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6일부터 드롭볼 강도 테스트에서 탈락한 중굴절렌즈는 생산이 중단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경사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중굴절렌즈의 기준규격이 강화되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8월 26일 발표한 의료기기의 ‘고시 제2016-90호’에 따른 것으로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끝에 오는 8월 26일부터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드롭볼 테스트 통과하면 판매 가능
안경사들에게 충격을 던져준 이번 중굴절렌즈 사태의 핵심은 ‘오는 8월 26일부터 식약처의 기준규격을 통과하지 못하는 1.56렌즈(중굴절렌즈)는 생산이 중단되고, 다만 기준규격을 통과하지 못하는 렌즈라도 8월 26일 이전에 생산되거나 기준일 이전에 납품한 렌즈는 기준규격과 상관없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안경렌즈 생산•유통업체 관계자는 “식약처 기준규격의 시행을 앞두고 많은 렌즈 생산업체들이 렌즈의 강도를 높이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굴절렌즈의 강도를 높이려면 렌즈의 소재인 모노머를 더 첨가해 두께를 1~2mm 가량 두껍게 만들거나, 아니면 두 겹의 하드코팅을 하는 프라이머 코팅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똑같은 중굴절렌즈라도 강도가 좋은 렌즈, 즉 프라이머 코팅 처리한 렌즈는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고, 강도 처리를 하지 않아 파손이 우려되는 렌즈는 생산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대전지역의 또 다른 생산업체 관계자는 “사실 대다수 수출업체들은 프라이머 코팅을 의무화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 수출하기 위해 모든 안경렌즈에 프라이머 코팅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내수용 제품에는 코팅 안하고 있다”며 “식약처의 기준규격이 본격 시행되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안경렌즈도 프라이머 코팅을 기본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 계기로 파이 키우자는 의견도 늘어
식약처의 행정예고를 접한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안경원 원장은 “지난 옵틱위클리 신문에서 중굴절렌즈가 8월부터 판매 중단된다는 기사(본보 172호(3/15일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만약 이 예고가 시행되면 지금 안경원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중굴절렌즈는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신사동의 한 안경사도 “지금껏 어느 곳에서도 중굴절렌즈의 판매 중단이란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 같은 기사를 접해 솔직히 처음엔 안 믿었다”며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식약처의 고시를 안경사들이 지금껏 몰랐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의 한 안경렌즈 유통업체의 관계자는 “사실상 안경렌즈 생산과 유통업체들은 식약처의 기준규격이 8월부터 시행되는 사실을 알면서 설마 시행하겠느냐는 마음으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신문 기사가 알려진 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안경사들의 전화로 한동안 휴대폰에서 불이 날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남대문의 한 안경렌즈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56렌즈가 1년간의 유예를 얻은 이후 업체들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지만, 문제는 안경사에 대한 홍보가 미진했다”며 ”결국 식약처 고시가 시행될 경우 안경원의 반품 문제와 함께 과연 중굴절렌즈에 프라이머 코팅을 처리해 계속 중굴절렌즈의 유통을 계속할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시장에서 퇴출시킬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그는 “식약처 기준규격이 시행되어 렌즈에 프라이머 코팅을 처리하면 제조단가가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 경우 가뜩이나 경색된 안경시장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안경업계 일각에서는 중굴절렌즈의 기준규격 강화를 놓고 이 기회에 중굴절렌즈를 시장에서 퇴출시켜서 시장 파이를 키워야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의 1577-1255
식약처 고시 제2016-90호는? 지난해 식약처가 고시한 제2016-90호의 핵심 항목은 ‘기계적 강도(Mechanical strength)에 의해 비가공 안경렌즈는 최소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준정적 하중(quasi-static loading type) 시험을 견뎌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식약처가 제시한 ‘안경렌즈 시험 가이드라인’은 안경렌즈의 기계적 강도는 ISO 14889의 기준을 따르고, 시험 단계에서 하중의 적용은 ‘400㎜/min를 초과하지 않는 속도로 렌즈 위에 하중 질량을 가한다는 것이며, (10±2)s 동안 (100±2) N의 힘을 유지한 후 하중 질량을 제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드롭볼 테스트(drop ball test)를 말하는 것으로 즉 안경렌즈에 (100±2) N의 힘으로 지름 22mm의 강철 볼을 1.27m에서 떨어뜨리는 시험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26일부터는 일정기준의 강도를 통과하는 1.56렌즈만 시장에서 유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