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매장을 계약할 때 월세 9백만원을 7개월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고맙게 생각해 선뜻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2년여 지나고 보니 무료보다 월세를 150만원 정도 깎았으면 불경기에 안경원 운영도 수월하고, 또 전체 지출도 적었을 텐데 7개월 무료라는 말에 덜컥 계약한 것이 후회막급입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지난 2021년 4월 모 상가 1층에 132㎡(약 40평) 규모의 안경원을 개원한 A원장은 월 임대료를 9백만원에 계약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상가 임대인의 배려(?)를 조금 더 따져보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처음에는 임대료 900만원을 7개월씩 무료로 해준다기에 단순하게 6천 3백만원을 이익 본다고 쉽게 생각했는데, 만약 임대료를 150만원을 깎아서 5년 임대했으면 월 150만원을 5년(60개월)을 곱하면 9천만원을 줄여서 오히려 2천 7백만원을 절약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현재 A원장처럼 ‘임대료 6개월 무료’와 유사한 계약으로 손해를 보는 안경사들은 서울과 김포 신도시 등 수도권에 폭넓게 퍼져 있다.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위축으로 ‘임대료 6개월 무료’ 등을 내세우는 임대인이 늘면서 개원을 앞둔 안경사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매장 계약 전 철저한 상권 분석 중요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의 올해 1분기 공실률에 따르면 전국의 평균 공실률은 13.3%이다.
이중 세종시가 21.5%로 가장 심하고, 낮은 지역은 서울 명동지역의 8.6%이다. 경제 상황이 정상적일 때 공실률이 4%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는 10곳 중 2곳, 명동은 10곳 중 1곳으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국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가 공실률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동안 A급 상권으로 불리던 서울 이대앞 상가는 수년째 상권이 초토화되어 대다수 매장이 비었고, 초역세권으로 인기를 모았던 판교, 광명, 안양, 평촌 지역에 이어 지식산업센터 건설로 부동산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하남, 남양주, 송탄의 상가 공실률은 80~90%에 이른다.
심지어 과천지역의 일부 상가들은 95%의 공실률을 보이고, 이 같은 현상은 강남 잠실까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에 이은 장기 불경기 여파로 2~3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 ‘임대료 6개월 무료’라는 팻말이 나붙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전북 전주시 송천동의 한 주상복합 상가는 1년간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결국 장기불황에 따른 상권의 붕괴로 안경원을 개원하려는 안경사는 철저한 상권 분석과 임대료의 최저 계약이 중요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계약은 임차인 불리
서울 마포 공덕역 인근에서 L부동산을 운영하는 K사장은 “상가 임대인들이 공실을 없애기 위해 ‘임대료 6개월 무료’라는 고육지책을 쓰지만, 실상은 임대료를 낮추면 상가 매매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달씩 무료로 세입자를 끌어 모으는 것”이라며 “최근 우리나라 상권은 5년 후 10년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임대료 무료보다는 월세를 철저하게 낮추어 지출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계약”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 평택 송탄 신도시에서 M부동산에 근무하는 Y중개사는 “근래 상가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6개월 이상 제시하고 있는데, 요즘의 상가는 불경기 여파로 대부분 하락세여서 귀에 솔깃한 조삼모사(朝三暮四) 같은 계약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상가를 계약할 때는 ▶임대인과의 대화 녹취 ▶월세 차임은 3기로 조정하고 ▶매장 원상복구는 유리하게 협의하며 ▶화해조서는 절대 금물이며 ▶월세 인상은 5% 내외 ▶계약기간 후 5년간 재계약 요청 가능 등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경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개원을 앞둔 안경사들의 현명한 매장 계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