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국내 최초로 ‘안경원 매출과 날씨’ 상관관계 역학 조사… 최고 매출 올리는 날씨는 ‘약간 흐린 날’에 67%가 응답
▲ 날씨에 따라 안경원의 매출 등락 폭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국 110개 안경원 설문조사서
안경원의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르는 날씨는 쾌청한 날씨가 아니라 ‘약간 흐린 날’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본지에서 국내 최초로 안경원과 날씨에 따른 매출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안경원의 64%인 74곳에서 ‘약간 흐린 날’의 매출이 최고로 많이 오른다고 응답했다(표1 참조).
본지가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14일간 서울과 부산 등 전국 11개 권역의 안경원 110곳을 임의로 추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출이 두 번째로 높은 날씨는 ‘맑고 화창한 날’로 35곳(32%)인 것으로 나타났다(표1 참조).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4%, 신뢰수준은 ± 4.6% 포인트이다.
날씨따라 도시•농촌간 매출 차이 뚜렷
유난히 춥고 눈이 잦았던 올 겨울. 서울만 해도 지난해 12월에 사흘에 한 번 꼴로 눈이 내리면서 23cm의 적설량을 기록, 1980년에 34cm를 보인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눈이 내렸다.
매서운 추위도 4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면서 가뜩이나 바닥에 떨어진 안경원의 체감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기상 여건과 안경원의 매출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우선 ‘어떤 날씨일 때 안경원의 매출이 가장 높은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7%인 74곳의 안경원이 ‘약간 흐린 날’을 꼽았다. 예상과 다르게 ‘맑고 화창한 날’에 매출이 많다는 응답이 35곳(32%)에 그쳤다.
특히 이 질문에서는 도회지와 주택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안경원 간의 답변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대전/광주 등 대도시 지역의 안경원은 ‘약간 흐린 날’이 매출이 많다는 반면, 충남/경북/전남/제주 등 중소 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맑고 화창한 날’이 가장 매출이 오른다고 답변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20년째 T안경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우리 안경원은 지하철 인근 상권에 위치해 이른바 뜨내기손님이 고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화창한 날은 야외로 놀러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고정고객이 감소하고, 오히려 약간 흐린 날에 매출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눈이나 비가 올 때 매출 하락폭은 어느 정도인가’란 질문에는 46곳(42%)이 평소보다 ‘21~40% 정도 매출이 하락한다’고 응답해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 안경원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표2 참조).
우리나라 대표 도시인 서울 지역 안경원의 경우 눈이나 비가 올 때 하락폭이 평균 34.3%인 것에 비해 중소도시인 전남 지역 안경원의 하락폭은 20%에 그쳤다(표3 참조).
주택가와 농어촌에 위치한 안경원 매출 감소의 폭이 도심지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시장이나 오피스텔 등 도심지의 경우 직장인들의 필요에 의한 목적구매가 다수를 이루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남 곡성군 E안경원의 O안경사는 “일반 주택가, 특히 농어촌 주변의 안경원은 주로 충성도가 높은 단골고객이 많아 날씨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도심지의 안경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외출을 피하기 때문에 안경원 방문의 기회도 감소하지만, 도시 외곽 지역의 안경원은 기상 여건과 상관없이 출퇴근 등의 외출이 일상화돼 있는 고정 고객이 대부분이라 매출 하락이 적다”고 설명했다.
비수기에 매출 늘리는 방안 모색 필요
그러면 1년 중 안경원의 매출이 가장 높은 시기는 언제일까.
이 질문에는 전국 11개 권역의 안경원이 거의 동일한 답변을 내놓았는데, 매출이 가장 좋은 분기는 3분기 63%(70곳), 2분기 33%(36곳)로 늦봄부터 여름까지를 최고 매출을 올리는 시기라고 꼽는 안경원이 96%로 나타났다(표 4 참조).
대구 신암동에서 P안경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새봄이 시작하는 4월부터 9월까지가 전통적으로 안경원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커지고, 각 업체들의 신제품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반면 기온이 떨어지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신학기 전까지가 안경원의 최대 비수기”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안경원의 최대 성수기인 이 기간에 1년 매출의 50% 이상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학기부터 여름 직전까지가 안경원의 성수기’란 공식은 이미 2~30년 전부터 업계에 뿌리내려 있다.
다만 이제는 업계 스스로가 계절이나 날씨에 너무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비수기에는 매출이 줄어든다는 안경사의 고질적이고 체념적인 사고가 매출을 더욱 떨어트리고, 혁신적인 아이템의 개발이나 업무영역의 지속적인 확대를 스스로 외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즉 날씨에 대응하겠다는 노력과 1년 사계절을 성수기로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대한안경사협회 고문길 홍보이사는 “과거에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상술이 우선시 됐지만 근래는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서비스가 더 중요해졌다”며 “완벽한 굴절검사와 조제가공으로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날씨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 장사는 신나는 대신에 소금장사는 울고, 반대로 쾌청한 날씨에는 소금장사가 신나는 대신에 우산장사는 운다’는 날씨의 순리를 조금씩 바꿀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