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세계 500여 스타트업이 참가한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가 글로벌 회사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과 아이디어가 모인다는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되어 투자자의 눈길만 받으면 절반은 성공한다는 전시회여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과 신기술이 많이 선보였다.
각종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모은 2017년 전시회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기기 옆에만 놔두어도 충전되는 신기술부터 여성의 모유가 자동으로 잘 나오게 가슴을 마사지해주는 기계도 출품되었다.
이스라엘의 바이오 스타트업은 산란용 닭으로 사용할 계란의 성별을 미리 파악하는 기기, 즉 성별 구분 전에 살처분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에그XYt’를 출품해 주목을 받았다. 그야말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기발한 기술과 서비스가 선보임으로써 세상이 이 전시회에 떠밀려 변화하고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이런 면에서 본지의 200호 발행은 기쁘고 자랑스럽기보다 오히려 송구스러움이 많음을 실토한다. 10년 전보다 변한 것이라면 업계를 걱정하는 기사가 늘어난 것 이외에는 변화된 것이 별로 없고, 하루하루 낙종(落種)한 기사는 없는지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1993년 6월에 ‘월간 아이센스’를 발행하고 4반세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변변하게 변하지 못했으니 세월만 보낸 염치없는 일을 저질렀다. 아무리 고색창연한 이념과 목표를 가졌어도 독자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한 채 그 모습 그대로라면 추한 모습이 분명하다.
사실 10년 전에 옵틱위클리가 창간된 때를 뒤돌아보면 반성할 것이 더욱 크고 높다. 좋은 쪽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고 안경사의 영업권이 줄어들고, 업계 전체가 침체되는 기사가 훨씬 많이 게재되어 더욱 송구하다.
식자들은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또 이런 변화가 자신이 속한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급변하는 대표적인 것이 산업융합화로서 이를 따르라고 말한다. 지금 이 시대는 하나의 산업이 다른 산업과 통합되어 움직이는 현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융합을 안경과 대입하면 안경원, 생산업체, 유통업체, 또 신문사도 1+1이라는 통합적 변화를 벗어날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속한 분야는 어떤 방향으로 융합해야 되는가. 다른 분야를 거론할 필요 없이 옵틱위클리는 어떤 방향으로 통합되어야 하는가. 지령 200호 특별호가 기쁘기는커녕 걱정만 앞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호를 발행하며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