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이 지난 7월 발표한 지난해 주야별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교통사고의 1/3 이상이 야간에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절반에 가까운 사고건수를 기록한 달(月)들도 적지 않다.
전체 교통량에서 야간 교통량이 1/4 수준으로 현저하게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사고의 위험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의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졸음, 주시 태만 등이 언급되지만, 독일에서는 야간시력장애가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굿비전이사회(Kuratorium Gutes Sehen)의 커스틴 크루신스키 부회장은 ‘운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야간 시력장애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 안과전문의협회(BVA)의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 최대 750만명이 야간운전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 문진 시 야간운전을 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것을 확인 실감하고 있다.
연령별 차이를 보면 대부분 중장년층에서 문제를 인지하는 빈도가 높지만, 어려움은 전 연령층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BVA의 한 발표를 살펴보면, 50~59세 사이의 운전자들 중 11.5%는 야간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연령대는 가장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연령대 중 하나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낮에는 선명하고 또렷한 시력을 갖고 있지만, 야간운전 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예시로 야간 근시를 들 수 있다.
또한 야간운전 시 눈의 피로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대비감도(Contrast)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간운전 시 가장 대비감도 차이가 큰 상황은 밝은 날에 터널에서 빠져나올 때인데, 이때 차이는 100(cd/m²)에서 13,000(cd/m²)에 다다른다.
하지만 야간에 상대 차량의 헤드라이트로 인해 운전자가 느끼는 대비감도 차이는 무려 0,01(cd/m²)에서 11,000(cd/m²)까지 상승하게 된다.
건강한 눈은 이런 차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각막, 수정체, 유리체 등이 혼탁해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현저하게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위해 제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재 면허증 발급을 위한 시력검사 과정의 조도 아래에서는 야간운전을 수행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
암순응 시 조절휴지 상태에서 0.5~3.0 dpt 사이의 근시를 유발하지만, 이 점을 야간운전 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의 주원인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야간운전 시 시각적인 어려움은 특정 연령층의 집단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 추세다.
대부분의 경우 휘도의 감소에 따른 시력 및 대비감도의 감소가 원인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선 대비감도 검사 시력표만으로 충분하다.
또한 야간운전 시 시력장애는 사위 상태의 변화로 인해 종종 발생한다.
이에 프리즘 처방 역시 추천한다.
이러한 운전자의 처방에 안경사들의 역할이 중시돼야 함은 물론이다.
운전자 개개인의 상태를 측정, 판단, 교정해줄 수 있는 역할을 안경사를 제외한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그 역할에 대해 거의 인식되지 않기에 안타깝다.
야간운전 시력장애에 관한 관련 연구가 활발해져 정책적으로 법과 제도 도입에 있어 안경사의 역할이 커지길 고대한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