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안경의 생산활동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내년 선글라스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한창 분주해야 할 요즘 신모델 개발은 물론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있다.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가 해마다 눈에 띄게 줄면서 내수 안경 제조업체들이 생산 의욕을 상실한 채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본지가 최근 대구지역 생산업체들의 내년도 선글라스 생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업체 7곳을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 3곳은 아예 선글라스 생산을 중단하고, 나머지 4곳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평균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여 년간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가 해마다 감소하면서 그동안 생산량을 줄여온 생산업체들이 내년도 신 모델 개발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본지의 전화 질의에 응답한 A업체 대표는 “5년 전의 생산량과 비교하면 내년 선글라스 생산량은 30%에 불과하다”며 “명색이 생산 공장인데 선글라스 하나 만들지 않을 수 없어서 기본만 생산할 뿐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공장에 선글라스 주문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또 다른 B업체의 공장장은 “솔직히 이제 대구에서 선글라스 생산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아이빌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안경테 생산•유통업체의 대표는 “올해 자사의 도수테와 선글라스 비율은 5:5였지만, 내년에는 7:3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안경원에서 판매가 지지부진하다보니 백화점과 면세점, 특히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판매루트를 다각화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기준으로 국내 안경 제조업체의 85%가 몰려 있는 대구 3공단의 안경 제조업체들의 생산이 내수 불황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내수업체 생산량 감소•수출업체는 선전
그러나 한 안경 제조공장의 관계자는 안경원에 판매를 주력하는 업체만 힘들뿐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공장은 그나마 형편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 많은 제조업체들이 내년도 선글라스의 경기가 어두울 것으로 전망하지만, 사실 안경원만 판매가 부진할 뿐 백화점이나 온라인몰 등 다른 유통처의 물량은 거의 변함이 없고, 특히 수출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올해 9월까지 안경테의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2% 하락한 약 7천 1백만 달러, 선글라스는 24.1% 상승한 약 5백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실적은 올해 수출업체의 안경 생산은 기대 이상으로 선방한 수치이다. 안경 내수 제조업체가 심한 불경기와 소비자의 외면으로 고전할 때 수출업체는 평년작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본지가 이번에 취재한 7곳의 내수 및 수출 제조업체의 관계자들은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 모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기의 침체가 계속되는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악재로 안경원과 제조업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특히 대구지역 생산업체들은 기준금리가 17.5%로 인상된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11월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함에 따라 일반 서민이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가계빚은 사상 첫 1,500조원을 넘어섰다.
서울시안경사회의 한 부회장은 “최근 어려운 경기로 안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웃음을 잃었지만, 이런 때일수록 도소매가 서로 협력해 난관을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며 “특히 도소매 관계자 모두 상도의를 벗어나지 않는 유통으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