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라는 가수가 부른 ‘과거는 흘러갔다’라는 유행가가 있다. 젊을 때 길거리에서 가끔 듣던 노래 가사가 연말과 겹치며 느닷없이 기억되었다.
이 가사는 ‘즐거웠던 그 날이 올 수 있다면…(중략)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로 되어 있다. 이 가사는 개인적으로도 소회(所懷)가 있지만, 현재의 안경계와도 비슷하다. 안경계의 즐거웠던 날들이 지금은 과거 속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생사이든 국가나 산업이든 탄생이 있으면 쇠퇴기가 있기 마련이다. 여러 학자들로부터 논란을 받은 이론이지만 영국의 역사학자 A. 토인비는 문명의 발전이 탄생→성장→쇠퇴→해체의 법칙을 따른다고 했다. 그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도 했다. 지금 안경계가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는 스스로 판단해보면 안다.
올해 안경계는 특별한 성과 없이 세월에 떠밀려 과거로 빠져들고 있다.
안경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올해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내세운 안경체인이 다수 등장해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고, 안경 조제료와 수리비 추진도 공정위의 엄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걱정스럽고 속상한 일만 벌어진 곳이 올해 안경계이다.
더구나 대안협은 올해 2월, 정확히 2월 3일부터는 그 어떤 사업보다 안경원의 잃어버린 9가지 장비를 찾는데 매진했어야 되는데 ‘더 좋게 찾아오겠다’는 말의 성찬만 늘어놓을 뿐 움직임이 없다.
국내 교수들이 2017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정한 ‘멀리 내다보려면 높이 올라야 한다’는 갱상일루(更上一樓)가 아니라 오히려 한 단계 더 내려간 곳이 안경계이다.
더구나 올해 안경사협회는 8명의 부회장들이 협회장을 불신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마치 국내 교수들이 협회의 미래를 예측이라도 하듯이 2016년을 사자성어로 정한 군주민수(君舟民水), 즉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로서 물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상황이 2017년 안경사협회에 벌어졌던 것이다.
영국인이 존경하는 처칠 수상은 허영심 많고 유아독전형의 단점이 많은 인물이다. 그가 개인적으로는 술꾼에 고집불통이라는 많은 단점에도 국민에게 존경받는 것은 각양각색의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처칠은 2차 대전의 암울함 속에서도 국민에게 가시밭길을 지나면 꽃길이 나온다고 희망을 주었고, 전세가 불리해도 흔들림 없는 용기로 승리를 외쳤다.
지금의 안경계 상황으로 볼 때 내년 2월에 선출되는 안경사협회장은 처칠처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용기 있는 인물이 선출되어야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생의 길은 대로처럼 아스팔트가 깔려있거나 밝은 불이 켜져 있지 않으며, 도로표지판도 없는 황무지 같은 바위투성이라고 말한 이는 미국의 정신과의사 M. 스캇 펙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능력이고 용기라고 했다.
안경의 역사는 토인비나 스캇 펙의 말처럼 도전과 용기, 전진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 안경사들이 새로 맞이할 2018년이 용기와 사랑의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