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바이마르시대에 군수산업 자본과 결탁한 독일 대통령 힌덴부르크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피 묻은 칼로 보아 무기력한 관료들은 이미 잘린 채 오직 기록을 위한 손만이 살아있고, 대통령은 검은 모자에 안경까지 낀 자본가의 달콤한 귓속말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그림 중앙에 독일인을 의미하는 당나귀는 근시안의 상징인 검은 눈가리개를 하고 한 발만 더 내딛으면 해골이 기다리는 책상 아래로 추락하게 될 독일 민중들의 참담한 처지와 운명을 묘사하고 있다.
왼쪽 상단의 태양마저도 탐욕의 상징인 달러 기호로 어둡게 가려져 있는 암울한 모습이다.
독일 공산당에 입당한 그로츠는 레닌 사망 후 스탈린 지배하의 러시아가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국가로 변하자 공산당을 탈당했다.
사회변혁의 도구였던 그의 작품 또한 더 이상 날카롭고 풍자적인 관점에서의 사회 비판은 사라지는 대신에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그림들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인이자 베를린 최고의 평론가인 친구 막스 헤르만 나이세의 초상화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동안 부패한 인물에 대해 가혹하게 비판적인 캐리커처로 유명했지만 이 그림에서 그는 심리적 성격묘사는 물론 안경을 즐겨 쓴 친구의 독특한 특징인 굽은 등과 대머리와 함께 머리와 손의 선, 융기, 정맥 및 귀의 붉어짐 등 디테일한 묘사가 두드러진 그로츠 인생 후반기의 상징작이라 할 수 있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