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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시집 두 권을 펴내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시인 고은(高銀) 선생. 평생 160권이 넘는 시집을 낸 그에게 시집 두 권 동시 출간이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시집이 특별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문단 활동 53년 만에 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시집(戀詩集)으로서, 특히 아내의 이름을 제목에 붙였기 때문이다.
매년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는 선생은 다작(多作)의 상징적인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릇 시인이란 시를 통해 끊임없이 변모하는 세계를 노래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지론 때문이다.
어느 때는 천진난만한 소년이다가 홀연히 선승의 도통으로 속세를 내려다보는 예술가도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 때론 무정하리만치 매서운 정치사상가로 돌변하는 시인은 종잡을 수 없는 카오스 자체이며 세상의 ‘변화’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다.
불가(佛家)에 귀의해 세상과 연을 끊었다가 환속한 뒤부터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초대 대표간사로서 민주화 운동에 전력을 다 했던 선생은 1974년에 발표한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기점으로 사회비판의식이 강한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의식과 역사의식을 시에 녹여냈다.
지난 2002년 정부는 이 같은 선생의 문학적 공로를 인정해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으며, 현재 선생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승려에서 환속한 1972년부터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선생은 시인에게 연상되는 엷은 프레임의 메탈 아이웨어가 아닌 다소 두꺼운 뿔테 계열을 선호하고 있다.
날카로운 라운드 스퀘어의 안경에서 이상(理想)보다는 치열한 현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내면을 짐작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