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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인식은 망막 결상과 집중 필요
  • 서재명 교수
  • 등록 2011-06-07 16: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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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④

무주의맹(Unaufmerksamkeitsblindheit)

무주의맹이란 관찰자의 시각적 관심이 다른 사물이나 특정 과제와 연관되면 사물 전체를 인식할 수 없는 효과를 가리킨다.

90년 대 말 미국의 일리노이스 대학의 한 연구원이 인식에 관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가 동영상을 보면서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 3명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 3명이 2개의 농구공으로 드리블을 하면서 몇 번의 패스를 하는지 알아맞히는 실험이다.

여기에 특이한 장면을 끼워넣는다.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심지어 한 곳에 수 초간 서있기도 한다.

이후 참가자에게 고릴라의 존재를 물어본 결과, 절반은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 고릴라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참가자의 시각적 집중은 패스의 개수에만 쏠려 고릴라를 인식하기 위한 시각적 집중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게다가 고릴라는 참가자가 해야 하는 임무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고릴라 대신에 우산을 쓴 여성 사진을 삽입 해보았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인간의 두뇌가 가진 분석력과 취사 선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의식적 인식

무의식적 인식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자극은 개체에 대한 인식이 없어도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무의식적 인식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57년 미국의 시장 조사 연구원인 James Vicary는 뉴저지에 위치한 어느 극장에서 실험을 하였다.

영화 상영중에 ‘Drink Coke’와 ‘Eat Popcorn’이라는 문구를 0.003초 동안 반복 노출시켰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의 노출로는 인식이 불가능하지만 놀랍게도 콜라와 팝콘의 판매율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미국에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 광고는 금지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제품 판매율이 증가하고 흡연율이 감소할 수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단순히 1000분의 몇 초 동안 특정 자극에 노출되었다고 복잡한 신경 전달 과정이 일어날 수는 없다.

James Vicary는 수 년 후 극장에서의 실험은 없었다고 얘기를 했었어야 했다. 과학과 대중이 서로 뒤엉켜 어느 것이 과학인지 알 수 없게 되버렸다(Wissenschaft und Offentlichkeit waren einem Schwindel aufgesessen).

물론, 인식할 수 없는 자극으로 사람의 반응이나 행동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반응유발성 실험(response-priming-experiment)이 그것인데. 실험방법은 다음과 같다.

참가자는 모니터를 통해 사각형이나 마름모형 등의 다양한 자극들을 바라본다. 이후 참가자는 모니터의 어느 쪽에서 도형이 보였는지를 마우스의 버튼으로 가능한 빨리 체크를 하게 한다.

실전에 앞서 보기용 자극(cue)을 1000분의 몇 초를 보여주면 참가자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게 된다. 실제 자극이 보기용 자극에 준하는 크기와 모양이면 반응 속도는 짧았지만, 실제 자극이 보기용 자극과 다른 형태를 보이면 반응 속도는 더 길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에서의 잘못된 답을 고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요약

시각적 인식을 위해서는 물체와 물체의 망막 결상 이외에도 보고 있는 사물의 특정 부분에 특별한 관심과 집중이 필요하다. 즉, 의식이 존재하는 시각적 인식만이 의미가 있다는 말이 된다. 앞서 서술했던 주의맹과 무주의맹은 시각적 자극이 갖는 한계와 동시에 우리가 취사 선택하는 능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수 많은 시각적 정보가 망막에 결상된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된 선택 기재는 인식과 뇌의 활동 영역 간의 타협을 잘 보여준다.

인식이 상당히 높은 주관에 입각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동일한 사물이 다르게 인식되기도 하고 분석되면서 관찰자의 집중도에 따라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절대적 사물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이 가진 주관적 필터를 통과한 이른바 맞춤형 인식(personalisierte Wahrnehmung)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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