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안경시장에서 선결제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안경원 내의 디스플레이(이 자료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일선 안경사들이 뿔났다.
몇몇 아이웨어 수입•유통사들의 상도의를 벗어난 영업행태에 안경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온라인은 우대 판매하고, 안경원은 뒷전인 것처럼 안경원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인 영업행태에 불쾌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일선 안경사들이 몇몇 수입 유통사들의 배짱 판매하는 영업방식에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인기 있는 안경 브랜드를 수입하는 일부 유통업체들은 안경테 주문 시 선결제를 받고 있는데, 문제는 안경원으로부터 선결제를 받은 후 당초 약속과 달리 제품의 납기 지연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판매가 잘되는 인기 모델의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납품 기일이 다가오면 본사에서 이미 품절되었다며 다른 모델로 권유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몇몇 유통업체들이 안경원의 납품을 온라인이나 백화점보다 후순위에 둠으로써 납기 지연이나 인기 모델의 교체 등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입금한 안경원들은 본사에서 생산 중지됐다는 주문 모델을 무턱대고 기다릴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모델을 교체 주문하거나 밀어 넣기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업체 납품 1순위는 백화점, 안경원은 3순위
서울 마포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웬만한 규모의 안경원은 대중적으로 네임 밸류가 있는 브랜드는 위신을 생각해 소량이라도 갖추어야 그나마 운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선결제를 받은 후 납기를 계속 지연시키고, 주문한 모델의 교체를 요구하고, 심지어 영업사원이 전화까지 회피하는 등 속을 태우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G브랜드의 경우 700만원을 선결제하면 15%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선결제를 해도 안경원은 제때에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안경사는 “유명 브랜드여서 어쩔 수 없이 9백만원을 선결제했는데, 약속했던 물량 중 제날짜에 받은 제품은 절반도 안 된다”며 “수입업체에서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엔 1순위로 납품하면서 안경원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수도권의 한 아이웨어 수입•유통사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어느 업체든지 전국으로 영업을 다닐 직원을 운영하기 어렵고, 더구나 과거처럼 제품을 일괄 수입하면 십중팔구 손해를 볼 것이 뻔해서 부득이 선결제를 받은 수량만큼 본사에 오더하고 있다”며 “다만 업체 입장에서는 백화점, 면세점 등 당월 결제가 분명한 곳을 우선 판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경원에서 선결제를 해도 정작 제품을 납품할 때는 백화점 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이다.
국내 제조업체는 온라인 주문•판매로 선진 유통
이에 반해 국산 안경테 제조업체들은 온라인 주문 판매라는 유통의 단순화로 신속한 유통 체계를 이루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에 소재한 P사•H사 등 일부 안경 생산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한 주문 판매로 안경원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경원에서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신속 정확하게 배송해 신뢰의 건전한 유통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간 유통처가 생략되어 물류비용이 절감됨으로써 납품가까지 낮추어 안경원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구3공단의 한 국산 아이웨어 업체 대표는 “대부분 내수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한 주문방식이 보편화 돼 있고, 선결제와 물량공급에서 차별이 전혀 없다”며 “안경사들께서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외국제 보다는 국산 아이웨어의 비중을 늘려주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는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즉 케이크에 체리가 놓였는데, 케이크는 먹지 않고 맛있는 체리만 골라먹는 행위를 체리피킹이라고 한다.
백화점이나 온라인 등 모든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정작 선결제까지 마친 안경원은 제품을 지연시키거나 주문한 제품의 교체를 요구하는 업체는 맛있는 체리만 먹겠다는 체리피커와 다름없다.
최근 선결제에 피해를 입은 안경사들이 문제의 업체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안경사들이 공유•대응하는 디마케팅(Demarketing)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조선 중기 때 무역상으로 이름을 날린 거상(巨商) 임상옥은 ‘신용이 장사로 남길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라고 했다.
Tip. 선결제 하면 이득?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선결제하고 재방문을 약속하는 소비자 운동인 ‘착한 선결제 캠페인’이 전개된 바 있다. 하지만 본래 선결제 시 할인율을 적용받는 방식은 일부 업체의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아지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특히 업체가 선결제로 돈만 챙기고 폐업했을 때를 대비해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이에 따라 근래는 선결제 시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0년 5월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99조의11(선결제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에 의거, 선결제에 참여한 개인사업자•법인에 대해 선결제 금액의 1%가 세액 공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