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브뤼헤의 성직자 요리스 반 데르 펠레(이하 요리스)가 곧 닥칠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천국으로 가기 위한 소망으로 궁정화가였던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5~1441)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흰 옷을 입은 성 도나티안 성당의 참사위원인 요리스는 성경을 읽기위해 쓰고 있던 안경을 잠시 벗어둔 채 무릎을 꿇고 성모자를 정중히 알현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자에서 언급한대로 안경은 성서를 자주 접하는 수도자나 성직자는 물론 가톨릭 교인들에겐 깊은 신앙심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오브제로, 중세 서양 미술작품에 즐겨 사용되었음을 재차 입증하는 작품이다.
15세기 당시 검은 테 안경은 양모산업과 중개무역업으로 유럽지역에서 가장 부유했던 벨기에 플랑드르의 중심도시인 브뤼헤의 귀족들이나 부자 상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고 한다.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봤을 법한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이 작품은 서양 미술사에서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이다.
상업을 목적으로 대서양을 지나 브뤼헤에 와서 살고 있던 이탈리아 루카 출신의 상인 조반니 아르놀피니의 결혼 기념으로 주문을 받은 작품으로, 화면 중앙에 조그맣게 그려진 거울 속에 두 부부의 뒷모습과 함께 화가 자신을 포함한 증인들의 모습까지 그려져 있는 매우 세밀하면서도 사실적인 작품이다.
때문에 당시 플랑드르 지방의 광학기술 수준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자주 언급되는 그림이다.
이 작품은 그냥 [겐트제단화]라 불리는 12개 패널(다폭)로 구성된 제단화다.
중앙 패널에는 절대자인 하느님이 자리하고 옆에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이 있으며 양측 가장자리엔 아담과 이브를, 하단 중앙 패널에 예수를 어린 희생양으로 묘사하여 제단에 올려져있다.
이를 경배하러 온 수많은 계층의 사람들을 마치 살아있듯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세계의 보물이자 유럽 회회예술의 최고의 걸작으로 간주되는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이다.
이런 유명세에 치여 전부 또는 일부 패널들이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로 팔리고 빼앗기고 숨기고 하다가 1945년에야 비로소 제자리에 돌아와 수차례의 어려운 복원작업을 거쳐 올해 2월부터 [모나리자]처럼 방탄유리 속에 보관, 전시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에 의해 약탈당한 미술품을 되찾는 스토리의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모뉴먼트 맨’의 주제이기도 한 작품이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