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안경원이 아우성이다.
안경원 10곳 중 9곳이 심각한 매출 하락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부 안경원은 점포를 정리하기 위해 매수자를 찾아 나서고, 어느 곳은 야반도주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전국의 안경원이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바닥권 매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 초순까지는 그나마 매출이 오르나 싶더니 중순 이후 떨어진 매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는 매출 하락으로 일선 안경원은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다.
그나마 십수년전 같으면 여름 시즌을 앞두고 선글라스 특수를 기대하지만, 지금은 어느 안경원도 선글라스 매출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포기 상태는 선글라스 생산공장이나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곳이 요즘의 안경원이고 업계이다.
일선 안경원이 매출 하락에 허덕이는 원인은 많다.
적정 숫자보다 곱절이 많은 안경원 개설 숫자도 문제 요인이지만, 국내 경기의 장기 불황과 시장의 급격한 변화도 안경원 매출을 끌어내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시대를 거쳐 인공지능이라는 4차산업혁명을 맞고 있는데도 안경원은 이제 겨우 온라인에 입문한 상태다. 세상이 시시각각 요동치며 변화하는데 안경사의 시각은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며 변화를 등한시하고 있다.
최저가 생활용품점 D사가 2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5천 원짜리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판매하고, T광학이 홈쇼핑에서 선글라스 3장을 7만 9천 원에 하나로 묶어서 한 해에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도 방관자처럼 처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성공의 여세를 몰아 올해 하반기부터 도수 안경테 3종을 묶어서 똑같은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 안경과 연관이 없던 N사는 종이로 만든 샘플안경 10장을 모집 회원에게 발송한 후 특정한 날에 온라인을 통해 하루에 3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업체가 다양한 전략으로 안경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안경원의 고객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미 안경원은 도수 안경테까지 상실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선글라스의 경우 브랜드와 신제품의 가짓수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상대도 안 되지만, 가격도 온라인에 완벽하게 눌리며 선글라스 한 장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에 소공동 본점에서 ‘2019 롯데 선글라스 페어’를 개최해 S, G, C 브랜드 등 총 47개 명품 선글라스를 무려 최대 80% 할인 판매하며 고매출을 올리고,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오는 16일까지 선글라스 특별 할인행사를 전개하며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도 안경원은 대응책 하나 없이 속수무책이다.
안경원 회생은 가격경쟁 차단으로 역부족
현재 안경원의 매출을 회복시키고 고객을 다시 불러 모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대한안경사협회가 유일하다. 개인 안경원이 고객잡기에 나서봐야 전문 검안 이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안경원을 둘러싸고 있는 뒤엉킨 실타래를 풀면서 안경원의 숨통을 터줄 곳은 협회밖에 없다.
더구나 아무리 협회라도 초저가판매 안경원에 엄포를 해도 안경원 매출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안경가격도 시장의 자율논리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강제 실시한 후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업계의 식자들은 가격보다 제도적인 문제에 접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가격경쟁을 차단시키는 시간에 차라리 전 국민, 전체 안경사가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해 인기를 되찾거나 안경의 보험화나 안경 조제료 청구의 제도화 등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 의견이다.
소비자들이 안경원을 다시 찾게 만드는 비결은 가격과 서비스, 또 제도적인 장치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 중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안경원이 매출 하락과 불경기를 벗어나려면 오직 가격경쟁력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며 “백화점, 온라인 등의 선글라스보다 가격이 저렴하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안경원이 재도약하려면 조제료의 현실화 등 국가가 승인하는 제도화가 아니면 각자도생하는 자율경쟁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