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 방독면에 사용되는 안경렌즈의 코팅이 품질 기준에 크게 미달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낮은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일부 업체가 저급 렌즈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품질 미달 렌즈가 자칫 군 장병들의 눈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안경렌즈업계에 따르면 군사용 방독면 안경의 경우 그 특성상 하드•멀티 코팅은 물론 자외선(UV)차단과 발수코팅까지 되어야 납품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군 장병들에게 보급되는 군사용 방독면 안경은 이 같은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샘플 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UV차단과 발수코팅이 부족하거나 전혀 되지 않는 렌즈가 버젓이 UV차단 및 발수코팅이 된 제품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샘플 조사 결과 납품 안경렌즈 품질 조악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안경렌즈도매협회(회장 김영환)가 육군 군수사령부(군수사) 의무과로부터 군사용 방독면 렌즈의 코팅 상태에 대한 시험을 의뢰받아 테스트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렌즈도매협회는 군수사가 의뢰한 샘플 제품에 대한 자외선 차단 효과 및 초발수코팅 여부를 테스트한 결과, UV코팅과 수막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서면을 통해 군수사에 통보했다.

렌즈도매협회 관계자는 “군대에 납품되는 안경렌즈의 스펙은 상당히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따른다”면서 “하드코팅과 멀티코팅은 물론 UV차단과 발수코팅까지 되어야 납품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반적으로 자외선이 차단되려면 UV400은 되어야 하는데 군수사로부터 받은 샘플 제품의 경우 시험 결과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발수코팅도 되어 있지 않아 수막처리 또한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작성한 확인서를 군수사에 보냈다”고 말했다.

렌즈도매협회에 따르면, 시력보정용 렌즈의 경우 UV차단 효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규정에 따라 반드시 UV흡수제를 포함하고 있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 UV차단이 되지 않기 때문에 UV 표시를 할 수 없다.

납품 선정 위해 턱없이 낮은 단가로 응찰
렌즈업계에서는 군사용 방독면 안경이 한해 20만개 이상 군대에 공급•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군사용 방독면 안경의 단가가 4천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독면 안경에 들어가는 스텐리스 소재의 림과 안경렌즈, 케이스까지 포함해 4천원 가량의 단가를 맞추려다 보니 결국 안경렌즈의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게 렌즈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군대에 안경렌즈를 납품하는 업체들 중 일부가 이처럼 낮은 수준의 단가를 맞추기 위해 품질이 낮은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이처럼 낮은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UV차단 렌즈의 경우 그렇지 않은 렌즈에 비해 가격이 더 높다. 발수코팅 역시 마찬가지다. 수막처리를 하지 않은 렌즈는 당연히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납품업체에서 당초 승인받은 제품과 다른 저렴한 제품을 납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군수사 의무과가 이번에 방독면 안경의 샘플에 대한 테스트를 요청한 이유 역시 방독면 안경렌즈의 품질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독면 안경의 납품을 희망했던 한 업체가 그런 단가로는 품질을 맞출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방독면 안경에 사용되는 렌즈의 품질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군수사 담당자는 “한 업체가 ‘단가가 너무 낮아 품질 유지가 가능하겠느냐’라고 해 안경원과 렌즈 관련 협회 등에 샘플에 대한 테스트를 요청했다”며 “아직 정확한 결과가 취합된 상태가 아니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군수사는 몇몇 안경원과 렌즈도매협회는 물론 건양대 안경광학과 등 일부 학교 등에도 방독면 안경렌즈에 대한 품질 검사를 요청했거나 요청할 계획이다.

군수사가 이번 방독면 안경렌즈에 대한 샘플 테스트 결과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역시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민원으로 인해 렌즈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독면 안경의 품질 문제에 대한 의문을 가진 것은 확실하다.

납품가 현실화와 납품업체 인식 변화 절실
납품가 현실화와 납품업체 인식 변화 절실 렌즈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방독면 안경의 품질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와 같이 낮은 납품 단가에서는 방독면 안경의 적정 품질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단가에 맞추려다 보니 납품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낮추거나 일각의 주장처럼 기준에 미달되는 렌즈를 납품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납품 단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품질 개선의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공급업체의 인식과 품질 준수 노력도 중요하다. 납품업체로 지정되는 것에만 급급해서는 안되며, 지정된 이후에는 반드시 정해진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저급 또는 기준 미달의 제품을 납품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방독면 안경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 장병들의 눈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필수다.

아울러 납품업체가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위반 시에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업계에 알려진 것처럼 멀티•하드 코팅은 물론 UV차단 및 발수처리가 되어야 한다면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렌즈가 절대 유통•보급되어서는 안되도록 정기적인 점검 및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렌즈도매협회 김영환 회장은 “군수사 등 군 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와 개선 의지, 또한 공급 업체의 책임감이 병행될 때에만 방독면 안경의 품질 향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