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은 미국에게 치욕을 안겨준 전쟁이다. 오죽하면 세계 최고인 미국이 진흙탕으로 변한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빼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던지 이때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미국 같은 최강의 국가이든 규모가 작은 기업체이든 까다롭고 곤란한 사태가 벌어지면 저마다 현명한 출구전략을 내놓으려고 애를 쓴다. 단체도 이런 출구전략은 시시때때로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협회장 불신임 사태를 수습하는 안경사협회의 출구전략은 솔직히 말문이 막힐 정도로 최악의 수준이다. 차라리 협회장을 불신임한 사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와 입장이 곤란하면 입만 닫고 있어도 중간쯤은 가는데, 무슨 배짱으로 가면무도회에 나온 배우처럼 기자회견에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진실을 은폐하는데 혈안이었는지 실망감을 넘어 비애감까지 든다.
더구나 어느 인사는 본지의 사실 보도에 ‘언론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면 쓰레기보다 못하다고들 합니다’라는 비하 글까지 돌렸다. 아무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이 파벌로 넘쳐나고 편 가르기가 성행한다지만, 금세 밝혀질 사실을 아리송한 언변으로 왜곡하는 것은 정직한 일이 아니다.
자기편의 주장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쑤어도 옳고, 자기들 비위에 안 맞는 말에는 앞뒤도 분별 않고 폄훼하면 이 세상은 어떤 꼴이 되겠는가. 아무리 요즘 세상이 SNS라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로 낮밤을 새운다고 해도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
협회에 충성집단은 양날의 칼이다. 집행부가 힘들고 까다로운 사업을 펼칠 때 충성집단은 힘을 보태주는 보약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반대로 잘못한 일까지 자기편이라고 감싸면 협회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충성집단이 조심해야 될 것은 언제 어느 때라도 집행부에 앞서 회원의 뜻을 따라야 진정한 충성이 된다는 점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이 회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실을 보도한 매체를 음해세력, 날조된 기사라고 매도하는 곳에서는 밝은 미래가 자랄 수 없다.
당파싸움은 조선 왕조에서 기승을 부리고 숙종 때 꽃을 피웠다고 말할 만큼 극심했다. 얼마나 당파싸움이 심했는지 나라가 풍전등화에 놓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이들 당파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조선 왕조의 폐망은 결국 백성보다 자기 세력의 안위를 우선하는 당파싸움에서 기인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협회장 불신임 결의에 참여한 부회장들도 문제다. 집행부 수뇌부가 시치미를 떼고 협회장 불신임을 거짓주장으로 매도할 때 불신임에 참여한 부회장들이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모른 채하는 것은 정직한 일이 아니고, 회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협회장을 불신임할 정도로 굳은 결의를 했다면 적어도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기본 양심이다.
아무 의사표현 없이 시치미를 떼는 것도 거짓말하는 것과 똑같다.
건강한 협회는 시치미를 떼지 않는 임원,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임원들이 넘칠 때 협회가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