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발 등 패션 전문 쇼핑몰에서 무도수 콘택트렌즈 판매 성행… 국민 안보건 차원에서 관계당국 대책 마련 시급
방치된 국민 안보건… C/L 피해 우려 증폭
가발전문 온라인 사이트에 무도수 콘택트렌즈(이하 C/L)가 등장, 일선 안경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이들 대표적 가발 온라인 사이트의 미용 무도수 C/L 매출액이 1억 원을 넘는 등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도수 C/L 온라인 전문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패션 가발 전문 온라인 쇼핑몰 P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미용C/L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73개 미용C/L품목 중 18가지가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온라인 가발 전문 쇼핑몰 G사도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등록된 베스트 아이템 5개 중 3가지 품목이 미용C/L일 정도로 무도수 C/L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짐으로써 오히려 이들 회사의 주요 품목인 가발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일반 액세서리 가게나 가발 사이트에까지 C/L이 집중 판매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3월 무도수 C/L 온라인 판매를 사실상 합법화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판매 사이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들 가발 사이트업체 중 P사는 보건복지부에 무도수 C/L의 판매에 대한 유권해석까지 받아놓고 판매에 나서고 있고, 심지어 가발 사이트 L社의 경우 실질적 대표가 안경사 면허증 소지자라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무도수 콘택트렌즈 오남용으로 피해 급증
무도수 C/L의 온라인 판매가 성행하면서 C/L 사용법 등 전문적인 관리방법을 교육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거주하는 이 모(28, 여) 씨는 무도수 C/L을 착용한 상태로 수면을 취한 다음날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심한 고통과 이물감 증상을 느껴 렌즈도 빼지 못한 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1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C/L 관련 위해 사례 접수 건수는 총 163건으로 2009년 같은 기간의 143건에 비해 14% 증가했다.
특히,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C/L 관련 위해 사례 접수자 457명 중 78.1%인 357명이 여성이었고, 전체의 57.3%인 262명이 20대로 조사되어 주로 20대 여성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도수 C/L의 위험 수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은 채 C/L을 착용하면 각막을 해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양질의 C/L 선택과 부작용 예방법, 사용상 주의사항을 반드시 숙지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보건 전문가들도 무도수 C/L이 단지 멋을 내기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 현재의 법적 미비 또는 방치는 안보건 차원에서 시급히 해소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 전문가들은 무도수 C/L의 경우 일반 C/L과 다른 방법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감염 확률 면에서 더 큰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C/L의 경우 구매자에게 렌즈의 특징, 사용지침,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심각한 안질환을 초래할 수 있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을지대학교 안경광학과의 이군자 교수는 “패션 전문 쇼핑몰 등 비전문적 업체에서 무도수 C/L을 판매하는 것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국민 안 보건을 위협하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등 관련당국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무도수 C/L의 무분별한 온라인 판매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보건복지부의 유권 해석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근본적 제도 개선에 한 목소리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당국이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민 안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온라인 C/L 판매를 예방하는 제도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5년부터 도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C/L을 구매할 때 안과의사 또는 검안사가 발행한 C/L 처방전을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시에도 구매자는 인증이 유효한 C/L 처방전을 팩스나 전자메일로 판매자에게 제시해야 구입할 수 있는 법적 보완책을 갖추고 있다.
EU에 가입된 대다수 국가들도 소비자가 C/L을 구매할 때는 안과 의사나 검안사가 발행한 C/L 처방전의 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더구나 판매자는 C/L 판매 시 소비자에게 제품을 구매한 시점과 다음번 시력 검사일자 등을 소비자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명세서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지역 한 안경사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국내에도 무도수 C/L 판매를 규제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국민 안 보건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의 한 사무관은 “현재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모든 C/L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라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현재는 부득이하게 일선 학교•보건소•협회 등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의 안전한 C/L 사용을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