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안경원이 중국처럼 안경사법이 없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만약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누구나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온라인을 통해 도수 안경테를 초저가로 판매한다면 안경원은 어떻게 될까.
수년 전부터 눈 건강의 최일선 보루인 중국 안경원들이 최소한의 보호막도 없는 가운데, 수많은 온라인 업체들이 가격파괴에 나서면서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도시 번화가에 입주한 안경원들마저 온라인 업체들의 초저가 판매에 고객 발길이 끊기면서 곳곳에 임대 안내를 붙이거나 간판만 내걸고 영업 정지 상태에 빠져있는 것.
지난달에는 모 유명 안경체인과 상하이에 소재한 안경기업이 파산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근시대국’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안경인구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중국에 사회 전반에 퍼진 소비심리 위축과 개인 자영업자까지 온라인 판매에 나서면서 일선 안경원들이 최악의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중국 안경원의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전문성 부족과 경영 미숙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의료기기인 안경을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온라인에서 저가 판매할 수 있는 법적 미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의 일선 안경원 4년간 18.4% 줄폐업
한때 중국의 안경원은 폭리업종, 황금알을 낳는 곳으로 오해받을 만큼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안경원이 유망 업종으로 소문난 이후 너도나도 오픈에 뛰어들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쇼핑몰과 거리에 안경원이 생겨나 심한 경우 10여 곳이 밀집되어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수년 전부터 테무, 알리 타오바오, 핀둬둬 등 초대형 온라인 기업에 이어 개인 자영업자까지 안경 판매에 뛰어들면서 최근에는 일부 유명한 체인 안경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안경원이 심각한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다롄市의 번화가 쇼핑몰에서 10년 넘게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예전 같으면 주말에 안경을 구입하는 고객이 줄을 섰는데, 이제는 안경을 하루에 한 장 팔기도 어렵다”며 “우리 안경원에서 가장 저렴한 안경이 500위안(약 9만 5,000원)인데, 대다수 고객들이 비싸다고 발길을 돌려 판매를 거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에서 도수안경을 130위안(약 2만 5000원)에 파격 판매하다보니 안경원은 아예 판매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안경원의 원장은 “올해 매출이 22년과 23년과 비교할 때 정확하게 반토막 났다”며 “전국의 거의 모든 안경원이 우리와 비슷한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는 안경원의 매출이 급락한 가장 큰 요인으로 온라인을 꼽으며, “안경원은 임대료와 인건비, 세금, 운영비 등 고정비용을 지출하지만, 온라인 업체는 별다른 경비가 들지 않아 온라인에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상하이광학무역협회는 2019년 통계 자료에서 중국의 안경원 수를 18만곳 이상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의 대쉐컨설팅에서 발표한 지난 2023년도 중국의 총 안경원은 14만 7천 곳으로 4년 만에 18.4%나 급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6월 공얀산업컨설팅에서 발표한 ‘2010~23년 중국 안경테 시장규모 통계’에 따르면, 시장규모는 꾸준하게 증가해 2023년도에 313.7억위안(약 5조 8,966억원)으로 2010년보다 6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한(그래프 1 참조) 반면 안경원의 수익률은 해마다 감소해 2011년 12.3%에서 2023년엔 2%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었다.
즉 온라인 마켓의 확대로 전체 시장규모는 커진 반면에 안경원의 수익은 오히려 해마다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광학협회의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일반 안경원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온라인 마켓의 저가판매에 속수무책 도태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안경원은 전문성과 기술을 갖춘 안경사 고용부터 고급 검안기와 조제장비 설치 등 온라인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전문성을 키워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막 없는 중국 안경원들 온라인에 속수무책
지난 9월초 개최된 중국 베이징국제광학전 참가했던 대구의 한 아이웨어 수출업체의 대표는 “전시회가 끝나고 저녁에 시내 안경원을 둘러보니 안경 고객을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며 “현지 거래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요즘 중국은 온라인에서 도수안경을 초저가로 판매해 안경원 대부분이 초죽음 상태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나라 안경사법이 참 고마운 법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천시안경사회의 한 부회장은 “국민의 안 건강에 꼭 필요한 안경원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없는 중국을 보면 우리나라 안경사제도가 얼마나 든든하게 잘 만들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안경사 면허제도의 시행으로 도수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원천 차단하는 우리나라 안경사법은 안경원을 보호하는 최고 법”이라고 제도의 우월성을 평가했다.
중국은 지금 디플레 공포에 휩싸여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고용 불안과 경기 불황에 따라 소비 자체를 자제해 경기가 더 악화되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지금 중국 경제는 그동안 가계 저축과 은행 부문, 지방정부의 재정을 뒷받침했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60% 이상이 폐업해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하락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물가까지 떨어지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일선 안경원은 소비 위축과 함께 개인까지 온라인 저가판매 뛰어드는 무법의 난장판 속에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으며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