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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선글라스… 찾아올 방법은?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3-04-30 1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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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량 해마다 감소…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무대응•기존의 판매 방식 고수로 소비자 외면
선글라스가 안경원에서 뒷방 노인네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십 수년 전까지 안경원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효자품목 선글라스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구색 상품으로 전락하여,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6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하던 1등 기업 노키아 신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동전화기 시장에서 세계를 호령하던 1등 기업 노키아가 10위권 밖으로 내몰린 원인이 시장과 경쟁업체의 변화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폰이 2007년에 처음 출시되어 혁신을 서두를 때 노키아는 오히려 스마트폰이 아니라 기존의 피처폰 생산라인을 증설한 결과다.

그러면 안경원이 선글라스를 다시 찾아오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인가. 지금 이대로 선글라스를 계속 방치해야 하는가.

대구의 한 안경광학과 교수는 ‘앞으로 안경원에서의 선글라스 매출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경원에서 선글라스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를 안경사의 보수적인 성향과 모래알 근성 때문이라고 했다.

“대기업도 시장의 흐름에 뒤쳐지면 도태하기 마련인데, 아직도 많은 안경사들이 과거의 호시절만 생각하고 있다”며 “더 한심한 것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이 선글라스 매출을 다 빼앗아가도 제대로 된 대응 없이 옛날 판매 방식만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글라스를 빼앗겨도 세월 탓이나 걱정만 했을 뿐 공동의 타개책 하나 내놓지 않는 것이 안경사라는 것이다.

효자품목이던 선글라스 구색상품으로 전락

최근 공개된 L백화점의 매출에서 지난해 선글라스 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선글라스를 판매하고 있는 S社도 올 1~2월의 매출이 작년 4분기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해마다 선글라스 판매율이 수직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남대문에 산재한 소규모 안경 수입상들이 수년 전부터 안경사 구경하기가 힘들고, 인터넷 판매업자들이 주요 고객이 되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P원장은 “90년대 중반까지 안경원의 전체 매출에서 선글라스 비중이 적어도 30% 이상이었는데, 이제는 10%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통루트가 다변화되면서 소비자의 구입처가 분산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물론 일부 안경원은 선글라스의 입지 회복을 위해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하기도 했다. 바로 백화점이나 온라인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하우스브랜드를 취급하는 리미티드 숍이다.

철저히 자신만의 스타일과 컬러를 내세우는 이들 리미티드 숍은 백화점과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대중적인 브랜드와는 구분되는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재 하우스브랜드 전문 안경원은 서울 강남, 홍대입구 등을 중심으로 홀릭스, 쿨, 피플스, 지오 등 다수의 하우스브랜드로 성업 중이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리미티드 숍인 V안경원의 K원장은 “온라인 등 다른 유통루트에서 찾을 수 없는 컬렉션을 구비하기 위해 직접 수입하거나 생산한 선글라스를 중점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원 당시부터 리미티드 개념의 선글라스를 판매하며 현재도 연간 선글라스의 비중이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홍대 인근에 있는 한 하우스브랜드 전문 안경원의 안경사도 “나 혼자 취급하는 선글라스가 만약 온라인 등 시중에 퍼져 독창성을 잃으면 바로 해당 브랜드를 포기한다”며 리미티드 숍의 성패는 독특한 브랜드와 모델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안경원 리미티드 숍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50여 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 90년대 무렵에 몇몇 곳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강남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하우스브랜드는 안경원이 위치한 상권에 따라 판매 상황이 천차만별”이라며 “리미티드 숍이 잃어버린 선글라스 시장을 되찾아 오는 대안은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 50여 안경원은 하우스브랜드로 승부

서울의 한 안경사는 안경원이 예전처럼 선글라스 매출을 올리려면 명품 선글라스의 경우 구입가에서 5만원 정도의 마진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면세점보다 안경원의 선글라스 가격이 비싸면서 디자인이 떨어지고, 여기에 더해 상품 구색력이 적은 현실을 인정하고 선글라스를 미끼상품으로 판매해야 된다는 것이다.

안경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의식을 변화시켜 가격 경쟁력을 가지면 소비자도 인식이 바뀌어 발길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안경사는 안경원에 선글라스를 되찾기 위해서는 “안경사 전체가 한뜻이 되어 ‘공동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선글라스 판매를 고수하면 안경원 상황은 더 위축된다고 전한 그는 안경원이 전국적인 쿠폰 증정이나 적립 포인트, 신상품 할인쿠폰 등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마케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국의 안경원이 하나의 공동체로‘제휴 마케팅’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T가 한국요구르트와 인터넷 쇼핑몰인 G마켓, 영화관업체 CGV와 제휴를 맺어 시장 파이를 키우듯이 안경원도 다른 업종과 윈윈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시장은 이미 팝업스토어(Pop-up-Store, 임시매장)까지 등장할 정도로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의 한 커피숍 매장 한 켠에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임시로 2주간 SK-Ⅱ 화장품을 판매할 때 1만5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기존의 화장품 전문 매장까지 무시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한 매장이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 틈에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안경사 합심해서 대응 방안 찾아야

취재 중 만난 안경사 대부분은 하우스브랜드 이외에는 안경원이 선글라스를 되찾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선글라스가 공산품이라서 누구나 판매하는 제품으로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선글라스의 의료기기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많다. 대한안경사협회(대안협)의 전직 관계자는 “안경테 생산업체의 반발이 크겠지만 선글라스를 포함하는 아이웨어의 의료기기 제정을 통해 판매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안경원의 수익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대국민 안보건 향상이란 명분까지 있기에 대안협을 중심으로 안경사 유관단체들이 합심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글라스의 의료기기 제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공산품으로 정해진 선글라스를 유독 한국에서만 의료기기로 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사동의 M안경원의 K원장은 ‘되지도 않을 일에 헛힘을 쓰는 대신에 최저 마진을 책정해 백화점과 온라인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전화에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따지자면 침대와 구두도 의료기기화 해야 한다’며 선글라스의 의료기기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흔히 세상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따뜻한 공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눈이나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내려오듯,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안경원이 다시 주 판매처로 부상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국의 안경사가 선글라스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힘을 모으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이 빠르거나 혹은 더디게 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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