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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사 수석합격자, 어디서 무얼하나?
  • 김태용 기자
  • 등록 2013-02-15 15: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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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다수 안경원 근무… 일부는 안과•학계에서 안광학 연구
 
안경사 국시 수석합격자 취재기

‘안경원 개원’은 모든 안경사의 소망이지만 안경사 국가시험에 합격을 해야 하는 필수 코스를 거쳐야 한다.

1989년 개정된 안경사관련 의료기사법에 의거해 그해 10월 22일 치러진 제1회 국가시험부터 지난해까지 총 25차례 시행된 안경사 국시는 지금껏 총 38,453명의 국가공인 안경사를 배출, 현재 4만 명에 가까운 안경사가 안경업계에 포진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시에서 최우수 등급인 수석합격의 영광을 안은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안경사 국시에서 수석합격을 차지하여 안경업계 최고의 재원이란 기대감 속에 사회에 진출한 그들의 오늘은 업계의 현실을 파악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수석합격’ 자부심 갖고 현업에서 맹활약

본지가 질병관리본부(舊국립보건원)가 확대 개편되면서 2000년 제12회부터 국시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과 전국의 40여 개 안경광학과를 추적 조사한 결과 수석합격자의 상당수는 안경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1999년 치러진 제11회 국시에서 수석합격을 차지한 장정욱 씨는 수성대학교(舊대구산업정보대학) 출신으로 대구 수성구에서 안경원을 개원하고 대한안경사협회 대구지부(지부장 박경석)의 재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 원장은 “당시 국시는 수석합격이라는 개념이 없고 그저 당락만 가리는 시험이었다”며 “11회부터 수석합격이라는 명예가 붙여졌는데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교수님이 직접 전화를 하셔서 수석합격했다는 말에 많이 놀란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청암대학교(舊순천청암대학)를 졸업한 김임겸 씨는 제22회(2010) 국시의 수석합격자로서 현재 순천에 소재한 콘택트렌즈(C/L) 전문안경원에서 근무 중이다.

졸업과 동시에 지금의 안경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학부시절부터 C/L에 관심이 많아 C/L 전문안경원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는데 그 꿈을 이뤄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향후 기회가 된다면 C/L 분야를 더욱 연구해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23회(2010) 수석합격자인 이단비 씨(건양대)는 졸업 이후 대전의 건양대학병원 안과에 근무하고 있다.

평소 검안 뿐 아니라 여러 질환에 대한 검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근무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1년 전부터 모교 대학원에 진학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데 검안 분야가 가장 흥미롭다”고 말했으며 “훗날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에 강단에 설 수 있다면 후배들에게 지금 배우고 있는 검안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제24회(2011) 국시의 수석합격자인 김송희 씨(건양대)는 수원의 안경원에서 근무 중이며, 초보 안경사로서 배우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경원에 근무하면서 건양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데, 학문과 실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교육자가 되고 싶다”며 “무엇보다 안경사의 복지와 안경원간 과당경쟁 등의 문제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제25회 국시에서는 경운대학교를 졸업하는 김창하 씨가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그 역시 안경사를 지망했는데 그는 “우선 안경원에서 경력을 쌓고 약 10여 년 후 대학원에 진학해 검안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며 “또한 안경 관련 디자인에도 흥미가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안경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수 인력의 자기개발 토양 마련 필요

이번에 수석합격자를 취재하면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학계에 진출한 안경사가 많다는 점이다.

제15회(2003) 국시에서 수석합격을 차지한 박상국 씨는 현재 수성대학교 안광과의 겸임교수로 재임 중이다. 박 교수는 “졸업 후 안경원에 근무하고 있던 중에 모교 교수님의 권유로 강단에 서게 됐다”며 “강의를 하다 보니 욕심이 더 생겨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북과학대학교 안광과의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유민정 씨는 제17회(2005) 국시의 수석합격자로서 처음에는 안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근무 중에 석사과정을 시작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교수가 되려는 목표의식때문에 잘 견뎌냈었다”며 “수석합격을 계기로 현재의 자리에 서게 됐다는 생각에 지금도 수석을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제20회(2008) 수석합격자인 김형준 씨는 마산대학교 안광과에서 안광학기기 및 실습을 담당하는 시간강사로 모교에 출강하고 있다. 그 역시 모교의 권유로 학계에 진출했는데 가까이에서 후배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수석합격자들이 강단에 서는 것을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안광과 교수는 “수석합격자들이 학교에 남는 것은 순기능이 많은 학계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이들이 전부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안광과의 경직성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연말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9개 국립대학의 전임교원 17,176명 중 5,476명(31.9%)이 모교 출신이었다.

이 같은 모교 출신의 교원 임용은 학문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데, 서울대의 경우 전체 교원의 84.7%가 모교 출신으로서 순혈주의 채용이 만연해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부산의 모 안광과 교수는 “우리나라 안광과는 2, 3, 4년제가 공존하는 시스템이어서 수석합격자라도 타 학교 출신은 실력 검증에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모교 출신이 모교의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은 안광과 자리매김의 과도기적 현상일 뿐으로써 이를 안광과의 순혈주의로 비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사 업무범위 확대로 자긍심 키워야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국시원, 대안협 등 안경사 국시의 유관기관들의 수석합격자 관련 자료의 확보가 지극히 미비했다는 사실이다.

국시원의 경우 12회 때부터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11회 국시 자료를 이관 받았지만 당시 기록은 전산처리가 안 돼 있고, 이후의 자료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공개에 난색을 표시했다.

대안협 역시 국시 수석합격자 관련 자료는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안경사 국시는 안경사(史)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 부분으로써 수석합격자에 대한 관리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같은 유관기관들의 무관심 속에 안경과 관련된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바래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수석합격자라는 최우수 고급인력의 누수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현재 업계를 떠나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하거나 학과 구성원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이른바 행불자로 처리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안협 정책개발위원회의 김흥수 위원장(대전보건대학교 안광과 교수)은 “현행 안경사 관련법은 안경사의 생존을 지켜주는 시스템이라 할 수 없다”며 “C/L의 경우 피팅은 안과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이제는 판매도 그들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안경사 소득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사 업무범위의 축소 속에서 수석합격자는 갈 길을 잃고 어렵게 차지한 수석합격이란 영예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정부가 안경사 삶의 질 차원으로 접근해 안경사의 처우를 제도권에서 보장할 수 있어야 안경업계 고급인력의 누수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Tip 1. 안경사 국가고시?
때때로 ‘안경사 국가고시’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바른 용어는 ‘안경사 국가시험’이다.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4조는 ‘의료기사등이 되려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의료기사등의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며 안경사 등이 포함된 의료기사의 자격시험을 ‘국가시험’이라 규정하고 있다.

전남의 한 안광과 교수는 “국가고시라는 말은 과거에 나라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붙는 ‘고시’라는 말을 여전히 못 버렸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며 “현재는 행정고등고시, 외무고등고시, 기술고등고시 3분야를 제외하고 정부에서 주관하는 모든 시험은 국가시험으로 일원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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