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경광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응시율이 해마다 떨어지면서 학과명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예로 들며 이 학과가 지난 2011년 학과명을 ‘시스템생물학과’로 변경한 후 응시율이 높아지는 등 성공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안광과의 학생 응시율과 인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지난 1983년에 정한 학과명을 시대에 맞게 개명하자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실제로 연세대 생물학과는 1949년에 개설된 이후 선진 외국에도 뒤지지 않는 학문적 업적을 쌓았음에도 해마다 경쟁률이 떨어졌다.
급기야 2010년 입시에서 지원자 ‘0’이라는 굴욕(?)을 겪으면서 부득이 학과명을 생물학과를 시스템생물학과로 변경한 후 응시율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건국대 생물학과도 지원자 감소로 고민하다 2013년에 학과명을 생명과학특성학과로 변경한 후 2019년 입시에서 지원자 832명에 경쟁률 20:1이라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학과명을 변경해 성공한 학과는 이외에도 ▶신문방송학과 →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컴퓨터학과 →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국제통상학과 → 글로벌무역학과 ▶잠사학과 → 견섬유학과 ▶가구디자인학 → 생활공간디자인학과 등으로 짭짤한 효과를 얻고 있다.
시스템생물학과로 변경한 후 응시율↑
안광학과는 1983년 대구보건대학교에 개설된 이후 한때 전국에 50여개의 학과가 생겨나는 등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기학과로 부상했지만 안경원의 과다 개원과 열악한 근무여건 등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안광과가 43개로 줄어들고 응시율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 자료에서 금세 나타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도 입시의 국내 4년제 안광과 12곳의 총 지원자는 2,916명이었다.
이를 10여 년 전인 2010년도의 4,707명과 비교하면 지원자가 무려 38% 감축됐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안광과 교수는 “타과에선 지원자가 5%만 줄어도 ‘위기’라고 온갖 대책을 쏟아내는데, 안광과는 10년 동안 지원자가 두 자리 수로 대폭 감소했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결국 안광과 응시생이 줄어드는 것은 안경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양질의 안경사 배출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므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안광과가 교육부로부터 배당받은 학과 모집인원은 2010년 692명에서 해마다 조금씩 감소해 2019년엔 461명에 그치고 있다.
즉 지금의 안광과는 학과 존립의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으로 실질적인 조치가 시급한 때이다.
동신대 안광과 학과장인 전인철 교수(대한안경사협회 중앙회 교육부회장)는 “이제 안경사 직무 중 안경의 조제가공은 대부분 안광학기기 쪽으로 넘어갔고, 지금의 안경사는 검사와 상담이 주업무가 되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다시 말해 앞으로 안경사는 안경에 국한하지 않고 시력관리 등 눈 건강과 관련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학과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과학대 안광과의 유민정 교수도 “현재 학과명으로 안경사의 직무범위를 모두 반영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에선 안경의 조제가공뿐만 아니라 굴절검사, 시기능검사 등 눈에 관한 종합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데, 안광과라는 학과명은 안경을 조제하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만약 학과명이 변경되면 안경사의 직무범위도 확장시켜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대에 맞는 커리큘럼 개편 의견도 다수
안경계 일각에서는 안광과의 학과명을 변경하려면 광학에 치중된 커리큘럼에서 안질환 과목을 확대하고, 또 안경사의 역할을 안경에 국한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학과명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광과를 졸업한 사람에게 안경사면허국가시험에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현 체계에서 학과명 변경이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개명을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안경광학과교수협의회의 문병연 회장(강원대 안광과)은 “우리 협의회는 3년 전부터 학과명 변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다”며 “학과명이 변경되면 학생들에게 ‘안보건 전문가를 배출하는 학과’라는 인식을 전달해 지원자 수가 더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어 문 회장은 “모든 대학이 통일된 명칭으로 변경하면 교육부와 국시원 등과 조율해 변경할 수 있다”며 “더구나 관련 규정에 ‘해당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은 관련 학문을 전공한 자’라고 적시된 만큼 국시원과는 수월하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 회장은 “학과명을 변경하기 위해선 각 대학의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의견을 모으고, 이와 동시에 대안협이나 교수협의회 등 유관단체의 명의로 교육부에 학과명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학계에선 안광과 대신에 옵토메트리과, 시기능관리과, 비젼케어과 등의 명칭이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대한안경사협회의 영문 명칭이 ‘Korean Optometric Association’인 만큼 옵토메트리학과가 많은 의견을 얻고 있기도 하다.
한편 안광과의 학과명 변경에 대한 문의에 교육부의 관계자는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대학입학 정원은 약 16만명 늘었지만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해 우리 부는 지난 2015년부터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안광과에서 학과명 변경을 위한 구체적인 제의가 접수되면 적극 검토에 나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