘(墳墓)를 참배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의례다.

그런데 조상이 묻혀있는 무덤을 우리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선영(先塋)•산소(山所)•분묘(墳墓)등이다. 그런데 우리는 성묘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이 벌초(伐草)라는 묘에 자란 풀베기 작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발간되는 현대문학의 주간을 역임한 조현연 평론가는 그의 수필집 <휴일의 의장(休日의 意匠)>에서 ‘분묘란 없기 때문에 있게 만든 것이다’라고 분묘의 사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없지만 있다고 믿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영혼의 활동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덤의 묘면을 덮은 잔디 살갗을 지리 밟고 웃자란 잡초를 낫이나 제초기로 사정없이 베어낼 때 지하에 묻힌 조상이 손벌려 반겨 맞는다.

민물의 경우 못 주변 뒷산에는 의례히 산소가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매우 가깝게 있는 묘도 있다. 추석이 가까워 오는데도 절손이 되었는가.

무덤 위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 준비된 낫을 들게 한다. 어릴 적 끌비던 솜씨로 삽시간에 화장한 봉분이 얼굴을 든다. 실향민만이 할 수 있는 무상 벌초 대행작업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봉분의 벌초가 문제가 아니다. 벌초하러 가는 길이 문제라는 것이다. 산천은 의구한 것이 아니라 다니던 길도 한 해만 빠져도 수초로 박힌다는 것이다.

산소로 가는 길을 잊어버린다는 것. 땔감으로 크게 자라기 전에 나무를 베던 시대는 지나고 마초로 사용하던 풀도 그냥 내버려두니 수풀이 우거져 길을 막아버려 산소 길 만들려고 반드시 벌초하러 가야한다는 안경광학과 겸임 강호성 교수의 술회다.

중국의 루쉰은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생긴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다니지 않으면 길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벌초 길을 만들면 성묘를 가자! 벌초와 성묘는 자손으로서 크나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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