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자마자 각종 홈쇼핑과 케이블방송에서 앞 다투어 선글라스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 방송은 자동차가 안경렌즈를 밟고 지나가도 끄떡없다는 시험 장면부터 편광 기능까지 갖가지 장점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도 솔깃하지만 스타일이 서로 다른 선글라스를 1+1로 묶어서 판매하는데 구매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안경사들 마음속에 선글라스가 오래전에 떠났는지 무감각하다. 무섭게 변해버린 시장상황에 적응했는지 반발도 않는다.
안경사 입장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선글라스 고객이 다시 안경원으로 되돌아오도록 대책을 세우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강 건너 불구경이다. 안경사들이 선글라스를 포기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데도 방관만 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2008년에 창업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 CEO인 하워드 슐츠는 즉각적으로 원인 분석에 나서고, 그 원인이 과도한 양적 팽창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미국의 매장 600여 곳을 6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폐업시켰다. 이어 하워드 CEO는 스타벅스의 핵심가치를 ‘고급 커피’로 재정립하고, 이런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되도록 바리스타의 커피 교육을 크게 확대했다. 그는 또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높이기 위해 파트타임 종업원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매장 폐쇄로 직장을 잃은 1만2000명의 직원을 다른 매장으로 재배치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하워드 CEO는 스타벅스가 사업 개시 후 처음 맞는 적자 상황을 허둥대지 않고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으로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지금 스타벅스의 하워드 CEO라면 안경원을 떠난 선글라스를 되찾기 위해 무슨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우문 같지만 하워드 CEO라면 안경원을 떠나간 선글라스를 안경사들처럼 속수무책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수없이 강조했지만 선글라스는 안경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효자품목이다. 요즘처럼 안경원의 매출이 떨어진 것은 선글라스가 떠난 이유가 크다. 그만큼 선글라스는 안경사들이 쉽게 남들에게 내주어서는 안 될 품목이다.
더구나 선글라스는 공산품인 동시에 안경렌즈라는 준의료적인 기능이 내재되어 안경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선글라스는 안경사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품목이 아닌 것이다.
서울대 김병도 교수는 어느 일간지에 ‘원가는 비슷한데 왜 아이스커피가 핫커피보다 비쌀까’라는 제하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기고문에서 김 교수는 아이스커피가 얼음만 추가되는데 가격이 비싼 특별한 이유는 그다지 없고 ‘갈증 해소’라는 추가 혜택이 제공된 때문으로 진단했다.
결국 ‘제품 가격은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로 결정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선글라스와 안경렌즈. 이제부터 안경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선글라스에 장착되는 안경렌즈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